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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1. 아지트) 자인 단골집 - 이영백

작성자청림/이영백|작성시간26.06.08|조회수8 목록 댓글 1
글제 1. 아지트

자인 단골집

이영백

자인 "새 시장 식육식당" 입간판

 

 그날도 우리 일행은 약속이나 한 듯 자인 단골집 가기로 합의 보았다. 지인들과의 만남이 아닌 가족과 만남에서 음식 메뉴를 정하기는 시간이 걸릴 일도 없다. 둘째 아들이 나이 든 우리를 일요일마다 같이 여행하고, 식사하는 일에 너무나 고맙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지트처럼 자인 단골집*1을 사랑한 것이다. 그곳에는 맛 나는 메인의 쇠고기로부터 입에 꼭 들어맞는 밑반찬이 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인(慈仁)이라는 지명도 좋다. 그곳은 내가 19815월 대구로 입성하자마자 이웃사촌들과 들린 오래전 단골집이 있기에 더욱 사랑하는 집이다. 우선 주인장부터 늘 우리를 기쁘게 맞이하여주고 하나라도 더 챙기어 주려는 고마운 인정(人情)이 살아 있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다.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우리나라와 외국인 종업원들도 너무 잘 살펴 주기에 덤으로 우리도 고마워하고, 일상 찾아가는 아지트가 된 것이다.

 우리가 자주 찾아가는 집은 자인에서도 새 시장 식육식당이라는 아름다운 식당이다. 흔히 쇠고기 먹으러 간다니까 공연히 늙어서 소고기 많이 먹으면 안 좋다.”라고 폄훼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쇠고기를 서양 사람만치 아침ㆍ점심ㆍ저녁에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한 번씩 들리는 것을 그렇게 고까워하는지 모를 일이다. 자인에 새 시장 식육식당이 있다.

 노년에 고단백질 식품인 쇠고기가 중요한 이유는 많다. 첫째, 노년의 근육 유지에 아주 효과적이다. 둘째, 철분과 비타민 B12 공급이 좋다. 셋째, 면역력이 강화된다. 여기에다 쇠고기는 노인을 위한 섭취 방법이 있다. 첫째, 부드러운 부위를 선택한다. 둘째, 적은 양을 자주 섭취한다. 셋째, 기름기 줄이는 조리법이다. 넷째, 노년에 주의할 일로 통풍 환자, 신장질환 환자는 주의하여야 하고, 한꺼번에 과도한 양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오래전에 자인 시골장()을 찾은 때가 있었다. 자인은 신라 세 성현인 원효스님과 관련으로 만들어진 지명이다. 원효가 불교에 귀의하였으므로 자비(慈悲)”에서 자비로울 자()와 유학 하였던 아들 설총의 인의예지(仁義禮智)”어질 인()를 따서 만든 지명이다. 나는 농부의 아들로 자인 장에서 호미와 낫을 샀다. 그때 산 농기구를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1981년 대구 입성으로 이웃사촌을 만나 찾아간 식당은 시장 맞은편 도롯가에 시장 식육식당이었다. 토요일 오후라 일 층은 손님이 이미 만원이었다. 이 층으로 올라가 대기하면 고맙게도 밑반찬이 먼저 세팅되고 기다리는 시간에 벌써 많이 축내고 만다. 특히 취나물 맛은 산골나물 맛을 잊어버리지 못하게 소환하였다. 아울러 주메뉴로 그 시절에는 갈비살이 그렇게 맛나 하여 잘 먹었다. 특히 고기 먹고 난 후 쇠고기 기름배인 돌판 위에다 밥 볶아 먹는 것은 그 시절에서 최고 일품이었다. 노릇한 누룽지가 더 꿀맛이었다. 덤으로 먹은 것은 묻지 않아도 소주이다.

 우리 가족끼리도 시간 내어 그 집 복잡한 손님 속으로 섞이어 들어가기도 하였다. 장모는 일찍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장인과 함께 자주는 못 갔지만 한 달 한 번 정도 짬 내어서 들리었다. 장인도 고기는 기본으로 먹고, 피날레로 밥 볶는 재미에 흠뻑 좋아하였다. 장인은 중국의 길림성 교하(交河)시 앵목면에서 태어나 해방 후 귀국 하였다. 영양이 고향으로 한국 음식을 무척 사랑하였다. 그리고 자인의 단골집으로 가족과 함께 자주 들리었다. 새삼 그날이 기억에서 소환하여 새롭게 즐거움을 맛 본다.

