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목회와신학 94년 6월호
필자:최재덕
에던버러대학교-장로교 전통의 광맥 이은 개혁자적 학문세계
"주여 스코틀랜드를 나에게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던 종교개혁자 존녹스(John Knox)의 후예들이 오늘도 에딘버러대학 신학부(University of Edinburgh, Faculty of Kivinity)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저너에는 여러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던 신학교 였지만 1846년에 정규 신과대학으로 설립되었다. 그후 한세기 반이 지난 오늘날까지 영미권의 개혁신앙과 전통의 형성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곳이다. 먼저 이 학교가 자리한 스코트랜드의 지리적, 종교적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형성과 특징
오늘날의 영국은 문자 그대로 남쪽의 잉글랜드, 북쪽의 스코틀랜드, 서부의 웨일즈, 에이레 공화국이 있는 섬의 북쪽지방인 북아일랜드라는 이름 그대로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내려온 나라들이 15세기 이후 합쳐져서 생겨난 국가다. 따라서 오백만 여의 인구를 가진 스코틀랜드 국민들은 사천 팔백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잉글랜드 사람들과 달리 스코틀랜드를 하나의 독립된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에딘버러는 오랫동안 스코틀랜드의 수도였기에 인접한 글라스고우, 아버딘과 함께 예부터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중심도시다. 북쪽의 아덴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도시에는 왕이 통치하며 기거했던 성이 중심에 있고 돌로 지어진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고풍스러운 데다가 사업혁명이 일어나기 전부터 도시 계획을 하여 주요건물을 보존해 왔기 에 도시 곳곳은 역사적 유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를 보려면 에딘버러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게 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왜 이렇게 하나의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되었는지 더 분명해진다. 로마제국이 유럽에서 맹주로 있으면서 잉글랜드 지방을 다스릴 때 (TheRoman England) 북부 동쪽 뉴카슬(NewCastle-Upon-Tyne)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뻗어있는 하드리안성 (Hadrians'Wall)을쌓아 북부 스코틀랜드를 경계하였다. 그런 저런 이유로 그들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인종적으로도 다르다. 스콧, 스코트맨, 스코티시 (Scot, Scotman, Scottish)라고 불리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잉글리시 또nglish)라고 불리는 잉글랜드 사람들과는 달리 에이레, 웨일즈에 사는 사람들처럼 셀틱(Celtic) 종족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중세 수도원 운동의 발상지인 에이레사람 콜롬바 (Columba)라는 인물에 의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전파되어 오늘날의 셀틱 기독교권(Celtic Christianity)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리적,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영향으로 인해 남쪽 잉글랜드에서는 로마 카톨릭의 영향을 받다가 나중에 독립한 성공회(The Anglican Church)가 북쪽 스코틀랜드에서는 칼빈, 루터 등에 의해 주도된 개혁교회와 궤를 같이하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탄생하게 된다. 오늘날스코틀랜드 교회 (Church of Scotland)라고 불리는 교단은 곧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를 의미하는 것이다 나라 이름을 교단 이름에 넣은 장로교단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스코틀랜드에서 영미권 특유의 장로교단이 형성되어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은 1647년 신학교와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준비되어 많은 장로교회가 신앙규범으로 채택했으며 우리나라 장로교 헌법에도 이판을 수록하고 있다. 