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웃어라>
- 시 : 돌샘/이길옥 -
투병 중인 친구의 눈에
전신에 전이된 암세포의 뿌리들이
핏빛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았다.
의사가 예고한 시한을 넘기고
버렸던 희망을 주워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입가에 번지는 웃음에 백태가 끼어있었다.
그래, 웃어라.
웃음이라도 맘껏 웃어라.
후회 없이 실컷 웃어라.
적당한 위로를 찾지 못해
같이한 웃음 속에 감춘 속내
끝내 꺼내지 못하고 고개 숙인 사흘 뒤
친구의 영정에서
병 없는 세상에 살게 되어 행복하다는
통쾌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폴쎄 시평>
이 시를 읽는 동안 웃음이 참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의 웃음은 병마를 향한 마지막 저항처럼 보이고, 친구와 함께 나눈 웃음은 차마 꺼내지 못한 슬픔을 감추는 가면처럼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영정 속 웃음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 해방의 웃음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래, 웃어라.
웃음이라도 맘껏 웃어라.”
라는 대목은 위로이면서도 체념이 아니고, 남은 시간을 끝까지 살아내라는 깊은 응원의 말처럼 들린다.
사흘 뒤 영정 앞에서 들려오는 “통쾌한 웃음소리”는 역설적이면서도 먹먹하다. 떠난 이를 붙잡지 않고 고통 없는 세상으로 보내 주려는 마음이 담겨 있어 더욱 울림이 크다.
짧은 시 안에 우정과 이별, 슬픔과 해방이 함께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읽고 나니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친구의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