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임탁수(己壬濁水)라는 말에 대한 무임청수(戊壬淸水)라는 말은 방금 내가 만든 말이었다. 똑같은 말이다. 단지 반대되는 측면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래서 기임탁수 한마디면 무임청수라는 말은 다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물은 적당히 탁해야 한다. 그래야 먹을거리도 풍부하게 존재하고, 숨을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된다. 사람도 적당히 탁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생활에 적응하며 살 수가 있는 여지가 생긴다.
대부분의 우리네 삶에서 보면, 탁한 사주는 잘 살고 맑은 사주는 맨날 이용만 당한다. 탁한 사주는 탁해서 속마음이 안 보인다. 맑은 사주는 눈도 맑으며 순정파다. 눈이 맑다는 말은 맨날 뒤통수 얻어맞는다는 말이다. 좋을 게 없다. 사회적응이 힘들다. 빛 좋은 개살구다.
맑게 산다는 것은 학창시절의 삶으로 나머지 인생도 계속 살아가겠다는 말이다. 탁하게 사는 것이 일상인 경쟁사회에서는 토끼도 이빨이 번뜩이고 발톱도 날카로워져 있다. 그 전형적인 곳이 영리업체들이다. 술수가 만연하고 잘 사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정상에 있는 자들은 뒤가 구린 자들이다. 이런 구림이 있기에 기회도 자주 찾아온다.
탁하면 고독함이 문제가 된다. 다 가지려고 하니 주위가 허전하면 불안해진다. 탁한 환경 속에서 숨어 엿보는 것이 일상이니 고독감을 느낀다. 혼자 있으면 누가 와서 칭송해 주기를 갈구하는 마음이 생기니, 마음에는 찬바람이 인다.
맑으면 물욕이 없다. 있는 그대로 만족하며 살려 한다. 고독 따위는 자신의 즐거움 중의 하나로 접어 둔다. 집착이 없으니 포기도 빠르다. 혼자 있으면 혼자라 다행이라 생각하고, 둘이 있으면 둘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낀다.
己壬이 길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戊壬은 흉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흉신이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이상세계에서는 길신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 물론 조선시대에서는 戊壬이 길신으로 추앙 받았을 것이다.
庚금乙목은 너무 맑고, 乙辛충은 조금 탁해진 것으로 해석한다. 戊壬과 마찬가지로 庚壬, 庚子, 乙庚도 맑은 것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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