에던버러대학 신과대학, 뉴칼리지의 역 아이런 장로교 전통 위에 세워진 신학교가 오늘날의 에딘버러대학 신학부이다. 행정적으로 속해있는 에딘버러대학은 어떤 대학인가? 1583년 제임스 6세에 의해 세워져 밭전된 대학으로 철학자 데이빗 흄 9. Hume), 문호 월터 스코트 (W. Scott) , 스티븐슨 (R. Ste-venson)등을 배출했고 2314명의 전임교수와12,000여의 학부생, 3500명의 대학원생이 연구하고 있는 학교다. 영국의 오십여 크고 작은 종합대학 중 하나로 신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법학, 의학, 수의학, 자연대학, 공학, 음악 등 120여 과로 구성된 종합대학 (TheUniversity of Edinburgh)"1다. 그러면 신학대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1846년6월 3일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목사요 개혁자였던 토마스 차머 (Thomas Chalmers)가 뉴칼리지의 초석을 세우고 올바른 신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설교를 한 뒤 시작되었다. 뉴칼리지 (New College)라고 불리는 고색창연한 신학부 건물은 에딘버러 성이 있는 언덕 위에 있고 스코틀랜드 장로교 (The 존 녹스가 스코틀랜드 졸교)∼멱블 위해 일했던 세인트 자일즈 교회 Church of Scotland)의 상설 총회 회의장frhe Assembly Hall)이 학교 안에 있어 교단과의 밀접한 유대를 보여준다. 매년 총회가 모이면 전통적인 의상을 입은 회장단과 일련의 대표들이 입장하고 여왕은 축하사절을 보내는 전통의식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어 개혁초기에는 어땠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신학대학이 가진 이런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오늘날도 개혁자들의 신앙과 전통을 이어받기를 원하는 신앙의 순례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존 녹스가 개혁을 주도했고 시무했던 세인트 자일즈(St. Giles) 교회가 50여 미터 떨어진 구시가지에 있다. 또한 왕의 권세에 반대하여 신앙의 자유를 지키다 순교한 계약자 Cfhe Covenanters)들과 개혁을 위해 애쓰고 핍박받던 많은 사람들의 역사가 곳곳에 숨쉬고 있는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더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개교 이래로 지금까지 학교를 이끌어온 학장, 교장, 교수들의 초상화를 학교 세미나실과 총회회의장 등 곳곳에 걸어놓아 과연 영국은 전통을 중시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 및 대학원 교육제도
1. 학풍 영국대학은 대부분의 경우 학과에 정교수(Professor)가 한 명 있고 그 각학과의 교육방향, 행정전반을 책임지고 이끌어간다. 따라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그와 더불어 우리로 말하면 거의 교수급인 리더 (Reader) , 부교수급인 시니어 렉쳐러(Senior Lecturer) , 조교수급인 렉쳐러 (Lecturet)가 있다. 그간 여러 학자들이 이 학교에서 가르쳤고 오늘도 바른 신학교육을 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2. 교수진
(1) 성서신학 영국 성서신학은 성서본문의 해석을 중시하면서도 중요한 현안과제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강조한다. ①구약학 전통적으로 구약학이 강한 뉴칼리지에서 가르친 사람 중에 는 오늘날 많이 쓰이는 히브리어 문법입문서와 히브리어 문장론 및 14권에 달하는 책을 쓴 데이텟슨(A. B. Davidson)이 있다. 그 후로 많은 저술을 한 웩치(4. C.Welch) 와 지혜문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랭킨(0.5. Rankin), 다니엘서 주석을 쓴 포티우스(N. Porteous)등이 명성을 유지해 왔다. 또한 「이스라엘의 역사와종교」외 많은글을 썼고, 금세기 구약학에 큰 업적을 남기고 지금도 여러 학술토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앤더슨(G. W. Anderson)과 현대 구약학에 1한 중요한 책을 쓴 제임스 바(lames Barr)7오랫동안 가르쳤다. 현재는 구약 히브리어 사전 저자인 드라이버 (G. R. Driver) 밑에서 9년간 연구하였고 우가릿 등 중근동 언어에 관한 책을 쓴 깁슨(1. C. L. Gibson)이 정교수로 있고 이모스 주석 등 여러 주석을 쓰고 영국 구약학의 선두주자 중의 한사람으로서 구약에 관한 저술 과학 술논문들의 심사, 편집을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구약학과에랍비 문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수인 혜이만(4. p Hayman)이 있다는 점이다. 