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 때문에 불편한 사람이 많아지니 블로그에만 쓰는게 낫겠다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그렇게 써놓고 보니 다른 의견을 가진 댓글을 원천봉쇄해버리는 글이 되어버렸고
자게에 글을 쓰는게 낫지 않겠냐는 댓글만 부르고...
나이가 들면서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지는게 아니고
단세포가 되어가는거 같습니다.
완전 한치 앞만 보고 내 발등만 보는 걸로 시야가 좁아지는....
저도 댓글을 보면서 글쓰는 흥도 나고 재미도 있는데...
아..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저번글에 블로그에만 쓰겠다는 글은 잊어주시고.. 팔랑귀가 물건사는데만 팔랑귀이겠습니까?^^;;
매사에 팔랑귀라는... 나이들면 좀 나아질까요? 지금도 충분히 나이 들었는데....
저도 북적북적한 이곳이 좋습니다.
블로그에만 올리면 방구석에 혼자 처박혀서 벽에 글쓰는 느낌^^
물론 블로그에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감사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계속 실수 연발이군요.....
그리고.. 저번 글에 댓글 썼다가 지우신 2분... 다시 돌려놓으시기 바랍니다.^^
댓글에 답글을 못달지만...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오늘은 식재료 2편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퐁당....
제가 자라던 그 시절은 집밥 밖에 먹을게 없었고 집집마다 아이들은 많았고 모든 식재료가 귀하고 귀할때였지요.
저희 양가 어머님들이 자라던 시절은 우리가 자라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궁핍했을겁니다.
제 친구 어머님들도 예외없이 저희 어머님처럼 다들 손이 크시고 음식을 쟁여놓으십니다.
요리솜씨와 물욕에 상관없이 다들 그러십니다.
자식들이 다 분가해서 부모님 내외 두 분만 사시는데도, 심지어는 어머님 혼자 사시는데도
다들 제일 큰 사이즈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와 냉동고를 갖추고 계시고
제가 아는 어떤 분은 투도어 냉장고 3개에 딤채 제일 큰거 2개에 냉동고 2개가 완전히 꽉 차 있습니다.
그 냉장고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봉다리의 모임이 아니라 모든 통에 이름표와 제조일자까지 다 적어서 각잡아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분은 혼자 사십니다.^^;;
그 연배의 분들은 전쟁을 겪고 보릿고개를 넘으며 다음날 끼니가 늘 불안했고, 왕성하게 먹어치우는 자식들을 키우며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깊이 실감하며 늘 결핍과 불안에 시달리셨을겁니다.
그분들이 겪어낸 그 시절을 우리는 알지 못하지요.
이제 와서 그분들이 그렇게 식재료를 쟁여놓는 그 습관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세대가 보고 배운건 어머님 세대인데 한편 우리가 아이를 낳아 키우기 시작할 때는 쌀 소비량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보고가 연일 이어졌지요.
쌀소비량이 줄었다는 것은 밥과 같이 먹는 반찬을 만드는 식재료의 소비도 같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일겁니다.
그리고 천만다행히도 제가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에 학교 급식이 시작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제 인생에 예정되었던 질곡과 고난이 30%쯤은 경감되었을겁니다..^^
이제는 외식과 피자, 뻥종류, 통닭, 짜장면과 같은 배달음식들로 끼니의 1/3은 때우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제는 영양이 과잉이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그렇게 식생활 문화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머릿속에는 저희 친정어머니가 만들어내는 요리의 다양함과, 그 가짓수와, 쟁이고 갈무리할 식재료의 어마어마함이 입력되어 있는 것이지요.
결혼 후 음식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애로점이었던 것이
요리를 다양하게 해야한다는 생각과 구비해놓아야할 기본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은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생선을, 골고루 돌아가면서 굽거나 튀기거나 조림을 해야하고,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도 돌아가면서 늘 새로운 방식으로 조리를 해야하고
장아찌류와 젓갈류를 떨어뜨리지 않고 채워놔야하고
김치종류도 늘 3가지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이 어떤 음식을 잘 먹는지, 어떤 음식은 전혀 손을 대지 않는지 별로 고민없이 그냥 기본으로 갖추어야하는 것들이었지요.