 우리 가족은 자인 단골집을 부지런히 애용하였다. 한국 사람이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쇠고기 메뉴는 기본이고, 돌판에 굽는 갈비살은 오랫동안 맛을 잊어버리지 못한다. 평소에 자주 먹지 못하는 쇠고기를 적당하게 입에 맞추어 즐기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찾아 들어 인사 나누며, 주인장의 기억에도 우리 찾아듦에 마치 가족처럼 반기어 주어 저절로 단골이 되었다.

자인 단골집 쇠고기로 식당이 유명해지자 건물 주인이 아마도 욕심이 난 모양이다. 자인에서 예전의 시장 식육식당은 어느 날부터 사라지고 건물주가 주인이 되었다. 우리가 들리어 음식 시켜 먹어 보았다. 그만 맛이 달라지고 말았다. 식당의 음식은 아주 델리킷*2한 것이다. 주방장이 바뀌면 그 처음에 맛본 음식 맛은 사라지고 없다. 하물며 경영주가 바뀌면 음식 맛을 아무리 하여도 전번 식당의 맛을 살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시장 식육식당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하였다. 그리고 자연히 찾아가지 아니하였다.

 셋째 누나 집이 언양(彦陽)에 위치하였다. 경부고속도로를 가지 아니하고, 산새 좋은 자인-용성(龍城)으로 거쳐서 운문댐 지나 운문사 삼거리에서 운문산 쌍봉을 바라보고 비탈길 올라 언양으로 간다. 셋째 누나 집 들리고 다시 돌아오는데 자인 시장 쪽에 상가단지가 새로 생기고 집이 들어섰다. 시장식육식당이 아니고 접두사가 붙은 새 시장식육식당이라는 입간판이 섰다.

 스스럼없이 일행은 새 시장 식육식당으로 들어갔다. 신축 건물에 그곳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주인이 있었다. 다시 만났다. 앉기 바쁘게 밑반찬이 세팅되었다. 젊어서 다니다가 우리도 젊은 노인(?)이 되었다. 내자가 메뉴를 정하였다. “등심구이(특수 부위)”이다. 물론 사족이 따라왔다. 이제 돈도 돈이고, 노년에는 부드러운 쇠고기를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쇠고기는 단백질, 철분, 아연(Zn) 등 노년기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다만 체질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적절한 부위 선택과 조리가 중요하다. 적은 양으로 자주 섭취하고, 부드럽고 기름기 없는 조리 방식으로 먹으면 노년 건강을 지켜 주는 훌륭한 음식이 된다.

 자그마치 45년을 단골로 하였으므로 지정한 단골이라 할만하고, 우리들의 아지트가 된 것이다. 그제도 다녀왔다. 멀리 여행을 마치고 저녁은 자인의 단골식당으로 저절로 입맞춤하여 정한 것이다. 요즘은 밥을 볶아주는 대신 된장찌개(두부+잘게 쓴 쇠고기)를 주문하여 백반 한 그릇에 등심구이로 식사를 마친다. 변함없이 따라 나오는 취나물, 콩나물은 쇠고기 먹는 밑반찬이 바탕이 된다.

 큰 손녀가 올해 715일이면 고3 마치고, 캐나다에서 졸업 기념차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 어린 손녀가 좋아하던 식당 자인의 단골식당이다. 벌써 손녀가 함께 앉아 고기 먹고, 옥수수 먹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속담에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했듯, 서로가 다 좋다는 말이다. 우리 가족은 일찍부터 여행을 좋아하였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귀가 하는 중에 저녁을 사 먹는다. 우리로서는 어디 있든, 무슨 음식이든 사 먹어야만 한다. 그 오랜 일상생활에서 자주는 못 들리지만 그래도 월 1~2회 정도는 들리게 되는 단골 식당이 있다는 것은 일상의 즐거움이다. 낯선 지역에 가서 아무런 정보 없이 식사를 주문하였는데 간이 잘 맞지 아니하거나 음식이 잘 못 만들어지면 그날 한 끼니는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히 45년 동안 자인에서 단골로 남아 있는 그 식당을 오랫동안 변함없이 그 아버지에 아들로 이어 주는 노포(老圃)는 글로 남길 만한 것이다. 자인의 새 시장 식육식당이다.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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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골집 : 정해놓고 다니거나 거래하는 곳. 형태분석 [+단골+집]

*2. 델리킷(delicate) : ① 섬세한. ② 민감한. ③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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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청림/이영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8 신작 수필로 올립니다.
    한비수필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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