그와 전임자들의 노력으로 중간기 유대문헌이 도서관에 골고루 잘 갖칠져 있어 본인도 연구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근래 예레미야 애가에 관한 주석을 저술한 학자인 프로반(IProvan)이 열심히 학문활동을 하고 있다. ②신약학 이 학과를 이끌어온 여러 교수가운데는 바울연구에 집중하여 많은 책을 낸 케네디(H.4.4. Kenne-dy)와 주로 공관복음을 연구하고 「누가복음 주석」, 「예수 메시알」등의 저서를 낸 맨슨 OV. Manson)이 있다. 특히 맨슨은 도드(C. H. Dodd)와 함께 영국신약학을 대표하는주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 볼 수 있는 맨슨 (T. W. Manson)의 동생이며 독창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학문활동을 한 학자다. 마가복음 주석을 쓴 앤더슨 (H. Anderson)과 본문비평분야의 중요업적을 남긴 모이어(Moir) 교수가 뒤를 이었고 현재는「사도행전」 ,「요한1서의 문제」, 「갈라디아서 본문비평」 , 「메시야 예수의 공생애 연구」 , 로마서주석, 「성서적 권위」의 저자 오닐 (1.C.0'Neill)이 정교수로 있으며 끊임없는 창조적 생각을 펴고 있다. 그와 더불어 성서원어분야에서 많은 기고를 하면서 「빈곤문제」 관한 책을 쓴 밀런(D.Mealand) , 고린도서에 심취하고 있는 템플턴 (D.A. Templeton) , 성서해석학과 윤리를 가르치는 맥도날드(J.I.H. McDonald)가 부교수로 있다. 신약과에는 특별과정으로 매주세미나가 있는데, 한 주는 고급헬라어 (필로나 조세푸스)를 읽고 다른 주에는 유명교수와 강사를 초빙 토론시간을 가진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토론하는 학문적 훈련을 하게 된다.
(2) 역사신학 이 학교는 스코틀랜드 안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과 장로교회에 관한 많은 기록과저서가 있는 보물창고라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이곳에서 필요한 문헌을 읽고 연구하며 개신교회 역사연구에 이바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웰시(D. Welsh) , 맥이완(A.R. MacEwan), 와트(H. watt), 스티븐슨( Stenvenson), 왈레스(R.Wallace),맥키논(Mackinnon), 번레이(J. H.S.Burleigh) 등 여러 교수가 가르쳤다. 현재는 사십대지만 박사과정 중 2년간 뉴칼리지에서 토마스 차머에 관해 연구한 바 있는 브라운(S. J. Brown)이 정교수로 있으며 역작을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학부 때부터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 졸업 후 곧장 가르치기 시작하여 많은 학자를 길러냈고 고전어에 능통하며 교부시대교회사에 정통한 라이트(D. F. Wright)와 근대 교회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로스(A. C. Ross)가 부교수로 있다.
(3) 신학과 종교학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뉴칼리지의 교수들은 특히 조직신학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여러 학자들이 거쳐갔지만 특히 「현대신학의 유형들」 , 「기독론」을 쓰고, 리출 (Ritschl)의「칭의론과 화해론」과 슐라이에르마허(Schleiermacher)의 「기독교신앙」을 번역하는 등 많은 저술활동을 한 맥킨토시(H.R.Mackintosh)와 「신론」 , 「현대역사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 「순례에의 초대」 등 많은 저술을 한 베일리(J. Bailie)와 「그리스도에 임재하신 하나님」. 「성례전신학」을 쓴 그의 동생 베일리 (D. M. Bailie)가 한동안 가르쳤다. 근래에는「Theological Science」, 「when Christ comes and comes again」 등으로 유명한 토란스( T. F. Torrance)와 철학적 논리적 신학을 연구한 맥킨타이어(I. Mclntyre)가 유명하다. 이러한 출중한 학자들의 명성을 의식하며 여러 교수들이 가르치고 있는데 「Jesus, The Man and the Myth」를 썼고 기독론, 삼위일체, 예수 그리스도의 현대신학적 의미 , 신론을 가르치는 막키(J. p. Mackey)가정교수, 신학과 정치상황을 줄곧 연구해온 키(A.A. Kee)가 부교수, 여성신학자페이지 (R.Page)가 상황과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가르치면서 세계개혁교회연맹의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부임한 밥콕 (P.Babcock)은 삼위일체와 성령론을 가르치고 있다. 종교학 분야에는 많은 저술로 비교종교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웨일링(F. Whaling)이 부교수, 그리고 구약과 종교학을 연구하는 와이어트(N.Wyatt)가 있다.
