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은 “편재는 항상 상상을 기반으로 미래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즐거운 ‘나’, 지금보다 더 향상된 ‘나’를 생각한다. 일어나지 않을 문제를 붙잡고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희망도 많고 유쾌해 보이기도 하지만, 굳이 안해도 될 고민도 많다. 과거에 빠지기도 하고, 사색이나 철학에 심취한다. 성질나면 성질부리고, 돈 떨어져도 운으로 돌리고 낙관적이다. 승진에서 누락되어도 다음을 기약하며 정신 승리하는 것이다. 반대로 안되면 어쩌나 식으로 불안해하기도 한다. 추진력 있게 전진해서 나를 키워나간다. 하면 되지, 가면 되지 하는 식으로, 근거없는 자신감이기도 하고 뜬금없는 예측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장자 외물편에 ‘涸轍付魚(학철부어)’라는 말이 있다. 장주의 집이 곤궁해서 지역 관리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려고 갔지만, 세금이 더 걷히면 그때 빌려주겠다는 말만 듣는다. 이 말은 “마치 마차 바퀴 자국의 물에 갇혀 당장 절명하기 직전인 잉어에게, 내 급한 일부터 보고 난 뒤 큰 강의 물길을 이곳까지 돌려서 살려주겠다는 말과 같다”는 조롱섞인 우화로 되받아치면서 자기 자존심을 지켰다는 우화이다.
편재는 현재의 나에 대해서 자기만의 감정이나 해석이 들어간다. 나만의 상황이 따로 있는 것이다. 여건이 안되면 안될 수도 있지. 상황이 안되면 안할 수도 있지. 개인적 자존심이 우선적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하니, 융통성이 많다.
장자 외편에 ‘魚之樂(어지락)’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자의 친구이자 논쟁 상대였던 혜시(惠施)는 논리적인 변증술에 능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혜시는 장자와 논쟁하며, “물고기가 기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라고 따졌다. 장자는 “너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라고 말하고는, “나는 내 감각과 경험으로 물고기의 기쁨을 안다!”고 바로 반박했다. 장자는 직관적 사고를 바탕으로, 혜시의 논리적인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정재는 질서정연한 논리, 잘 정돈된 상황 등 항상 예측된 결과를 가지고 대하는 반면, 편재는 상황에 직관적이고 즉흥적으로 대한다. 장자는 편재의 모습을, 혜시는 정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편재는 귀가 얇아 사기도 잘 당한다. 내가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못해 줄거라는 착각도 한다. 굳이 기승전결을 고집하지 않는다. 약간 미완성인 이야기나 정보가 부족한 일들도 그냥 있는 것처럼 말하니, 약간 과장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허풍을 떠는 것은 아니다. 모이고 싶으면 모인 것이고, 하다가 안되면 그만두는 것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이는 변덕이 심하다기보다는 그때그때 행동양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편재는 이쁘고 재미있고 즐겁고 대화도 잘 통하고, 내게 잘 동조해 주는 친구 또는 동지 스타일의 배우자를 원한다. 만나서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우선이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질 수도 있다.
선운은 “편재는 자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내 속에 있는 내면을 가감 없이 그대로 외부로 드러내니, 이쁘다기보다는 독특하게 보인다. 내 마음이 중이면 중처럼, 거지면 거지처럼 해 다닌다.”라고 말한다.
편재가 잘 산다라고 말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편재가 직장을 잘 다닌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전공을 제대로 살린 것이고 그 직장이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추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머무는 것이다. 이 또한 스스로 즐기는 것이다.
--- (57)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