그리고 두 번째 애로점은 한 끼니의 요리분량을 가늠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도 입이 짧고 소식을 하는 사람이고 아이들이나 저도 많은 양을 먹지 못하는 사람인데 요리를 해놓으면 왕성한 식욕을 가진 5-6인 분량이 되는겁니다.
늘 음식이 남고 그 남은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는 미어터졌지요.
그렇게 냉장고에 들어간 그 남은 음식은 아무도 먹지 않으니, 먹기위해 보관하려고 냉장고에 넣는게 아니고, 버리기에 양심의 가책이 없어지는 시간을 벌기위해 냉장고에 넣어놓는 것이었으니까요.
처음엔 그걸 잘 몰랐습니다..
음식이 남았으니 당연히 냉장고에 넣었을 뿐이고...
다음 끼니에 내놓아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으니 몇 번 냉장고를 들락거리다가
어느날 그런 남은 음식들이 포화상태가 되는날, 작심하고 한꺼번에 버리느라 음식물쓰레기가 산더미고, 그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가장 큰 짐이 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사야하나 날마다 고민하고...
남은 음식들이 담겨서 하염없이 냉장고로 들어가니, 남아나는 반찬그릇이 없고 반찬그릇은 사도 사도 늘 부족했지요.
그러다가 냉장고 비우는날 반찬그릇 설거지해서 쌓아놓으면 산더미고, 그거 말려서 맞는 뚜껑찾아서 챙겨놓는 것도 일이고..
자꾸자꾸 반찬그릇이 서로서로 짝이 안맞아서 나중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니 좀 멋진 반찬그릇을 셋트로 구비할까 고민하게되고,
그걸 몇 년을 반복하면서 늘 냉장고 청소를 해야한다는 숙제가, 안그래도 부족한 제 뇌 용량의 한부분을 상시적으로 차지하고 있었지요.
그 모든 것을 깨닫고 결국 한끼니의 음식 분량을 딱 맞게 하는 것만이 살길이고, 그렇게 그 분량을 잘 맞춰내는데 근 20여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국이며 떡국이며 불고기며 메인 요리 등 온갖 요리를, 그 끼니에 딱 먹고 치울만큼 만듭니다.
인터넷 기사를 서핑하다가 '기적의 수납법'과 '묵은 식재료 처리하는 법', ‘남은 반찬 활용하는 법’ 뭐 이런 기사가 가장 눈에 띄이는 제목이고 꼭 클릭을 해보곤 했습니다.
결국은 뭐 보관과 수납용기를 사라는 얘기고 남은반찬이나 묵은 식재료 처리하는게 다 뻔하더군요.
남은 반찬 재활용하라는 요리를 보면, 그걸 처리하기 위해 음식을 하는게 아니고 그 음식을 하기 위해 남은 반찬을 만들어야할 지경이더군요.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이 맛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ㅠㅠ;;
마치 1000원으로 피자 만들기라고 해서 들여다보면,
밀가루 천원어치 사서... 나머지 재료는 냉장고에 있는 짜투리 재료로 하라고...
냉장고에서 하염없이 재료가 나오는..
뭐 그런 수준의 황당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지금은 그런 기사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기적’의 수준으로 수납해야할 물건을 줄여서 없애버리고
묵은 재료, 남은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저 두 가지 방법은 알 필요도 없고 저런걸 고민할 이유도 없어지더군요.
여기 키톡보면 남은 음식 활용하시는 분들 기가막히게 많더군요.
사실 그분들이 진짜 저런 기사에 나와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어야합니다.^^
아...
생각난게 하나 있습니다.
묵은 김을 처리하라고 저희 어머님이 가르쳐준 김장아찌인데...
