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글쓰기
자료-1)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자료-2)
방학식날 통신부를 받았다. 1학년 1학기건만 6에서 10까지의 점수로 성적을 표시할 때였다. 나는 평균은 8점이었지만 사사오입한 8인 듯 9가 둘이고 나머지는 온통 7이었고 창가는 최하위인 6이었다. 엄마는 나한테 공부하라고 성화한 적이 없고, 숙제 한번 제대로 봐 준 적이 없었다. 학군까지 어긴 극성 엄마이면서도 학교 보내는 것 외엔 공부에 따로 신경을 써 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 엄마가 내 통신부를 보고 기함을 하게 놀란 걸 보면 무관심조차도 내 자식은 안 가르쳐도 잘 하려니 믿은 엄마 식의 교만이 아니었던가 싶다.
-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중에서
자료-3)
신문을 펼치면 숱한 소식들이 마치 물고기떼처럼 튀어나온다. 사건 사고도 많고, 온갖 다툼의 목소리도 높다. 어지러운 세상 한판 그대로이다. 어디다 눈길을 주어야할 지 모른 채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지면을 넘긴다.
1면에서 마지막 면의광고까지 다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몇 분. 좀 더 궁금하거나 혹은 무료해서 지면을 다시 뒤적거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굵은 활자로 뽑아놓은 제목만 훑어보고서 나머지 이야기를 짐작해버린다. 때문에 신문기사의 제목은 단 한 줄로 압축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물론함축성도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 임종일 ‘기사제목, 신문의 힘’ <한겨레, 2003.5.8>
자료-4)
옛날 중국 촉(蜀)나라 땅은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안개가 자주 일어나는 탓에 해를 보는 일이 드물었는데, 어쩌다 해가 들면 개들이 그 해를 괴상하게 여기고 놀란 나머지 사납게 짖어대었다고 한다. 이를 ‘촉견폐일(蜀犬吠日)이라 하였다. 무릇 식견이 좁은 자가 남의 훌륭한 말이나 올바른 행동을 보고, 도리어 놀라고 기이하게 여겨 비방하는 것을 두고 쓰는 말이다.
- 임종일 ‘촉견폐일’ 도입부분
자료-5)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대회의 한 경기에서 텅 빈 관중석을 보고 놀랐다. 한국 팀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에 한국인들은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인들이 박세리, 박찬호에 열광하는 이유도 경기 그 자체보다는 그들이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국내 언론들은 스포츠 스타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 각계 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제인, 문화예술인들을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추켜세운다.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높인 사람이면 누구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추대한다. 심지어 외모만 한국인지 한국어도 못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엄연한 외국인까지 한국인으로 취급한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라도 한국 민족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자랑하고 싶어한다. 나는 이런 모습이 민족의 열등감과 빈약한 문화 정체성의 표현이라고 본다.
- 현택수, ‘혈통주의 벗어난 문화다원주의’ 도입부분
자료-6)
디지털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어떤 책에서 신데렐라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있다... -중략... 그런데 과연 현실이라면 그런 방법으로 신데렐라를 찾을 수 있을까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 중략
만일 신체상의 특징을 기호화하여 분류해 두었다면 신데렐라를 찾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눈동자 색깔, 머리 새깔, 키, 목소리, 발 사이즈, 피부색, 얼굴형, 체형 등이 콛드화 되어 있다면 신데렐라를 찾는 것은 엄청나게 쉬워진다. - 중략... .이처럼 디지털이란 지식에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수량화, 기호화하는 것으로 시간과 경비를 절약한다는 의미에서 효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정희모, ‘아날로그와 디지털’ 도입부분
자료-7)
2009년은 잔인하게 시작되었다. 시민 5명과 경찰 1명이 불에 타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한국사회가 웬만큼 발전과 진보를 이뤘다고 자족하려 할 때마다 우리의 뒷덜미를 잡는 야만적 사건이 일어나곤 했지만, 용산 참사는 어느 사건과 다르게 느껴진다.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국가공권력에 의해 시민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만큼은 없으리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기초가 억압적 국가기구의 민주화에 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징표가 아닐 수 없다.
- 김종엽, ‘스스로 다스림으로 한해를 시작하며’
자료-8)
## 고쳐 쓰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
- 같은 문장이나 문구, 단어를 되풀이하지 말 것
-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할 것
- 제3자의 눈으로 검토할 것
- 컴퓨터 화면으로 교정하지 말고, 프린트해서 검토할 것
- 소리 내어 읽어볼 것...
자료-9)
..... 이제 우리는 어떤 것도 숭배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어떤 것도 신성한 무언가로 간주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우리의 언어, 의식, 사회 등 모든 것을 시간과 우연의 산물로 다룰 수 있는 그런 지점에 도달했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면, “우연을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다룰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 배식한, ‘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 끝 부분
자료-10)
지난 밤,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던 고속버스가 커브길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전복되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교통사고가 잦은 곳인데다 버스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했다고 한다.
자료-11)
인간의 이성 능력은 보편적 능력이다. 이는 일상생활이나 학문활동에서 의사 소통과 토론의 규칙으로 존중해야 할 논리적 표준이 오직 한 종류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논리와 논리학에 대해 잘목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심리적 연상을 논리적 사고로 혼동하거나, 논증을 논리와 동일시하거나, 본질이 다른 여러 가지 논리나 논리학이 있다고 오해하거나, 어떤 사람이 한때 사용한 논증의 구조, 이론의 구조, 설명의 구조 등을 논리학에 의해 확립된 객관적 표준으로 착각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오랜 세월동안 논리와 논리학을 빙자하여 시가와 협잡과 비정한 짓을 일삼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일은 특히 법률이나 도덕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정치와 경제의 영역에서 많이 저질러졌다. 해방 이후의 현대사만 살펴보더라도 이런저런 이데올로기 신봉자들과 여러 정권에 빌붙은 사람들이 불법이나 부도덕을 호도하기 위해 아전인수의 논증을 남발했던 일과 탐욕에 사로잡혀 개인적으로 비정한 짓을 한 사람들이 책임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어불성설의 논증을 떠벌렸던 일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좋지 못한 행동을 본의는 아니지만 논리상 어쩔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위장함으로써 모든 오명을 논리에 뒤집어 씌웠다. 우리 사회는 이런 지적 혼란 속에서 논리에 대한 환멸과 함께 혐오감과 적대감을 키워왔다.
- 곽광제, <논리와 철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