조차(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의 차)가 가장 적을 때인 상현과 하현에서는 오행의 순환(조차의 관성)을 의미하는 戊토가 배정되며, 보름과 그믐에서는 음양의 변화(조차의 변환)를 의미하는 己토가 배정될 수 있다.
己토壬수는 조차가 가장 심할 때인 보름과 그믐에 해당되므로 물결의 출렁임이 심하니 물속이 탁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戊토壬수는 조차가 가장 적을 때인 상현과 하현에 해당되므로 물결이 잔잔하고 물속이 맑은 상태가 된다.
따라서 己토壬수란 ‘골라잡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기임탁수(己壬濁水)라는 말이 있다면 무임청수(戊壬淸水)라는 말도 가능하리라.
戊토壬수란 ‘주변이 너무 깨끗해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선택적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 인지찰즉무도(人至察則無徒)’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친구가 없다’는 뜻처럼 ‘기임탁수, 무임청수’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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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는 탁할수록 좋고, 맑으면 맑을수록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한쪽만 보고 하는 말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일어난 벌레는 어떻게 되는 거지? 부유물이 많은 물속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겠지만, 부유물에 속하는 생명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거지? 주식 거래가 탁해질 때 탈탈 털리는 개미 주린이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거지?
사주는 정관의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정립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할 듯하다. 사회 구성에서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당당히 제대로 된 본연의 명칭을 부여받지도 못하고 쟁재나 상관으로 불리는 두 육신의 입장이 그러하고, 군겁쟁재나 상관견관 등으로 그 주된 작용을 보는 시각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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