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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작성자Statesman|작성시간12.02.15|조회수138 목록 댓글 0

4강 치유하는 글쓰기


                                                 유이분 (보리출판사 /작은책 편집위원)



*치료: 병이나 상처 따위를 잘 다스려 낫게 함.

*치유: 병이 낫는 것, 또는 건강을 회복하는 것.


--- 글쓰기 치료, 독서 치료, 시치료, 미술치료, 무용 치료, 놀이 치료, 연극 치료 등


※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

- 마음의 평안을 위한 글쓰기 - 글쓰기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장점

- 부정적인 일을 떨쳐 버리기 위한 글쓰기

-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글쓰기

- 창조적인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한 글쓰기

- 의식으로서의 글쓰기

- 감정 연습으로서의 글쓰기

- 언어유희로서의 글쓰기

...... 

우리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이다.


※ “내 인생을 소설로 쓴다면 열 권으로도 모자랄 거야.”

- 글은 가장 먼저 그 글을 쓴 이를 위해 자기 역할을 다한다. 어떤 글이든 그렇다. 미완성의 토막글, 수첩 한 귀퉁이에 쓰여 있는 짧은 글, 아이들 연습장의 욕설, 오늘 할 일의 목록, 누군가의 연락처를 적어놓은 메모까지도.

- 글은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문학적 수준의 높고 낮음이나 지적인 정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에는 등급도 없다.

- 치유하는 글쓰기는 그 어떤 글이라도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 치유를 위한 글은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저 쓰면 된다.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단어의 나열이라도 상관없다.

-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수치감을 느끼듯 자신이 쓴 글도 수치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수치감은 자기 존재에 대한 회의로부터 온다. 하지만 이 세상에 이유 없이 태어난 글이 없듯이 글쓴이와 글을 읽은이가 글을 통해서 얼마나 자신을 성찰하는가가 중요하다.

- 글을 쓴 뒤 그는 얼마나 위로받거나 변화했는가. 글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삼류에 냉소적인 나, 징징거리는 문체에 치를 떠는 나, 지적인 정보에 압도당하는 나, 평가나 판단에 급급해 글에 몰입하지 못하는 내가 보이는지...

- 신파에 눈물짓는 나, 대중적인 로맨스를 읽으면 남몰래 짜릿함을 느끼는 내가 보이는지

- 그 외에 어떤 것들이 보이는지, 그게 무엇이든 나에 대해 봤다면 된다. 치유는 바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커피나 촛농, 가끔은 눈물로 얼룩진 종이 위에 쓰여진 글이라면 그 자체로 작품이다. 이 세상에 절실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며, 의미 없는 글이 어디 있을 것인가!

<보기 글 1>


남편이 돌아왔다!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맘이 안 좋다. 칫솔, 칫솔이 문제다. 남자 친구가 내 집에 올 때마다 쓰던 보라색 칫솔이 욕실 칫솔 통에 아직도 꽂혀있는데… ….


 얼마 전부터 아이들 칫솔과 내 칫솔, 남자 친구의 칫솔까지 칫솔 네 개가 들어 있던 칫솔 통에 낯선 칫솔 한 개가 더 꽂히게 됐다. 

 남편이 돌아왔다!

 몇 주 전 지인들과 모임을 하고 있는데 딸이 문자를 보내 왔다.

  “엄마, 아빠 왔어요.”

 순간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오고, 위경련과 복통이 찾아왔다. 손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시간이 약이라고? 그래, 시간이 좀 지났다고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은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 목젖까지 이물질이 꽉 차올라 막혀 있는 기분. 그랬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화가 나고, 눈물이 나고, 답답하고, 딱 죽고만 싶었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사람인데, 그다지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살아왔는데, 이대로가 좋은데……. 집을 나가 살다가 하숙생 이삿짐처럼 박스 몇 개, 배낭 하나 싣고 집으로 들어온 남편. 이런 갑작스런 남편의 등장 때문에 뭔가 복잡해지고 내 생활에 변화가 찾아올 것 같은 예감. 머리가 아팠다. 혼란스러웠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 가지 말아야겠다. 이젠 내가 집을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밉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보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진다. 짜증이 난다. 그래서 한집에서 얼굴 맞대고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가끔 집에 다녀간 흔적만 보고 ‘아! 잘 살고 있구나.’ 안부를 알 정도로만 지내면 좋으련만…….

