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소풍>
안녕하세요? 최율가입니다.^^
이 '마음 소풍' 글을 쓰는데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쓸려고 하니까 부담되더라고요. 일기인가? 자기소개서인가? 사업 홍보인가? 등등. 그래서 그냥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이게 어떻게 분류되는가는 오로지 읽은 분에게 맡길게요.^^
음, 저는 요즘 시간이 많아요. 어디 매여있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죠. 아침에 눈 떠서 잘 때까지 제 마음대로 시간을 써요.
6시 아침체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어요. 신선 체조라고 두피 두드리기부터 눈, 코, 입, 귀 등을 얼굴 전체를 좍 훑다가 목운동에서 끝나요. 미소 명상까지 해서 딱 1시간. 미소 근육 만들기 작전을 벌인 결과 이제 사진 찍으면 웬만하면 잘 나오더라구요.
끝나면 아침 먹으면서 유튜브를 봐요. 요즘엔 어휴, 심각하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졌어요. ㅠㅠ 뉴스나 시사 콘텐츠 보면서 정보와 위로를 받아요. 오늘도 친구와 만나기로 했어요. 역사박물관 앞에서요. 우리의 민주주의를 잘 보듬고 가는 방법에 대해, 너무 당연한 결과로 귀착될 거지만 당장은 아슬아슬해서 어떻게 이 역사의 터널을 지날 것인가 고민하며 살고 있죠.
이틀에 한 번꼴로 숲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요. 숲이 아니어도 자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관찰 대상이 돼요. 최근 새롭게 발견한 것들이 있어요. 열매가 콩깍지처럼 올록볼록한 게 귀여운 회화나무가 가로수로 있다는 것, 남천의 열매 떨어진 곳에 하얀 자국이 귀엽다는 것, 벚나무 가로줄 무늬와 참나무 세로줄 무늬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추상 작품으로 보이는 것 등입니다. 키 큰 나무들의 겨드랑이에서 불어오는 냉기 가신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에서… 봄이 왔음을 알았고, 며칠 전엔 비둘기들의 아지트를 발견해서 기뻤습니다. 멸치 찌꺼기를 갖다 줄 수 있었어요.
나이 먹으니까 철학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주로 유튜브로 봐요. ^^ 공부 모드가 아니고 뭐랄까 살짝 쇼핑 모드? 이것저것 보다가 제 취향에 맞는 게 나오면, 이거 다, 하면서 반가워하죠. 자신의 가치 지향에 대해 누군가 잘 정리된 언어로 듣는 명쾌함이 있어요. 메를로 퐁티와 칼 야스퍼스, 부처님, 만델라, 다 존경해요. 가치의 충돌을 경험해도 퍼즐 맞추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요.
그리고 또…. 관심사가 있다면, 일반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결과는 풍성한 예술 체험이 뭐 있을까? 이거 오래전부터 궁금했어요. 2014년인가, 과학 해설자과학커뮤니케이터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었는데 예술의 영역에도 응용해 보고 싶더라구요. 대중을 예술에 쉽게 만나게 하는. 그래서 틈틈이 마음속에 꼬불쳐 놓은걸, 이제 조촐하지만, 작업실이라는 게 생겨서 날마다 실험, 연습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책갈피 만들기가 재밌더라구요. 미니멀한 게 좋았어요.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작품들 좋아해요. 추상화가 유영국, 수묵진채화가 유양옥. 그분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가슴에 흥건히 젖어 드는 뭔가가 있어요. 처음엔 작은 화면이니 책갈피로 쓰면 되겠네, 그랬지만 굳이 책갈피가 아니어도 그냥 자체로도 작품이 되더라구요.
지난번 몇몇 쌤들 모시고 했던 집들이 체험활동 땐 목련잎만 사용했는데 짐 정리가 되면서 쓸 수 있는 재료가 늘어났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이끼예요. 뿌리까지 말린 작은 이끼가 커피색 번진 한지에 깜찍하게 잘 어울려서요. 요거는 재료와 바탕지 바꿔가며 시리즈로 계속해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또 식물 석고 부조라는 게 있는데 저에겐 매우 유혹적이에요. 찰흙 판에 식물을 찍어 생긴 굴곡에다 석고를 부어 만들어요. 우리나라에선 석고를 주로 손 찍기에 많이 활용하는데 식물 부조는 드물더라구요. 식물의 잎과 줄기가 섬세하게 도드라진 모양을 보면, 볼수록 신기하지만, 반추상 작품에서 멈출 것 같아요. 봄꽃이 나오면 왕성하게 하게 될 거 같아요. 이 밖에도 미술 활동 쪽으론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하고 싶은 목록을 떠올리면…. 가슴 설레죠.^^
이 미술 체험활동과 더불어 저의 일상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NVC '비폭력 대화'예요. 32살 때부턴가 시작해서 이 나이 되도록 여러 마음공부를 탐색해 왔는데 현재는 여기가 압도적이에요. 매 순간이 수행이고 결과가 금방금방 나와요. 분명 '대화'를 붙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내면세계와 바깥 세계로 좍 확장돼요.
