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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스크랩] 대장간에서

작성자리울(김형태)|작성시간23.06.10|조회수7 목록 댓글 0

                     대장간에서  

 

                                              -----시 / 리울 김형태

 

 

강해야 키워야 한다.

내 아이는 무조건 실팍하게, 특별하게 키워야 한다.

오늘도 뚝딱 뚝딱, 대장간마다 요란하다.

 

얼마나 몰아세웠기에 저토록 시뻘겋게 달궈졌을까?

노을 같은 몸뚱이가 식을세라 복날 개 패듯 두들긴 후

찬물에 풍덩 던져 숨을 죽이고……

 

한 손은 끓는 물에, 또 한 손은 얼음물에 넣었을 때

널뛰는 통점의 혼란이 이러할까?

아이는 이제 축 늘어진 어둠의 두께로 말미암아

본래 자리로 돌아갈 방향과 시간까지 잃어버리고

그저 대장장이 뜻대로 조밀한 결정립을 머금게 된다.

 

끊임없는 망치질, 냉온욕 같은 스트레스와

일갈하듯 서있는 깜깜한 빛에

선결함들은 엉금엉금 기어 결정립 면으로 이동하고,

어느새 이상적 자아는 현실적 자아에 엉겨붙어

부드러움마저 눈을 감으니

더는 제자리 찾아갈 수 없는 것…… 

 

그러나 강하면 부러진다고 했던가?

고강도 조직은

생각지 않은 바람 한 줄기에도

쉽게 찢어지고 마는 것을……

 

빛도 지나치면 공해가 된다는 걸 알기나 하는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믿음에 절어

오늘도 사람들은 그저 강한 것만을 좇다가

자꾸만 네모난 동그라미를 낳는다.

 

*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풍자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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