(4) 기독교윤리학과 실천신학 보통 미국에서는 완전히 독립되어 있을 이 두 분야가 뉴칼리지에서는 하나의 과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 이유는 교회의 과제를 연구하는 실천신학과 교회가 서 있는 삶의 자리를 연구하는 기독교윤리를 긴밀히 연결. 통합적인 접근을 시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영국 실천신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교회와 사회를 하나로 보고 연구한다는 것이다. 부차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이 두 분야의 학자들이 스코틀랜드 교회의 예전과 설교에도 정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는 훠레스터 (D. B. Forrester)가 정교수로 있다. 그는 일찌기 선교사로 인도에 가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기독교사회윤리와 선교를 결합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기독교와 사회봉사의 미래」 라는 책 외에 많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가 영국 일반대학에는 없는. 직제인 교장(principal)이라는 직함을 가지고있는데 이는 신학부가 종합대학으로 통합될 당시 교단과의 특별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목사후보생 지원, 교육과 같은 교단과의 협조사항을 책임지고 있다. 이 학과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온 여러 학생들이 선교신학을 연구하는 센터가 있고 선교사 경험을 많이 가진 교수들이 가르치고있다. 동남아 선교경험을 가진 노스코트(M.S. Northcott)도 이 학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6) 비유럽권 기독교연구센터 이 연구소는 선교학 특히 선교역사연구의 중심센터로 원래 아버딘대학에 있었는데 몇 년 전 뉴칼리지로 옮겨 온 영국·의 중요한 선교 연구소다. 월스(A. Walls) 교수는 선교역사를 전공한 학자로 보츠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서의 신학교육을 오랫동안 담당한 경험을 살려 연구소를 이끌어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선교와 신학교육을 위해 일했던 파라트(J, Parrat)는 문화와 선교연구에 정통하다. 그리고 선교사를 전공한 톰슨(J. Thompson)이 최근 부임했다. 이 센터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세계 여러나라의 학생들이 와서 토론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제선교학회지의 선교역사 부분을 고정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3.학문연구 (1) 토론과 세미나 중심의 교육방법영국에서의 신학연구는 그 특징을 잘 알아야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필자가 신약학을 공부하였기에 그런 방향에서 기술코자 한다. 영국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서로 만나서 배우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튜터(Tutor)제도로 알려진 이 방법을 계속하여 강조하고 있다. 교수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교과과정은 강의와 콜로키 (Colloquy)라고 부르는 토론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몇몇 미국 신학교에서는 이 토론학습을 프리셉토리알(Preceptorial)이라고 부른다. 요약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여러 개의 작은 조로 편성되어 토론학습을 한다. 이때 강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높은 수준에 이르기까지 교수학생간 질문, 대답을 자유롭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교수는 학생들의 신학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핵심을 보는 능력을 길러주게 된다. 물론 이런 방법을 택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을 다를 수는 없다. 필자는 영국교수들이 한 학기에 강의하는 양이 무척 적은 데 놀랐었다. 일년을 세개의 학기로 나눈다고 보면 한 학기는 보통2개월반 정도 기간이 되는데 예를 들어 마가복음을 강의하면 1 ∼3장 정도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교수는 분량에 신경쓰지 않고 깊이 있고, 독창적인 내용을 많이 강의할 수 있고, 학생도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매년 범위를 달리한다 해도 몇 년간이 지나야 한 복음서나 서신을 일독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토론학습을3∼4년만 하게 되면 모든 분야를 완벽히 파악하지는 못한다해도 학생자신이 어떤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주장을 펴고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된다. 이렇게 강의, 토론학습도 하지만 학생들은 교수가 학기초 제시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긴 보고서도 써야 한다. 열과 성을 다하여 많은 자료들 속에서 많이 생각하고 씨름하면서 학문적 깊이를 더하게 된다. 학기말에는 매일과목당 2∼3시간에 걸쳐 시험을 치게 된다. 교수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평가하게 된다. 