사실 묵은 김이 아니라 새 김을 사서 만들어야 맛있습니다.
참김이라고 하지요. 돌김 말고, 김밥 싸는, 한쪽면이 반질반질한 튼튼한 김을 6등분이나 8등분을 해서....
올리브유와 간장을 1:1, 혹은 1.5:1의 비율로 섞어서...
이 비율은 얼마나 짠 음식을 좋아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1.5:1로 하는데 제 친구는 그건 너무 싱겁다고 1:1로 하더군요.
그리고 그 간장과 올리브유에 설탕을 조금 섞어서...
그냥 조금 섞으면 됩니다.^^
양념이 3백미리정도 되면 설탕 한티스푼 정도..
그리고 깼잎김치 할때 양념장 묻히는 것처럼, 자른 김 다섯장 포개놓고 저 양념을 마구 흔들어서 섞은 다음 조금 붓습니다.
거기에 통깨를 뿌려주면 훌륭하고 안뿌려도 무방하고,
그리고 그 위에 또 다섯장 정도를 놓고 저 양념을 붓고..
붓는게 아니고 숟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발라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골고루 칸칸이 발라준 다음 전체 김이 간장과 올리브유에 푹 젖게 되면 김장아찌가 되는데..
이게 의외로 맛있습니다.
저는 이걸 좋아해서 자주 만들었었는데 결국 자른 김 사이즈에 딱 맞는 타파나 락앤락에 김을 넣으면서 만드는게 양념을 허비하는게 가장 적더군요.
사이즈 맞는 락앤락 없으면 바르기가 좀 힘들지만 지퍼백에 해도 됩니다.
그리고 설거지^^
올리브유와 간장을 흔들어서 섞어야하니 그 용기 설거지가 또 문제가 되지요.
그래서 횟집같은데서 주는 미소된장국 담아주는 플라스틱 병같은데 양념을 넣고 흔들어서 쓴 다음 버리는게 장땡이더군요.
이것도 많이 만들면 맛없고...
그냥 김 30장 정도 한번 만들어보셔서 맛있으면 또 만드시면 됩니다.
모든 음식은 조금 부족하게, 적게, 아쉬운듯 먹는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아...
삼천포군요..
글을 쓰다보니 문득, 결혼해서 처음으로 식재료를 마련하느라 삽질했던 사건이 생각나는군요.
뭔가 절약 팁을 쓰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글이 자학개그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늘 무언가 나물을 말리고 저장하고 보관하셨습니다.
제 머릿속에 나물 종류를 말리는 것도 살림하는 주부의 당연히 할 일 중에 하나로 입력되어 있었나봅니다.
큰애가 돌이 되기 전, 골목골목 깊이 들어가는 빌라에서 살고 있었는데 오전에 식료품을 파는 트럭이 들어오곤 했습니다.
돌도 안된 아이를 데리고 시장을 보러다니기가 힘들어서 그 트럭에서 그때그때 급하게 필요한 야채나 수산물을 샀었지요.
어느날 그 트럭에서 큰 양파망 자루에 가지가 가득 들어있는걸 한자루에 천원에 팔고 있더군요.
그때가 91년쯤이었는데 굉장히 싸다고 아주머니들이 너나없이 그걸 사더군요.
덩달아서 구경하다가 이걸 어떻게 해먹냐고 했더니 세로로 잘라서 밀리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고 마구 사라고 부추기더군요.
동네 아주머니들이 너도나도 다 사길래, 혼자서 그걸 사지 않으면 괜히 손해보는거 같아서 그걸 샀습니다.
원래는 오이하고 양파를 사러 나갔었는데 그걸 들고 들어오느라 너무 무거워서 오이하고 양파는 사지도 못했습니다.
사실 당시에 저희 어머니가 넘치도록 많이, 온갖 마른 나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마른 토란대며 고사리, 호박 말린거 무말랭이, 시래기, 고구마 쪄서 말린 간식거리 등...
집에 온갖 말린 채소가 차고 넘쳤는데....