 남편이 하루아침에 집을 나간 건 아니다. 결혼한 후에도 남편은 예전과 다름없이 살았다. 회사 일을 마치면 거의 날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새벽에야 들어왔다. 결혼 전에는 나도 늘 그 자리에 함께였다. 나는 결혼을 하더라도 그 친구들 모두 다 나랑 살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만 달랑 외딴 세계에 떨어져 나오게 된 것이다. 나는 가사와 육아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고 있는데, 남편은 결혼 전과 변함없는 생활을 죽 이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남편에게 불평도 많이 했다. “술 적게 마셔라. 일찍 들어와라. 아이 좀 봐 달라.” 남편은 총각 때처럼 여전히 자유롭고 싶은데, 결혼으로 인해 짐 지워진 의무나 구속, 이런 간섭이 부담스럽고 싫었던 모양이다. “넌 내가 슈퍼맨이 되길 바라고 있어!”

 세상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이다. 어이없다. 내가 얼마나 초인적인 힘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데, 지가 감히 내게 그따위 간 큰 발언을 할 수 있는 겐지, 원.

 회사에서 매체 광고 업무를 맡았던 남편은 조직 사회가 싫다고 노래를 불렀다. 회사에 다니면서 먹기 싫은 술도 접대용으로 마셔야 하고, 방석집, 룸싸롱도 가야 한다고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한다고 힘들다고 했다. 푸하하! 그 소리 듣고 우스웠다. (난 지금 당장이라도, 술 한 모금 못해도 조직 사회 잘 적응하고, 동료간에 인정받고, 승진하고 가정 잘 돌보는 내친남(내 친구 남편)의 이름을 열이나 댈 수 있다.)

  ‘그래. 그래서 넌 접대하는 날은 일로 술 마시고, 접대 없는 날은 친구 만나 술 마시고,    허구헌 날을 하루도 빠짐없이 마시고 취해서 기어 들어오냐, 인간아?’ 이렇게 말해 버렸으   면 얼마나 속 시원했을까마는 난 맘속으로, 머릿속으로만 욕하고, 지랄하고, 이단 옆차기    까지 다해 버리고 그만두었다. 늘 그랬다. 입 밖에 내면 싸움이 될 테고, 아이가 들으면 불   안해 할 테니까…….

 가진 거라곤 교양과 미모 빼면 시체뿐인 내가 남편에게 우악스럽게 달려들며 싸우고 싶지 않았다. 새벽에 만취해 들어온 남편의 와이셔츠 깃에 빨간 립스틱 자국이 뭉개져 있음을 본 날, “니가 빨아라.” 한마디 했다. 머릿속으론 와이셔츠를 갈기갈기 찢어 남편의 얼굴에 확 팽개치는 장면을 연상하면서도 겉으론 최대한 고상하게 굴고 싶었다. 그래, 내 생활신조는  ‘폼생폼사’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뒤에 취직한 남편은 취직한 다음날부터 회사를 관두겠다 하더니 5년을 버티다 끝내 사표를 냈다.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산에도 다니고, 트래킹도 하고, 여행도 다녀오고, 배우고 싶다던 요리도 배우고, 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그렇게 그렇게 자유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다 집에 들어오는 날이 점점 적어지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한 달에 한두 번 가끔 들어와 자기 옷을 빨아 놓고 또 어디론가 나가 지냈다.

 난 남편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묻지 않았다. 돈을 벌어 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남편에게 의지해야 살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난 너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어찌 맘 한구석 섭섭하고 화나고 억울하고 분함이 없었으리!