이런 학문적 심화의 과정은 강의 일변도의교육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으로 한국신학교육도 점차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을 통해 강의 내용이 피부에 와 닿는 경험을 하고 장차 그것이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알찬 실력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토론학습 (colioquy)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세미나도 퍽 중시하는 학문방법이다. 과에 따라 다르지만 다양한 주제를 설정한 뒤 각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 최근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독창적인 연구주제에 대해 발표하게 한 다음 토론시간을 갖는다. 필자는 거의 매학기 이런 세미나에서 레제넨(H. Raisainan). 모톤 스미스(M. Smith),루츠 (U. Luz)같은 이름난 신약학자들이 자기 주장을 펴고 토론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때로는 토론에 참여하면서 도전도 받고 격려도 받으며 많은 것을 배웠음을 밝히고 싶다. 이 제도와 연관하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사람들답게 외국의 유명학자가 오게 되면 오래전부터 여러 신학대학에 연락해서 순회 강의일정을 짜서 되도록 많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유기적 협조체제가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2) 대학원 학제 영국에서는 국내인이든 외국인이든 교역학석사과정(M.Div; B.D) 이상을 공부하면 신학석사(M.Th.) , 그보다 높은 수준의 신학석사 (M. Phil) 그리고 신학박사(Ph.D.)과정에 지원 할 수 있다. 신학석사과정은 1년이며 한번의 등록금을 내며 몇 과목 강의를 들어 학점을 받고 마지막 학기와 여름방학 동안 논문을 써서 제출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신학석사(R.M.) 과정을 일년에 하는 셈인데 상당히 바쁘게 지내야 하며 강의를 잘 이해하여야 하고 상당한 분량의 논문을 써야 한다. 보다 높은 단계의 신학석사과정(M, Phil.)은 많은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위로Th. M. 과 Ph.D.의 중간쯤의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는 학위다. 두번의 등록금을 내는 2년 과정이지만 3년 안에 논문을 쓰게 되며 석사학위라는 말이 적절치 않을 정도로 거의 박사학위급의 높은 학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연구학위이므로 전문실력과 다독이 요구된다. 박사학위과정(Ph.D.)에 입학할 경우 대개처음부터 지도교수가 지정된다. 처음에는 M.Phil이나 제한부 연구과정 (Supervised Post-graduate Student)으로 입학하며 일년이 지날무렵 대학원위원회에서 연구능력을 엄격히 심의한다. 모든 면에서 박사과정 논문을 쓸 수 있다고 판단되고 또한 연구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박사과정 후보자 (Ph.D. can-didate)로 추천한다. 특이한 것은 박사과정에 소위 박사과정 강의를 들어 학점을 따는 박사학위취득을 위한 강의 (Course Work)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훌륭한 논문을 완성하는 데 온 정성을 기울이게된다 그래서 논문을 잘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논문을 지도하는 교수들의 강의는 다 듣게 되며 자신이 선택하여 필요한 강의도 듣게 된다. 논문언어인 영어는 물론 탁월한 수준이어야 하지만 학문의 객관성을 철저히 기하기 위해 외국저술도 충분히 읽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연구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성서 본문과 주변문헌을 읽고 다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성서원어 독해능력이 요.구된다.
(3) 연구의 진행 처음 박사과정에 입학하면 우선 지도교수를 만나 그야말로 사사(tutor)를 받게 된다. 일주일, 한달, 반년 등 주기는 다르지만 교수에게 한 장에서 삼 사십 장에 이르는 글을 제출하고 교수의 의견을 듣게 된다. 연구와 문제해결은 학생자신이 하며 교수는 방향제시만 하게 된다. 교수가 객관적 판단을 해줘야 다음 ?丙瓮? 진도가 나가게 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지도교수도 장차 논문을 심사할 다른 대학에서 올 논문심사교수(External Examiner)가 객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논문이 되도록 지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도교수는 논문의 성공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논문이 끝나기 전 지도교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불운을 맛볼 수도 있다. 논문을 쓰는 동안 학생은 적절한 운동으로 좋은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육신적인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적인 건강이다. 많은 경우 논문은 인내의 산물이기 때문에 연구 중에 그리고 교수를 만나는 전후 조용히 기도실에서 기도를 드리게 된다. 그래서 논문은 '하나님의 은혜' 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논문이 완성되면 대학원위원회에 제출하게 되고 위원회는 그 분야에 전문가라고 생각되는 다른 대학 학자에게 연락 그가 승락하면 두세 달의 시간을 주고 검토하게 한 뒤 시간을 정해 구두시험을 실시하게 된다. 말이 구두시험이지 논문전체를 놓고 질문과 답변이 계속된다. 외부에서 온 심사교수가 의장이 되고 지도교수와 학과에서 지명한 교수한 사람, 논문작성자가 앉아 심사한다. 영국에 다년간 체류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좋은 영어로 날카로운 질문을 뛰어넘어 지혜로운 대답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국사람들이 토론을 진행하는 세미나, 방송매체, 학회참석 등을 통해 토론문화를 익힐 필요가 있다.
