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기계적 신체관
중세의 인간관에 의하면 인간은 이성에 의존한 자력만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신의 피조물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신으로부터 세상을 다스리는 특권을 부여받음으로서 신과 뗄 수 없는 존재이면서 육신은 죄의 원천이라고 규정한 인간관을 갖는다. 그러한 중세의 인간관이 근대에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관이 재현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앎이 힘이다"라고 선언함으로써 신적 권위로부터 인간의 자율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뒤이어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선언을 하였으며 그것은 그 어떤 외적 권위에도 의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합리주의자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의심'을 진리 척도의 방법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그에게 모든 의심의 끝에 도달하는 마지막 진리였다.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나'는 물질성으로 존재하는 나와는 관계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원리에 의해 인간의 본성은 순수한 정신적 존재로 간주된다. 이와 같은 데카르트적인 사고는 중세의 원죄를 잉태하는 본질적 개체로 취급받던 육체에 대한 사고의 연장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신체를 지니고 있는 인간은 신체가 자기 자신이라고 느끼는데 가끔은 신체와 상관없이 정신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즉 신체가 자기인지 정신이 자기 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는 부분에 대해 데카르트는 동물령(animal spirit)이라는 개념을 상정한다. 그리고 그 동물령이 전혀 별개인 정신과 신체 사이에 존재하면서 정신적 사건과 물리적 사건 사이에 중개소 같은 영향을 갖는다는 것이다(곽강제 역 1982)." 그러한 개념은 후에 근대의 관념주의를 잉태하였으며 또 다른 쪽에서는 물질적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정신과 생명까지도 물질의 배합에 의한 사건으로 보는 유물적인 사상을 잉태하게 된다.
데카르트에 있어 신체는 운동의 법칙에 따르는 기계와 같은 것이었으며 따라서 정신과 신체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별개의 것이었다. 단지 뇌의 송과선에 의해 신체와 정신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상호작용론(Interactionism)을 피력하여 정신이 때로는 신체에, 신체가 때로는 정신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Descartes의 이원론은 신체를 단순히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로 간주함으로써 신체활동을 통하거나 또는 그것으로부터 지식은 얻어질 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이동건, 1992)."
이러한 이원론적 데카르트의 이론은 정신과 신체를 본질적으로 매우 다른 성질의 것으로 상정하고 따라서 사람의 정신은 그 사람의 육체에 의해 설명이 불가능하며 육체 또한 그 사람의 정신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데카르트에게 있어 신체는 그가 주장한 인간의 본질인 '생각하는 나'와는 전혀 관련되지 않는 독립적인 물질로서 오히려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에 방해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Descartes의 신체에 관한 기계론적 이원론의 관점은 신체는 세계 내에 존재하는 사물의 하나로서 연장을 가지며, 사유를 하지 못하는 공간적인 하나의 기계로 간주되었다. 또한 부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물질로 간주함으로써 의식 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객체화하였다.(박현우, 1992)."
플라톤과 데카르트는 육체와 정신을 구분지어 정신은 신성하고 고귀한 것으로 육체는 동물적 속성을 갖는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였다. 이와 같은 규정이 인정되면서 육체는 정신에 비해 천박한 것으로 억압되고 배척될 수 있다는 당위성이 출현하여 정당화되었으며 그 사상은 서양 철학을 주도하는 플라톤과 데카르트로부터 영향을 받은 서구의 역사에서 신체에 대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그러한 영향은 이성에 기반을 둔 근대과학 문명과 함께 전사회적 현실로 구체화되었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삶은 계속하여 기계화, 자동화, 기능적 전문화와 함께 이성적 삶이 주도하는 삶으로서 추상화되었다. 그럴수록 일상에서 육체의 역할과 의미는 감소하게 된다. 기능적 측면에서 육체의 역할을 요구하는 영역이 축소되고 있으며 심리적 측면에서 육체와 육체의 욕구는 억압되고 길들여져야만 하는 대상으로 취급받게 된다.
이렇게 데카르트의 신체관은 정신에 종속되거나 정신을 방해하는 방해자로서의 신체일 뿐으로 데카르트의 신체개념에 의하면 신체는 천한 것이 된다. 따라서 신체를 통해 교육하고 신체를 움직이는 체육교육에 있어 데카르트의 신체에 대한 관념은 체육 교육의 범위를 한정시키고 결론적으로는 매우 쓸모없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인도철학에 내재된 신체개념의 체육 철학적 탐구/ 김량희 전남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