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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 ​정일근

작성자문학채널|작성시간26.06.16|조회수19 목록 댓글 0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 ​정일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면

나는 혁명할 것이다, 조국에서

내 사랑의 시작은 신기루였고

내 사랑의 끝은 폐허였다

세계는 오래 전부터 하나인데

사랑하는 조국은 여전히 나눠져 있다

21세기의 하나뿐인 분단민족이여

나는 이 이분법이 이제는 지겹다

초원으로 가서 사랑을 하고 싶으니

쇠를 녹이는 끓는 사랑을 하고

칸이 될 수 있는 사내를 낳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 내 성씨를 물려주고

네 제국을 만들라 유언할 것이다

고백하자면 반도는 사랑하기에 너무 좁다

북쪽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남쪽에서의 꿈은 꿈마다 숨이 막힌다

칸이 아니면 또 어떠랴, 딸이 태어난다면

바람이라는 뜨거운 이름을 주고

초원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

아시아의 처음에서 유럽의 끝까지

그녀의 시가 하나의 언어가 되는

유라시아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

나는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

나는 몸에 꿈 하나 숨기고

남쪽과 북쪽의 국경을 넘을 것이다

국경을 넘는 것이 죄가 된다면

나를 구금하라, 대륙의 피에

반도의 피를 섞으려는 것이 유죄라면

나도 혁명가처럼 서서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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