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 '재명'은 있을 재(在)에 밝을 명(明)을 씁니다. 그러나 나의 생은 그 이름에 재물 재(財)를 쓰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 싶었을 만큼 나를 셈에 밝은 사람으로 자라도록 이끌었습니다. 나는 돈 계산이 빠릅니다. 돈의 귀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안동 산골짜기에 살던 꼬마 시절부터 우리집에서는 돈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과자와 빵, 음료수 같은 간식을 사먹을 생각은 당연히 하지도 못했지요. 소풍날 사이다 한 병씩 사간 게 전부였을 겁니다. 성남으로 이사온 열세 살, 공장에 취업해 돈벌이 전선으로 나가야만 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크나큰 대가를 치르고 버는 돈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뼈 저리게 새겨야만 했던 돈의 가치였습니다. 10원, 20원도 너무나 큰 돈이었기에 함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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