(4) 연구능력 그러나 이런 것들은 연구의 방편일 뿐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독창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주제를 선택하고 밀고 나가는 신학적 사고능력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주제를 놓고 깊이 생각하는 습관과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자기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는 능력은 다년간 연습하지 않으면 발휘하기 어렵다. 박사학위는 박식한 지식을 목표로 해서는 자칫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박사학위자체는 지금까지 아무도 해놓지 않은 주제와 문제에 대한 독창적인 주장을 논리적 객관적 방법을 동원하여 옳다고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학능력, 논리적 사고능력, 끊임없이 산을 넘고 넘는 불굴의 투지, 난관에 봉착했을 때 뚫고 나가는(breakthrough)능력, 명확한 표현능력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 영국의 경우 학부 때부터 남의 얘기가 아닌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중시한다. 즉, 학문의 독창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양보다는 질. 그리고 깊이를 지향한다. 그래서 별로 크지 않은 이 나라가 신학부분에서도 좋은 학자들을 계속 배출해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논문언어인 영어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꾸 써보고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향상된다. 특히 잘 쓰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언어훈련은 집을 지을 때 벽돌을 쌓는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시간을 들여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면에 걸쳐 충분한 실력이 쌓아져야만 일생을 통해 학문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지도교수와 깊은 수준의 대화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게 되고 수많은 대가들이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의 핵심을 파악하면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사고를 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 및 연구시설
필자는 여러번 뉴칼리지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말은 모든 책이다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근 삼백년 이상 개혁교회 신학교육의 현장이었기에 고전어 · 영 · 독 · 불 등 여러 언어로 된 자료들과 중요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 게다가 일생을 통해 일하는 사명감 있고 친절한 사서들의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다. 영국대학 도서관들은90년 초 컴퓨터로 중앙통신망을 구축했기에 어느 대학에 무슨 책이 비치되었는지 알 수 있고 대출상태도 알 수 있어 연락하여 대출할 수 있다.
장학제도
일반적으로 영국대학은 외국학생을 위한 연구장학금(ORS) 외에 거의 장학금이 없다. 그리고 신학부분은 거의 배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박사과정학생은 등록금을 세 번 내야 하는데 상당한 액수고 또 생활비도 왜 들기에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하면 정신적 경제적인 문제에 매이게 되고 보다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진전도 없게 되기 때문에 잘 고려해야 한다.
졸업생들
우리나라의 각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에딘버러 대학에서 공부하였는데 윤보선 전 대통령이 고고학을 학부과정에서 공부한 이래로 많은 이들이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있다. 신학의 경우 장로교지역이라 처음부터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신학대학만 본다면 구약학을 가르치며 한신대 학장을 지낸 김정준 박사가 최초의 한국인이다. 그 뒤 여러 사람들이 연구했는데 필자가 기억하는 이들만 적으면 감신대 구약학 교수인 구덕관 박사(79) , 아세아신학대학 신약학교수인 박용만 박사(79), 장신대 구약학 교수인 이동수 박사(90)이다. 그리고 ' 92년에 마친 필자와 선교학을 연구하고 현재 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에 있는 최성일 박사(92),영남신학대학 조직신학 교수인 김동건 박사192), 호남신학대학 기독교윤리학 교수인 김동선 박사(94)가 최근 졸업생이 된다. 그 외에도 석 박사과정을 마친 많은 이들이 있지만 필자의 기억, 사정 등으로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최근에도 여러 교단에서 7∼8명이 와서 연구하고있다고 들었다. 모든 기독교인의 삶이 그렇지만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기 위한 신학 연구이기를 바란다 (Soli Deo Gloria).끝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말씀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시 126:5-6; 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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