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자전거를 품에 안게 된 날의 기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촌 병국이 자전거를 얻어 타는 게 고작이었던 내게 생각지도 못 했던 자전거가 생겼던 것입니다. 그날로 자전거는 제 독차지가 됐습니다. 튼튼한 두 다리만 있다면 차비가 없어도 어디든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자전거를 든든한 친구 삼아 성남 구석구석을 다녔습니다. 자전거는 현실의 한계에 발이 묶여 있던 내게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목에는 돈이라는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는 달랐습니다. 오르막길은 쉬엄쉬엄 올라가면 됐고, 길이 끊어지면 자전거를 메고 가면 그만이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화가 울컥 치밀 때면 힘차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스치는 바람이 가슴을 뻥 하고 시원하게 뚫어줬습니다. 어린 시절 살았던 안동의 푸른 산, 맑은 물, 깨끗한 공기를 느끼고 싶어 무던히도 쏘다녔습니다. 그렇게 자연을 찾아다니다 발견하게 된 나만의 아지트가 바로 판교였습니다. 판교에서 물고기와 조개를 잡는 이들을 넋 없이 구경하다보면 어느 새 해가 저물어 있었습니다. 1982-05-29│이재명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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