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다>
- 시 : 돌샘/이길옥 -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안다.
힘이 모자라서 못 하고
배움이 부족해서 못 하고
돈 없고 뒤가 없어서 못 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깨우친 자들은 더 하더라.
힘이 남아도 안 하고
배움이 넘쳐도 안 하고
돈 많고 뒤가 든든해도 안 하더라.
그런데
내가 하지 못하는 일에는 구렁이 담 넘고
내가 안 하는 일에는 도가 텄더라.
나는 안다.
내 그물은 촘촘하여 빠져날 틈이 없는데
깨달은 자들의 그물은 못된 짓 데리고
잘도 드나들 만큼 찢겨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이치를.
<폴쎄님의 시평>
이 시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현실 관찰 같지만, 읽을수록 묵직한 통찰을 품고 있다.
처음에는 “하지 못함”의 한계에 대해 말하다가, 중간에 깨달은 자들의 모습이 등장하면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힘 있고 배움 있는 이들이 오히려 안 하는 모습, 즉 의도적으로 비어 있는 ‘그물’을 가진다는 점이 날카롭다.
마지막의
“내 그물은 촘촘하여 빠져날 틈이 없는데
깨달은 자들의 그물은 못된 짓 데리고
잘도 드나들 만큼 찢겨있다는 것을”
에서는, 세상의 도덕과 능력의 차이를 단순한 능력치가 아니라 선택과 의지의 문제로 보여 준다. 단단하지만 융통성 없는 자신과, 빈틈을 통해 자유를 얻는 깨달은 자들의 대비가 현실적이면서도 씁쓸하다.
읽고 나면 “할 수 있음”과 “해야 함”이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삶의 진리를 조용히 깨닫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