그때 그걸 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자루를 열어서 거실에 늘어놨더니 엄청나더군요.
세상에 그 작은 자루에 그렇게 많은 가지를 밀어넣을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마치 마술자루 같더군요.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옵니다. ㅠㅠ;;
세다가 말았는데 아마 그때 그 가지가 100개쯤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그 가지가... 쭉 고르게 뻗고 크기가 일정한게 아니고....
온갖 사이즈의 크기와 두께와 다양한 휘어짐과...
완전히 말려서 동그랗게 된 가지도 있더군요.
보기좋은건 일차로 수확해서 비싸게 팔고 남은 밭떼기를 했나 싶더군요.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읽지 않아도 상상이 가지 않습니까?
당시에 남편은 아침먹고 나가서 점심, 저녁은 구내식당에서 먹고 들어오던 때였고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아이는 이유식 조금과 분유와 생우유를 섞어서 먹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결론은 제 끼니만 때우면 되던 때였는데...
그 가지를 샀습니다.
왜 샀는지는 저도 모르고...
그냥 저희 어머니가 그런 싼 채소를 보면 늘 잔뜩 사서 말리시길래.....
그 가지를 세로로 써는데....
썰어도 썰어도 끝이 없는겁니다.
그걸 4등분을 해서 썰었더니 놀랍도록 부피가 늘더군요.
진짜 마술이었습니다.
뻥튀기하는 기분이더군요.
가지 꼭지부분은 자르지 말고 몸통만 사등분을 해서 줄에 걸 수 있도록 하라는데....
이놈의 가지가 어찌나 이상한 모양으로 휘어있던지...
아주 조각하는 심정이더군요.
나중에는 그냥 마구마구 썰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가지를 썰고....ㅠㅠ;;
애 허기만 겨우 면해주고 저는 밥도 제대로 못먹고...
그렇게 오후 늦게 다 썰은 가치를 햇볕이 남아있는 마당에 은박지 나들이용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죽 늘어놨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깜박 잊어버리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밤 11시에 그걸 거두러 나갔지요...
혼자 못들여놔서 남편을 데리고 나갔더니 남편이 그때 놀라는걸 보면서 제가 저지른 일이 뭔지를 실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걸 본 남편 입이 떡 벌어지고 눈이 엄청 커지더니
이게 다 우리거냐고..,
근데 이걸 뭐할려고 이렇게 말리는거냐고 물어보더군요.
남편은 그걸 요리재료가 아닌 뭔가 다른 쓸모로 말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더군요.
설명해봤자 좋은 소리 안나올 거 같아서 그냥 빨리 거두기나 하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을 깜박 잊고 놓쳐서 혼자서 그걸 들고 나가서 널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쨍하고 떠줘야 할 시간에 날이 어째 비가 오려고 꾸물꾸물한게....
한번도 날씨에 신경써본 적이 없는데...
그날 하루종일 좌불안석이던 기억이 납니다.
암튼....
그렇게 널어 놓고 하루에 서너번씩 나가서 뒤집어줬습니다.
저희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로 물어봤더니....
한숨을 폭 쉬시면서 날씨가 안좋으니 바람이라도 쐬게 자주 뒤집어 주라고 하더군요..
근데 엄마도 마른 가지 요리는 잘 해먹지 않는다고ㅠㅠ
널어서 말리는 이야기하니까 약탕기 한약 찌꺼기가 생각나는군요.
약탕기 한약찌꺼기에 저주를 퍼부었었지만 사실 그건 한줌밖에 안됩니다.
아무리 여러 채반에 나누어서 널어져 있었어도 모아봤자 커다란 바구니 한바구니나 채울 양이었지요.
이건 무려 가지가 100개입니다.
그걸 세로로 4등분을 했으니 400개가 된거지요.
400조각의 가지를 보신적이 있는지요.
와...
진짜 어머어마합니다.
아침에 한숨쉬면서 쳐다보다가 다시 내다널고...
3일째 되는날....
