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소년공 다이어리 09화] 대학생 되기 프로젝트

작성자볼매수호천사|작성시간21.11.19|조회수42 목록 댓글 0

 

 

가장 어두운 땅 속에 심어놓은 희망의 씨앗은 어느덧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두터운 땅을 뚫고 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두 가지 문제와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먼저 공부할 분량이었습니다. 대입 검정고시는 7과목 뿐이었지만 예비고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14과목이나 공부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곱절로 필요했지요.

다음은 등록금이었습니다. '주간 대학에 갈 돈이 어디서 나겠느냐'는 형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대학을 꼭 가야겠다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야간 전문대를 가라던 아버지 말씀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지요. 그렇게 답이 없는 문제를 끌어안은 채 한 동안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1980-07-31│조선일보│대입 본고사 폐지

 

정말이지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대학에 가면 과외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것이 내가 강구한 유일한 대책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가닥 희망이 꺼지고 마는 순간이었습니다.  

1980-08-20│이재명의 일기


그런데 이 말도 안되는 교육개혁 조치로 인해 나는 조금 엉뚱한 전화위복을 맞았습니다.

첫 번째, 본고사가 폐지되면서 주관식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시험이라고는 검정고시만 쳐 본 나는 한 번도 주관식 시험을 치러본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본고사를 봤다면 얕은 밑천이 드러나 절대로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대학 시절에도 주관식 문제 때문에 고생을 해봤기에 잘 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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