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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몸의 길/정운희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6.06.05|조회수6 목록 댓글 0

-늙은 몸의 길/정운희- 

 

생선 국물이 끊고 있다

매콤하게 우려낸 뼛속 길들이 풀어질 때

전화벨이 울렸다. 귀가 어두운 아버지

엉뚱한 말들만 거칠게 끌어 올랐다

아직 저녁상을 차리지도 못했는데

아버지는 세월 위로 넘치고 있다

연신 끓어 넘치는 바다

헛기침하는 어머니의 빈자리

렌지 위로 흘러 빨갛게 길을 낸 식탁을 적시고

거실 바닥으로 흥건하게 스며들고 있다

이미 이생에서 바닥이 보이도록 넘쳐흘렀을

입가에 말라붙은 웃음과 빈 가죽의 울림

햇볕을 마중할 수 없는 절룩이는 걸음

흘러내리는 바지춤을 지팡이로 끌어올리며

남은 길들을 한 올 한 올 꿰고 있다

냄비 속 허연 눈알이 풀리고 아가미로 삼켜진

지독한 열매와 냄새를 배설하고 있다

파란 불꽃 위에서 아버지의 바다는 무시로 졸여지고

밑바닥 타는 기침소리가 끊어진다

늦은 저녁상, 졸아붙은 냄비 속

짜디짠 아버지를 놓고 수저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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