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활용방법
3)덖음꽃
물을 가하지 않고 재료 자체의 수분만으로 볶는 것을 덖음(fan-fired)이라고 한다. 꽃차는 덖음으로써 향과 맛이 좋아진다. 이는 꽃에 있는 다양한 항산화 물질 등이 대체로 쓴맛을 가지고 있어서 덖음으로 인하여 이러한 성분들이 감소하므로 맛과 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꽃의 제다법에는 덖음(고온, 저온), 열건, 유념, 증제, 데침, 가향처리, 향매김 등 여러 법이 있다. 꽃의 특성에 따라 저마다의 제다 과정을 거치는데, 같은 꽃이라도 생육 환경에 따라 다른 성질을 지니므로 꽃의 상태에 따라 한두 가지 이상의 제다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열에 약한 꽃은 수분을 충분히 소거하여 꽃이 본연의 아름다운 모양을 유지하도록 돕는 저온 덖음이나 열건을, 열에 강한 꽃은 고온 덖음에서 시작하거나 유념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을 끌어 올리기도 한다. 또한, 꽃차를 만드는 사람의 개인차에서 비롯된 판단 등이 제다 과정에 반영되기도 한다.
(1)덖음
덖음이란 꽃이 가진 자체 수분을 활용하여 익히고 식히는 것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덖는다는 것은 가볍게 익히는 것으로 볶는 것과 태운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덖음을 할 때, 살짝 데치듯이 하지 않고 지나치게 볶아버리거나 익히게 되면 차 본연의 성분이 사라지게 되고 만족스러운 향과 맛을 지닐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덖음차는 세심한 기술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덖음에는 꽃의 특성에 따라 고온 덖음과 저온 덖음으로 나뉜다. 충분한 덖음과정을 거친 꽃차는 꽃잎의 빛깔이 선명해지고, 풍미가 더해진다.
가.고온덖음
물이나 기름을 사용하지 않은 채 160~220℃의 고온에서 볶는 과정이다. 꽃차가 제다 도중 산화되는 것을 차단하며, 꽃 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벌레알이나 균을 소거하는 효과가 있다. 고온에 강한 꽃의 경우 처음부터 고온 덖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꽃의 특성상 다른 제다법을 주축으로 꽃차를 만들게 되더라도 대부분 고온 덖음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열에 강한 꽃은 산수유꽃, 생강나무꽃, 싸리꽃, 쑥꽃, 천일홍, 맨드라미, 아마란스 등이다.
나.저온덖음
열에 상하기 쉬운 꽃의 수분을 60~90℃의 저온에서 천천히 빼내는 과정이다. 전기 팬에 한지를 깔고, 그 위에 꽃을 올려 전기 팬과 꽃 사이의 열전도율을 낮춘다. 경우에 따라 한지를 여러 겹 놓거나 전기 팬에 찜기를 올리고 그 위에 한지를 깔기도 하며, 전기팬 바닥에 깔려있는 한지를 들썩이며 열의 강약을 조절하기도 한다.
저온 덖음을 충분히 해서 수분이 많이 소거된 꽃차를 고온에서 덖으면 고온 덖음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열에 약한 꽃은 삼색제비꽃, 진달래, 벌개미취꽃, 분꽃, 매화, 동백, 해당화 등이다.
(2)열건(熱乾)
전기 팬에 찜기를 올리고 저온에서 꽃의 수분을 오래도록 빼내는 제다법이다. '화건'이라고도 한다. 저온 덖음을 해야 하는 꽃보다 수분이 많은 꽃에 사용한다. 꽃에 수분이 다량 포함된 경우 고온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빛깔이 탁해지거나 꽃잎이 쉽게 타버리기 때문이다.
(3)유념(揉捻)
찻잎을 면 보자기에 감싸 멍석에 비비는 과정으로, 찻잎의 모양을 변형시켜 수분 함량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찻잎의 세포조직을 파괴한다. 이때 폴리페놀 옥시다아제(산화효소)의 활동으로 차의 산화를 유도하여 차의 맛과 바디감, 향기, 빛깔을 향상시키고 차가 잘 우러나도록 돕는다.
유념 과정이 꼭 필요한 꽃차의 경우 그때그때 재료의 상태에 따라 압의 정도와 시간을 조절해서 진행해야 한다.
(4)증제(찜)
독성을 중화시키고 약성과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초물, 대춧물, 막걸리, 소금물, 기타 약초물 등에 꽃을 일정 시간 찌는 과정이다. 면 보자기에 꽃을 담아 김이 오르는 찜기 위에 올린 후 뚜껑을 덮고 정해진 시간만큼 찐다. 꽃의 특성에 따라 증제와 식힘과정을 9회 내외로 반복하기도 하는데, 전통 제다법과 한방에서 주로 언급되는 구증구포를 꽃차에 적용한 것이다.
(5)데침
감초와 대추를 끓인 물 또는 기타 약초물에 살짝 데치는 제다법이다. 쓴맛이 강한 꽃이나, 건조되면 홀씨가 되는 꽃 등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독성과 쓴맛을 중화시키고, 약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데친 꽃을 바로 찬물이나 얼음물에서 냉각시킨 후 건져서 충분히 물기를 빼고, 팬에서 직접 덖거나 열건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재료별 상태에 따라 적용 시간이 달라진다.
(6)가향처리
고온 덖음 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수분을 없애거나 숙성시키는 제다법이다. 저온으로 설정된 전기 팬에 일정 시간 동안 꽃차를 올려 둔다. 향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의미로 가향(嘉香)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수분을 적게 함유한 꽃의 경우 생략해도 무방하다.
(7)향매김
가향처리 후 전기 팬의 뚜껑을 덮어 저온을 유지하는 과정으로, 모든 꽃차 제다법의 마무리 단계이다. 잔여 수분을 소거하면서 숙성을 촉진시켜 차의 깊은 맛과 향에 영향을 준다. 꽃의 크기와 꽃잎의 두께에 따라 완성도면에서 다소 차이가 날지도 모르는 꽃차를 마지막으로 한데 혼합하여 균일한 품질로 맞추는 과정이다. 이때 뚜껑의 유리에 김이 서리면 다시 한번 고온 덖음을 진행하여 남은 수분을 완전히 소거해야 한다.
(8)말린꽃과 덖음꽃의 비교
생꽃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덖음꽃은 꽃을 채취 후 그대로 건조 시키는 말린꽃과 달리, 바로 덖음처리하여, 꽃 속의 산화효소가 불활성화되어 꽃의 본연의 색과 향과 맛을 갖추게 해준다.
넓게 보면 꽃차는 허브티의 한 종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꽃차는 엄연히 허브티와 다르다. 허브티는 재료를 바로 말려서 만들지만, 꽃차는 고온에서 덖는 제다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한 덖음꽃은 차를 우릴 때 차의 성분이 잘 나오게 하여 풍미를 좋게 하며, 말린꽃에 비해 맛이 순하고 은은해지며 뒷맛은 구수한 맛을 낸다.
허브의 경우는 덖음꽃보다는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말린꽃을 권장한다. 덖음꽃은 말린꽃에 비해 꽃의 외형이 손상될 수 있으며 덖음과정에서 꽃이 타지않고 제색을 내기위해서는 세심한 정성이 필요하다.
<꽃차의 자연치유적 활용에 관한 연구/송진화 선문대학교 일반대학원 통합의학과 자연치유전공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