간절히 기도 했습니다.
해가 떠달라구요?
아니요...
곰팡이가 빨리 피게 해달라구요... ㅠㅠ;;
그냥 멀쩡한걸 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잘 마른 가지를 한자루 얻는 것보다, 말리는걸 실패해서 그냥 버리는 것이 훨씬 생활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네 아줌마들이 다 한자루씩 갖고 있어서 나눠줄 데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온갖 몸살을 하면서 내다 널고 밤에 거두려고 나가고
애는, 제가 아침에 그 은박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서기만 하면 매달려서 울고불고....
그걸 꼼꼼하게 널어놓으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리더군요.
엄마가 은박지 보따리만 들고 일어서면 나가서 함흥차사니...
애로써는 놀라서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거지요.
그리고 4일째 되는날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가지를 싫어하는구나.
저희 남편은 가지 색깔과 식감이 이상하다고 손도 안대고 시댁에서는 가지요리를 안합니다.
그걸 말려서 할 수 있는 요리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말렸지요.
결국 그 가지 400조각이 어떻게 됐는지는...
그냥 비밀로 넘어가겠습니다.
수다떠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 고해성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것을 꼭 말로 다 해야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제는 서로 아무 말없이 침묵으로 일관해도 웬만한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고 굳게 믿고....
제가 꼭 집어 말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하실거라고 믿습니다.
그 가지 이후로는 그 어떤 채소도 말리지 않습니다.
채소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식재료도 말리지 않습니다.
그 망할놈의 약탕기가 그때의 트라우마를 건드린거지요.
사실 그 약탕기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저런 짓을 했던 저의 터무니없는 열정이 문제인거지요.
제가 주방용 전자제품 중에 건조기를 사지 않고 넘어오게 된건 순전히 저 가지100개의 힘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나쁜 점만 있는건 아닙니다.
늘 배울 점이 있다잖아요..^^
아...
어쩐지 이유없이 눈물이 흐르는군요.
배워도 꼭 저렇게 처절하게 배워야합니까?
그건 그렇고^^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는지... 기억이.....
아...
제가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 사들였던 식재료와 만들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집에 김치류와 젓갈류와 장아찌류와 온갖 양념류는 다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트에 가면 젓갈코너를 돌아봅니다.
아가미젓이나 창란젓, 오징어 젓, 명란 젓 중에서 집에 없는 걸로 2개 정도를 삽니다.
사실 온갖 유기농 가게, 생협, 한 살림, 관광지에서 파는 젓갈을 두루 섭렵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맛있게 깨끗이 다 먹은 젓갈은 거의 없습니다.
애들은 전혀 손도 안대는 음식이니까요.
남도는 젓갈류가 종류도 많고 굉장히 발달해있는 음식입니다.
목포 어딘가 식당은 젓갈만 18가지 이상을 상차림하는 유명한 집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남도쪽 식당에 가면 늘 젓갈류 반찬이 5-6가지가 나오는데 기가막히는 젓갈이 많습니다.
순천에서 초봄에 먹었던 봄동에 갈치속젓을 싸먹는 쌈은....
아...
천상의 맛입니다.
그 기억으로 늘 젓갈코너를 배회했지요.
그리고 야채는 무, 애호박, 부추, 오이, 감자, 당근, 양파, 대파, 쪽파, 파란고추, 빨간고추, 콩나물을 기본으로 삽니다..
저게 냉장고에 꼭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야채목록입니다..
요리책에서 저게 기본야채라고 하고 무슨 요리를 하든지 언젠가는 쓸거니까요.
저 목록이 무슨 목적이 있는 조합이 아니고...
저걸 다 갖춰놓으면 뭔가 조합이 될거라는 기대로 만들어진 리스트이지요.
그리고 덧붙여 단호박도 하나 사고 고구마나 뭐 그런 것도 좀 사고 시금치나 계절 나물, 꽈리고추 같은 것을 삽니다.
의외로 오이는 참 잘 무르는 야채더군요.