 살면서 남편의 부재로 인한 결핍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식당에 아이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가 다른 자리에 앉은 가족들이 함께 단란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 눈치를 살폈다. 놀이공원에 가서도 아빠 손에 매달려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가 지나가면 큰딸과 나는 작은딸의 손을 꼭 잡으며 손 그네를 태웠다. 학교에서 가족 신문을 만든다고 가족사진을 가져오라고 해도, 아빠 직업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받아 와도 맘이 아팠다. 많이 미안했다. 아이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많이 안아 주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일뿐…….

 아이들은 밝고 예쁘게 자랐다. 아이들과 난 끈끈함, 유대감, 연대, 동지애를 쌓아 갔다. 우린 모녀지간이 아니라 친구고 동지였다. 10여 년간 이렇게 견고하게 쌓아 온 우리만의 성에 갑자기 나타난 남편이 침입자처럼 느껴진다. 혼란스럽다. 아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큰딸이랑 마트에 갔다. 아이가 칫솔을 고른다. 주황, 노랑, 파랑, 초록, 네 개가 들어 있는 칫솔 한 세트다. 다음날 저녁, 퇴근 후 집에 가니 욕실 칫솔 통에 새 칫솔 네 개가 꽂혀 있다. 큰딸이 색깔마다 이름표를 달아 놨다. 엄마, 아빠, 큰딸, 작은딸.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눈에 밟히고, 맘에 걸리던 남자 친구의 칫솔을 치우며 맘이 아팠다.   남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당신이 우리 집에 올 때가 제일 행복했는데 그 행복을 뺏긴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속상    해.” 

 답이 왔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 


                                                           (작은책 2008년 12월호)

<보기 글 2>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도 고맙다


어느 날 새벽, 자고 있는데 큰딸이 내 방으로 건너 와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온다.


“엄마, 나 우울해” 그러더니 “흑흑!” 하고 운다. 갑자기 잠이 확 깨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바로 전날 우울증, 공황 장애로 치료받고 있는 친구의 문병을 다녀온 터라 딸의 말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가 불안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훈이가 뭐라고 그래?” “아니, 그냥~ 그냥 우울해.” 훌쩍이며 말한다. 일단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남자 친구인 훈이란 놈과 싸운 것도 아닌 모양이다. 다행이다.


“딸, 엄만 이 나이에도 가끔 우울해. 나도 니 나이에 그런 적 많았거든? 괜찮아, 괜찮아, 에구, 내 새끼.” 꼭 끌어안고 누워서 등을 토닥토닥하는데 맘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듯 아프다. 말만 에미지, 아침에 아이들 자는 모습 보고 나와서 잘 때 들어가는 생활이 몇 달째다. 아이들 방학 때는 하루도 같이 놀아 주지 못했다. 주말도 없이 보름 동안 80시간 가까이 교육을 받았다. 새로운 업무에 빨리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렸다. 회사 일에, 교육에 치여 대화할 시간도 부족하고, 남들처럼 풍족하게 키우는 것도 아니고, 엄마 대신 놀아 줄 아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잘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눈물이 난다.


“엄마, 나 어른 되기 싫어. 불안해.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까, 이렇게 시간 낭비하며 살고  있는데, 내 또래 애들은 내년이면 고3이라 정신없이 공부하며 살 텐데, 대학도 가구 그럴  텐데, 난 그동안 한 게 아무 것도 없구, 내가 한심하구, 뭘 해야 하는진 아는데 하게 되진 않구… …. 의욕이 없어. 살고 싶지가 않아” 하며 또 흐느낀다.    


그랬구나, 네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몰랐다. 그동안 딸내미를 세상 모르는 철없는 계집애, 여섯 살 어린 동생하고 티격태격 싸우고 그러다 낄낄대고 노는 걱정 없고 속 편한 계집애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밝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아이였다. 나랑 말도 생각도 잘 통하는 친구 같은 딸이었다. 그런 딸이 이렇게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있는지 몰랐다. 아, 나야말로 정말 한심한 엄마다.