자기가 스스로에게 가하는 폭력이 진짜 심각하죠, 생각의 형태로. 자기에게 폭력을 쓰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폭력을 쓴대요. 뇌과학이 밝혀냈죠. 이런 점에서 저는 도움 많이 받았어요.
안다고 곧바로 실천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아침 6시 온라인 낭독을 만들어 돌아가며 책 읽기를 했어요. 15분은 신선 체조와신선체조와 명상, 낭독, 인상 깊은 문장 단톡방에 올리기 등. 헌재 탄핵 판결 다음날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NVC 4단계 연습을 넣으려구요. 포스트잇에 관찰-느낌-욕구-부탁, 이걸 자신의 생활에서 사례를 찾아 간단히 써 보는 거로요. 이렇게 꾸준히 14일 하면 셀프 코칭이 되죠. 중요한 깨침, 내딛음이 있을 때마다 저는 AI로 노래를 만들어 놓아요. 산책할 때 듣기도 하고. 그러면 적어도 퇴보는 않는 것 같아요.
음, 제가 자신 있게 자랑할 만한 게 있어요.^^ 밤 9시만 되면 제 아이들과 줌으로 만나요. 화~금. '가족 낭독'이라 이름 붙였는데 파도 파도 샘물처럼 뭐가 나오는 '비폭력 대화' 책 한 권을 떼었을 때 뿌듯했어요. 요번엔 연습문제가 많은 NVC 교재를 하게 되었어요. 어제 나갔던 진도는 "너 언제 결혼할 거니?" "우리 헤어지자." "그러니까 이혼당했지." "살 좀 빼라." 등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에 4가지 대처 방식에 관한 거였어요.
이런 언어폭력이 왔을 때 일반적으로 자기 학대형, 상대방 공격형, ?NVC 솔직하게 말하기 형, NVC 공감으로 듣기형 등의 4가지 타입이 있는데 각자 돌아가면서 살짝 다른 버전으로 표현하죠. 하면서 깔깔 얼마나 웃는지요. 가족이 같이 NVC 공부를 하니 좋은 점은 그 핑계로 늘 만날 수 있어 서로의 소식을 알 수 있고 엄마인 제 입에서 일체 잔소리가 나가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책 안에 이미 상식을 넘어선 깊은 통찰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책 속의 사례와 자신의 상황을 연결하면 늘 화제 만발 집단상담이 돼버려요.
NVC는 제 생활에 전방위적으로 활약합니다. 며칠 전 인천에서 친구가 찾아왔어요. 올해 두 번째 방문인데 오면 제가 잘하는 콩죽과 무전, 여러 나물 반찬으로 점심을 대접하고 미술 체험 한 가지 하고 같이 골목을 지나 산으로 가요. 산은 제가 사는 곳에 바로 연결되어 있고 굴곡이 심한 코스와 완만한 코스가 있죠.
아시다시피 산에 가면 자연의 회복력이 작동하잖아요. 햇빛, 나무, 흙 내음, 바위, 새소리…. 토속적인 음식과 불광동 골목길은 어린 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소환하죠. 예술 활동은 표현과 감상을 통해 정서적 유연함과 자존감 향상에 도움 되죠.
하지만 친구는 잘 알고 있어요. 뭐니 뭐니 해도 가려운 곳 긁어주는 시원함 만한 게 없다는걸. 정확히 말하면 친구의 고민을 NVC 언어로 통역하거나 발굴해 주는 역할입니다. 친구는 지난번엔 친척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요번엔 같이 며칠 해외여행을 했던 한 멤버의 한마디에 상처받은 걸로 이야기를 풀었지요.
저는 주욱 경청하다가 친구가 자기의 느낌과 욕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친구가 못 찾아내면 혹시 이런 것도 있어? 하고 물어봐 주고 중간중간 친구의 이야기를 정리 요약해 주고. 그러면 친구는 그걸 디딤돌 삼아 한 걸음 더 들어가요. 문제 해결자는 당사자니까요. 그리고 어느 순간 활짝 웃으며 저한테 고맙다고 하죠.^^
몇십 년 NVC를 공부한 분들과 저를 굳이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그분들의 길이 있고 저는 저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공부하는 여정에서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행복 교실 덕분에 지난번 정기총회 때도 다채로운 이벤트 감사했습니다. 얼마 전 한양도성 나들이도 좋았구요. 참여할 때마다 저는 영감을 받습니다.
무엇이든 감사히 잘 먹고 제 나름으로 소화하고 사람들과 나눌 게 있으면 나누고. 이러면서 늙어가고 싶어요. 이러면 행복한 독거노인이 될 거 같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