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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도론 제16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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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龍樹)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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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後秦) 구자국(龜玆國)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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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구 번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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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초품 중 비리야바라밀(毘梨耶波羅蜜)의 뜻을 풀이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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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어떤 것이 정진의 모습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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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일에 대하여 반드시 능히 일으키고, 시작하고, 탓함이 없으며, 의지가 굳세고, 마음에 피로함이 없어야 하나니, 이러한 다섯 가지를 정진의 모습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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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정진의 모습이란 몸과 마음이 쉬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객주(客主)였는데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험난한 길을 지나게 되었다.
이때 나찰 귀신이 나타나서 손으로 막으면서 말하기를 “너는 꼼짝 말라. 네 앞길을 막노라” 하니, 객주는 곧 오른손을 들어 그를 쳤다. 하지만 주먹이 붙어 당겨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왼손으로 쳤으나 역시 떨어지지 않았다. 오른발로 찾으나 발까지 붙었고, 다시 왼 발로 찾으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머리로 받았으나 머리마저 붙어버렸다.
이에 귀신이 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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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이렇게 되었는데 다시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 마음이 쉬었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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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가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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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다섯 활개가 묶였으나 끝내 너 때문에 쉴 수는 없다. 반드시 정진의 힘으로써 너에게 반격을 하리니, 결코 그만두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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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귀신은 기뻐하면서 ‘이 사람의 담력(膽力)이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하고는, 곧 그에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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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진의 힘이 커서 결코 그칠 것 같지 않으니 너를 보내주겠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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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도 그와 같아서 착한 법에 대하여 초저녁․ 밤중ㆍ새벽에 경을 읽고 좌선하여 모든 법의 실상을 구하고 모든 번뇌에 얽매이지 않고 몸과 마음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이를 정진의 모습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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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진을 일컬어 ‘마음에 속하는 법[心數法]으로 부지런히 행하여 머무르지 않는 모습’이라 한다. 마음을 따라서 행하기도 하고 마음과 함께 생기기도 하나니, 혹은 각(覺)과 관(觀)이 다 있기도 하고, 혹은 각은 없으되 관만 있기도 하고, 혹은 각도 관도 없기도 하다.
아비담(阿毘曇)에서 자세하게 설명하듯이, 모든 착한 법에 대하여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닦는 것을 정진의 모습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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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근(根)에서는 정진근(精進根)이라 부른다. 근(根)이 늘어나는 것을 정진력(精進力)이라 하고, 마음을 깨우치는 것을 정진각(精進覺)이라 하고, 불도의 완성인 열반성(涅槃城)에 이르는 것을 정정진(正精進)이라 한다. 4념처(念處)에 부지런히 마음을 모으는 것이 정진분(精進分)이다. 4정근(精勤)에서는 정진문(精進門)이고, 4여의(如意)에서는 욕정진(欲精進)이 곧 정진바라밀이며, 6바라밀에서는 정진바라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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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그대는 먼저는 정진을 찬탄하더니, 이제는 정진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이는 어느 정진을 말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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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온갖 착한 법에 속하는 정진의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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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지금은 마하반야바라밀을 이야기하는 과정이니, 응당 정진바라밀을 말해야 되거늘 어찌하여 온갖 착한 법 가운데의 정진을 말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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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처음 발심한 보살이 모든 착한 법 가운데서 정진해 차츰차츰 정진바라밀을 얻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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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모든 착한 법 가운데 정진이 많으니, 지금 정진바라밀을 말할 때 이미 온갖 착한 법의 정진에 들어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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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불도를 구하기 인하여 정진함을 바라밀이라 한다.
그 밖의 모든 착한 법에 대한 정진은 그냥 정진이라 할지언정, 바라밀이라 하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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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모든 착한 법에 대하여 부지런한 것은 어찌하여 정진바라밀이라 하지 않고 오직 보살의 정진만을 바라밀이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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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바라밀이란 피안에 도달함을 말한다.
세상 사람과 성문ㆍ벽지불은 모든 바라밀을 구족해 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진바라밀이라 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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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사람들은 대자대비가 없어 중생을 버리고, 10력(力)․ 4무소외(無所畏)․ 18불공법(不共法)․ 일체지(一切智) 및 무애해탈(無碍解脫)․ 무량신(無量身)ㆍ무량광(無量光)ㆍ무량음성(無量音聲)․ 무량지계(無量持戒)․ 선정․ 지혜를 구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이러한 사람들의 정진은 바라밀이라 하지 않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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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살은 정진하여 쉬거나 멈추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불도를 구하나니, 이와 같이 행한다면 일컬어 정진바라밀이라 한다.