“딸, 걱정하지 마. 니가 뭘 해야 하는지 아는데, 지금 하고 싶지 않다면,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면 돼. 언젠간 하고 싶은 날이 올 거야.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할 수도 있을 거구. 그리고 학교는 남들보다 한두 해 늦게 다녀도 되는 거구. 야, 또 그까짓 대학 안 다니면 어떠냐? 일단 재밌게 지내. 니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을 때까지 이것저것 하며 놀아 보자. 알았지? 아이구, 난 아까 우리 딸 큰일 난 줄 알구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흐흐.”


맘은 천근만근인데 딸의 말을 가볍게 받아 주고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며 내 사춘기 때 얘기를 들려 주며 밤을 샜다. 날은 훤히 밝아 오고 딸은 잠이 들었다. 아, 회사 가기 싫다. 오늘 하루쯤은 아이랑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달리 핑계를 댈 것도 없고 회사를 빠질 수가 없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회사에 가는 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새벽에 딸과 있었던 얘길 친구에게 전하니, 병원엘 데려 가란다. 우울증 초기 증세일 수 있다고 한다. 맘이 심란하다. 옥상 문을 열어 놓고 온 게 맘에 걸린다. 비몽사몽, 하루가 어떻게 지난 건지 모르게 일을 했다. 업무를 마치고 ‘오늘은 열 일 제쳐 놓고 칼퇴근을 하자’ 맘을 먹고 집엘 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큰딸내미는 지 동생이랑 깔깔거리며 잘 놀고 있다.


“엄마, 또 나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 정말 기운 빠진다. 하지만 고맙다.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도 고맙다. 하루 종일 잘 먹었구나. 참, 사람 맘이 간사하다. 엊그제만 해도 쌓인 설거지를 보면 “너흰 왼종일 집에서 뭐하구 자기가 먹은 그릇 하나 안 닦아 놓니?” 하고 잔소리를 했을 텐데… ….


그날 이후 하루하루 큰딸내미 표정을 살피며 지냈다. 여전히 바쁘고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지만, 날마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서 무얼 하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딸은 친구들과 배낭여행 준비 모임을 하면서 기분이 많이 나아진 모양이다. 울진에서 무주까지 무전여행을 한다고 자료를 찾고 회의를 하고 바쁘게 지낸다. 우울한 표정도 찾아볼 수 없다. 무전여행 중에 히치하이크도 한다고 들떠 있다.


“야, 요즘 세상에 니들이 길거리에서 차 잡는다고 태워 주기나 하겠냐? 적어도 엄마 미모 정도 되는 사람이 하나 있어야 세워 주구 그러는 거야, 임마.” “헉! 아니거든? 작년에 선배들이 무전여행 할 때 트럭도 많이 탔다고 했거든?” “그래, 그래. 어디 잘해 보셔. 낄낄낄!”  딸은 여행을 재미나게 준비하고 잘 다녀왔다. “엄마, 아직 세상이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인심도 좋고 고마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뎠구나, 많이 건강해져서 돌아왔구나.’ 대견하다 생각했다. 안정을 찾았나 보다 맘이 놓였다.


회사에서 2박 3일 엠티를 간다고 한다. 가까운 인천 어느 섬이다. 아이들만 놔두고 며칠씩 집을 비우는 게 불안하다. 작은딸은 개학도 했는데, 아침에 잘 일어나서 학교를 갈 수 있으려나, 알람 소리도 못 듣구 자는 애들인데… …. 밥은 챙겨 먹기나 할까? 맘은 무겁고, 며칠 전부터 신경성 위염으로 몸도 고달프고, 멀미도 하고 에혀, 그래도 내가 입사하고 처음으로 전 직원이 함께 모이는 자리인데 기운 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 랄랄라 즐겁게, 표정은 밝게!