오이무침을 만드려고 사오는데...
워낙 김치종류가 많아서 사실 오이무침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경우가 많고..
샐러드도 꼭 만들 필요가 없고..
그래서 절반씩은 늘 물러서 버리는데도 꼭 사게되는 야채였습니다.
무는 바람이 들고... 당근은 마르고...
저걸 사다가 바로 손질을 해서 갈무리를 해야한다는데....
그게 하루 일이더군요.
한번은 작심하고 저걸 다 갈무리한 적이 있는데 다 손질해서 지퍼백에 넣고 채썰어놓고 다져놓고....
그렇게 손질한걸 쓸 때는 참 행복했는데...
그걸 다시 하기는 싫더군요..ㅠㅠ
하루 품을 잡아먹는다는...
차라리 그렇게 하루 품을 들여서 그렇게 하지 말고 음식 만들때 조금씩 손질하면...
더 낫지 않을까...
뭐 이리 저리 궁리하다가....
그리고 팽이버섯이나 느타리버섯, 새송이 버섯도 삽니다.
전을 지지거나 국 종류에 넣거나 불고기같은걸 할지도, 아니 혹시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요.
팽이버섯은 한봉지에 5백원인데 4봉지 묶어서 1500원에 팝니다.
당연히 4봉지 묶음을 삽니다.
새송이 버섯도 윗부분이 조금 부서진걸 싸게 두봉지 묶어서 할인해서 팝니다.
당연히 두봉지를 사지요.
삼겹살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양송이도 한봉지 삽니다.
그냥 구워먹어도 되고 스파게티에 넣어도 되니까요.
팽이버섯은 나중에는 완전 아무 요리나 어울리든 말든 다 집어넣고
새송이 버섯은 의외로 요리방법이 몇가지 없어서....
잘라서 양파랑 볶아놓으면...
애들이 잘 먹지를 않더군요... ㅠㅠ
저렇게 사들인 식재료의 1/2은 알차게 잘쓰고...
나머지 1/2은 애물단지가 된다는 그것이 가장 문제였는데...
그걸 깊이 연구하고 깨달아서 실수를 줄이려는 생각 자체가 머리에 없었습니다.
두부는 1+1을 사고 달걀도 키친타올이나 뭔가 사은품을 주는 걸로 사고
그리고 삼겹살을 한근 사고 카레용 돼지고기와 고추잡채나 잡채용으로 썰어진 돼지고기, 김치찌개용 돼지고기를 삽니다....
저희집은 온 식구들이 다 입이 짧아서 삽겹살 1근을 다 못먹습니다.
400g 정도가 적당하고 꼭 200g 분량은 남기는데도 10년이 넘게 한근을 삽니다.
그리고 남은 150-200g은 동그랗게 뭉쳐져서 냉동실로 들어갑니다.
쇠고기는 스테이크 고기를 사고 불고기감을 사고 장조림을 조금 사고 양지국거리를 삽니다.
가끔 차돌배기나 갈비살같은 것을 사기도합니다.
우리집 애들은 장조림을 먹지 않는데...
그래도 어쩐지 장조림을 해야할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먹을지도 모르니까요.
어쩐지 잘 만들어놓으면 먹을것도 같습니다.
그런 짓을 10여년을 하고 이제 장조림쪽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만들었던 장조림만 그 종류와 방법이.... ㅠㅠ
도시락을 싸던 시절에 가장 고급반찬으로 참 맛있었던 음식인데...
이제는 고기도 흔하고 참으로 손이 가지 않는 반찬이더군요.
제 친구네 애들은 잘 먹는데 우리집 애들이 사실 문제인거지요.
몇 번 해봐서 애들이 안먹으면 관둘것이지....
팍팍해서 맛없다는데도 그걸 하염없이 10여년을 만들어댔던 제가 사실 또라이입니다.
맛있고 애들이 잘먹어서가 아니라 가짓수를 채워야하니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짜 응용력이나 창의력이나 사고력 제로였던거 같습니다.