예컨대 호시보살(好施菩薩)1)은 여의주(如意珠)를 구해 큰 바닷물에 들 때 뼈와 힘줄이 끊어지더라도 끝내 쉬지 않고 마침내 여의주를 얻어 중생들에게 베풀고 그 몸의 괴로움도 제해 주었다. 보살도 그와 같아서 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정진바라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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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살은 정진의 힘으로 으뜸을 삼아 다섯 가지 바라밀을 행하나니, 이런 때를 일컬어 보살의 정진바라밀이라 한다. 비유하건대 여러 가지 약초가 화합하여 중병을 고치는 것과 같다. 보살의 정진도 그와 같아서 정진만을 행하고 다섯 바라밀을 행하지 못한다면, 이는 보살의 정진바라밀이라 부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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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정진은 재리(財利)나 부귀ㆍ세력을 구하기 위함도 아니고 그 몸을 위함도 아니며, 하늘에 태어나거나 전륜왕이 되거나 범왕ㆍ제석천왕이 되기 위함도 아니다. 또한 스스로 열반을 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니, 오직 불도를 구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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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모습을 일컬어 보살의 정진바라밀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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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살은 정진하되 온갖 착한 법을 닦고 대비를 으뜸 삼는다. 마치 인자한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되 외아들이 중병에 걸리면 일심으로 약을 구해 치료해 주는 것과 같으니, 보살이 정진을 닦되 자비로써 으뜸을 삼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를 구하고 치료해 주되 잠시도 마음에서 버리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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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살은 정진하되 실상(實相) 지혜로써 으뜸을 삼아 6바라밀을 행하나니, 이것을 보살의 정진바라밀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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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모든 법의 실상은 무위(無爲)이고 무작(無作)이며, 정진은 유위(有爲)이고 유작(有作)의 모습이거늘, 어찌 실상으로 으뜸을 삼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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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비록 모든 법의 실상이 무위이고 무작임을 알기는 하나, 본원(本願)의 대비로써 중생을 제도하려는 까닭에 작위 없는 가운데서 정진의 힘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법의 실상이 무위이며 무작이어서 열반의 모습과 같이 하나도 둘도 아니라면 그대는 어찌하여 실상이 정진과 다르다고 말하는가? 그대는 모든 법의 모습을 바르게 알지 못할 뿐이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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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때에 보살은 이렇게 관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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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와 6도의 중생들이 각각 즐길 바를 잃었으니,
무색계 하늘의 즐거움을 결정된 마음으로 집착하여 깨닫지 못하다가 목숨이 다한 뒤엔 욕계에 떨어져서 새나 짐승의 몸을 받는다. 색계의 모든 하늘들도 그와 같아서 청정한 곳에서 떨어져서는 도리어 부정한 것 가운데서 음욕을 받으며, 욕계의 여섯 하늘들은 5욕에 즐겨 집착하다가 도리어 지옥에 떨어져서 온갖 고통을 받는다.
인간의 길을 보건대, 열 가지 착한 복의 갚음으로 사람의 몸을 받았으나 사람의 몸은 괴로움이 많고 즐거움은 적으며, 수명이 다한 뒤에는 악취(惡趣)2) 가운데 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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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생들을 보니, 온갖 고통을 받는데 채찍에 맞아 시달리고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며, 목덜미가 패이고 뜨거운 무쇠로 지져진다. 이들은 사람으로서 전생에 인연을 지을 때에 중생들을 결박하고 채찍과 매로 중생들을 괴롭혔으니, 이러한 갖가지 인연으로 코끼리․ 말․ 소ㆍ염소․ 사슴 등 짐승의 몸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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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욕의 욕정이 무겁고 무명이 유달리 많았던 이는 거위․ 오리․ 공작․ 원앙․ 비둘기․ 닭․ 갈매기․ 앵무새․ 백설조(百舌烏)의 무리가 된다. 이러한 새들은 종류가 백천 가지이나 음행의 죄 때문에 몸에는 깃털이 나서 보드랍고 매끄러운 촉감을 모르고, 부리는 딱딱하고 거칠어서 맛의 촉감을 분별치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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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냄이 치우쳐 많았던 이는 독사․ 살모사․ 나무 굼벵이ㆍ벌․ 지네 등 독기를 품은 벌레가 되고, 어리석음이 많은 까닭에 지렁이․ 나방․ 쇠똥구리․ 개미․ 땅강아지․ 수리부엉이․ 갈매기․ 올빼미 등 벌레나 새가 되고, 교만과 성냄이 치우쳐 많기 때문에 사자․ 호랑이 이리 등 사나운 짐승이 되고, 삿된 교만을 부린 인연으로 나귀․ 돼지․ 낙타 등의 무리에 나고, 인색함․ 탐냄․ 질투․ 경솔함․ 조급함 때문에 원숭이․ 곰 등의 몸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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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되게 탐내고 미워하고 질투한 인연으로 삵ㆍ범 등 짐승의 몸을 받는다. 부끄러움도 창피함도 없이 음식을 탐낸 인연 때문에 까치․ 새매․ 까마귀․ 독수리 등 새의 몸을 받으며, 착한 사람을 업신여긴 까닭에 닭․ 개․ 여우 등의 몸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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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를 많이 했으되 성내고 굽은 마음으로 하면 이 인연으로 여러 용의 몸을 받고, 보시를 많이 닦되 마음이 도도하여 중생을 괴롭히면 금시조(金翅鳥)3)의 몸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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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갖가지 결사와 업의 인연 때문에 축생과 날짐승의 고통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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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은 천안(天眼)을 얻어 중생들이 다섯 길 가운데 윤회하는 것을 본다. 곧 하늘에서 죽어 인간에 태어나고, 인간에서 죽어 하늘에 태어나고, 하늘에서 죽어 지옥에 태어나고, 지옥에서 죽어 하늘에 태어나고, 하늘에서 죽어 아귀에 태어나고, 아귀에서 죽어 다시 하늘에 태어나고, 하늘에서 죽어 축생에 태어나고, 축생에서 죽어 하늘에 태어나고, 하늘에서 죽어 다시 하늘에 태어나니, 지옥․ 아귀 축생 역시 그와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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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계에서 죽어 색계에 태어나고, 색계에서 죽어 욕계에 태어나고, 욕계에서 죽어 무색계에 태어나고, 무색계에서 죽어 욕계에 태어나고, 욕계에서 죽어 욕계에 태어나니, 색계․ 무색계 역시 그와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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