오후에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쉬고 있는데, 큰딸이 문자를 보내왔다. “후니랑 헤어졌어요.” 훈이는 몇 달 전 딸이 처음 사귄 남자친구다. 어제도 새벽 세 시가 넘도록 둘이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다. 문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애가 겨우 마음의 안정을 찾았나 싶었는데, 이 일을 어쩌냐, 정말!


“왜? 무슨 일이래? 만났니?” “전화로. 엄마 나 속상해 죽겠어요, 이잉” 문자로도 딸이 얼마나 속상한지가 느껴진다. ‘얘가 얘가 나쁜 생각하면 어쩌지?’ 당장에 전화를 걸었다. “왜 그래? 너희 싸웠니?” “아니이, 엄마, 집에 오면 얘기할게.” 울먹이며 말한다.


‘배고파 죽겠다. 아파 죽겠다. 보고 싶어 죽겠다. 짜증나 죽겠다.’ 걸핏하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그냥 누구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속상해 죽겠다’는 딸내미 말이 이렇게 불안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아, 왜 하필 내가 집을 떠나 있을 때 이런 일이 있는 거냐. 사실 딸내미랑 같이 있어도 딱히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을 테지만, 엉엉 우는 놈 안아 줄 수는 있을 텐데… …. 얼마나 맘이 상하고 아플까 생각하니 내 속이 더 쓰리다. 가슴이 아프다.


최백호라는 가수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말도 안 된다. ‘실연의 달콤함’이라니! 그리고 이 나이가 뭐가 어때서!


작년 이맘때 내가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자 생각하고 전철역 의자에 앉아 있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내 눈엔 뵈는 게 없더라. 하염없이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휴지를 건네 준다. 고갯짓으로 고맙단 인사를 하고 눈물도 닦고 코도 풀었다. 하나도 안 쪽팔리더라. 그냥 죽고만 싶더라. 그런 심정이란 걸 내가 아는데, 내 새끼가 얼마나 아플지를 알겠는데 엠티가 즐거울 리 없다. 일정 내내 겉으론 웃고 맘으론 울었다. 몸은 섬에 마음은 집에 가 있었다. 이틀 밤이 어서 지나기를 바랐다. 제발 아무 일 없이… …. 딸이 나쁜 생각 안 하게… …. 아, 훈이란 놈, 처음부터 정말 맘에 안 들었던 놈이다. 감히 지 놈이 내 딸 맘을 아프게 하다니, 괘씸하다. 나쁜 놈! 그지 같은 놈!


내 맘 같아서는 “그런 놈하구 잘 헤어졌어. 세상에 남자가 그놈밖에 없냐? 더 멋지고 근사한 애들 많아. 그런 놈 때매 맘 아파하구 그러지 마. 눈물도 아까운 놈이야” 이러구 싶다. 하지만 위로랍시고 하는 이런 말이 딸내미 속을 더 뒤집어 놓는 말이란 걸 안다. 참자, 참자. 지금은 딸내미를 진정시키는 문자를 보내야 한다. 아주 상투적인 거, 하지만 진심을 다해… ….


“지금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담담하게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힘내라.”


바로 답이 왔다.


“엄마, 고마워요.”


딸아, 엄만 네가 더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잘해 주지 못해서.


                                                             (작은책 2009년 10월호)




<글쓰기 훈련 1> 무엇을 쓸까? ‘마인드 맵’









































<글쓰기 훈련 2> 무엇을 쓸까? ‘생애 곡선’









































<글쓰기 훈련 3> 어떻게 쓸까? ‘짧은 글쓰기’


- 단편적인 글쓰기는 생각이 두서없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우리의 머릿속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론이나 결론을 염두에 두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종이에 쓰는 것이다. 완성된 글은 더 이상 고치지 말고 그냥 두면 된다. 글을 쓸 때마다 ‘잘 쓴 걸까?’라고 의심할 필요는 없다. 짧은 글쓰기는 글쓰기의 부담감과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글쓰기 훈련 4> 어떻게 쓸까? ‘자유롭게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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