엄마 밥상을 보고 자랐던 그것들이 돌에 새겨진거지요.ㅠㅠ
가족이 9명이니 방금 만든 반찬으로는 감당이 안되고 장아찌류나 젓갈류가 당연히 필요했을텐데...
한번도 그 생각은 안해보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묵묵히 한길을 간거지요..
그리고 고등어 자반이나 조기, 병어, 동태같은 같은 생선도 사고 생물 낙지나 오징어, 조갯살도 삽니다.
그리고 냉동식품을 삽니다.
냉동만두와 냉동피자를 사고 냉동새우랑 뭐 잡다한 것들을 삽니다.
건어물 코너에서 국물멸치와 다시마와 마른새우와 북어채와 마른 김자반을 사고 오징어와 한치도 입이 궁금할까봐 삽니다.
그리고 참치캔과 스팸과 옥수수캔과 골뱅이같은 캔을 사고
스파게티 소스와 스파게티 면을 사고 베이컨이나 햄, 어묵, 맛살같은 것도 사고
김밥을 싸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단무지와 우엉조림 포장도 사고 김도 사고
즉석 초밥 재료를 사고 카레가루와 하이라이스 카루도 사고 기타 등등 소스종류를 꼼꼼하게 구입합니다.
가끔은 사와서 보면 씽크대에 몇 개나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 먹을거니까 괜찮습니다.
냉동실도 있고 씽크대도 보관할 곳은 많으니까요.
아...
아직도 멀었는데...
그만 써야될듯^^
그리고 사들고 온 모든 것을 저녁 할 것만 빼놓고 비닐 봉다리 채 냉장고에 쟁입니다.
야채는 김치냉장고 야채칸과 냉장고 야채칸에 던져놓고 스테이크를 제외한 고기들은 냉동실에 넣습니다.
오늘은 일단 쟁이고 다음에 소분하고 나누고 손질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쌓아놓은 식재료만 보면 일주일 내내 잔치 상 차려도 됩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부족한게 한 개도 없습니다.
그 어떤 요리에 꽂혀도 끄덕없습니다.
제가 대형마트를 다니면서, 그리고 대형마트를 끊은 뒤에도 저런 식의 장보기를 계속했습니다.
우리 어머님들은 하루 세끼 꼬박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굶을 수밖에 없으니 아마 그걸 잘하는 걸로 맘을 잡았을겁니다.
당장 끼니를 준비하지 않으면 가족이 굶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꼼수를 부릴래야 부릴 방법도 없고 대체할 음식도 없고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까요.
근데 우리는 한끼니 대체할게 너무 많습니다.
외식 종류는 말할 것도 없고 샌드위치나 빵이나 피자나 통닭이나 짜장면이나....
배달음식도 천지에 널렸지요.
식재료는 먹성좋은 5-6인 가족이 하루 세끼 꼬박, 한달은 해먹을 분량을 쟁여놓고 실제 먹는 것은 하루 한두끼, 새모이만큼씩 먹고 있는거지요.
그렇게 살다가 어떤 분을 만나게 됐습니다.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살았던, 저보다 두 살 더 많은 분이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인사를 주고받고 차 한잔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언니라고 부르면서 베프가 되었지요^^
제가 원래 아무나 만나면 바로 베프가 되기는 합니다마는...
사람이 좀 헤픈가봅니다.^^
아...
원래는 제가 보았던 3명의 식탁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그거 시작하기도 전에 글이 이렇게 길어져버렸네요.
다음 글은 꼭 그 세사람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제가 식재료를 정리하고 식생활을 정돈한 글을 쓰고...
아...
뭔가 굉장히 산만하군요.
그동안 여기저기 일보러 돌아다니느라 절약글 쓰는게 머리에서 나가있었고
다시 글을 쓰려니 아직 손가락이 덜 풀렸다고 생각해주시고...
워밍업으로 앞으로 한두개 정도는 산만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