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이화은-
독사는 새끼에게 유산으로 독을 물려주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를 대물림하는 재벌 아버지처럼
또는
물려줄 건 빚 밖에 없다는
찢어지게 가난한 부모 같았을까
지 에미를 닮아서 독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독하지 않은 독사는 이미 독사가 아닌 것을
돈이 독이 되기도 하고
가난이 돈이 되기도 하니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데
고혈압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당뇨로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매일 아침 점호 하듯
핑크와 화이트의 알약을 꿀꺽 노래처럼 삼키는데
물려준다는 것
이 수직의 흐름을 아무도 꺾을 수는 없다
독사가 곡기를 끊고 동안거에 들었을 때
누대에 걸쳐 대물림해온 지겨운 독을
거역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래서 해마다 허물을 벗어보지만
허물은 허물일 뿐
피는 신의도 낭만도 뭣도 아니다
냉정한 돈이며 빚이며 병일 뿐
결국 독이다
우리는 모두 독사의 자식들이다
라고 한다면
도덕 동네의 군자님들에게 돌 맞아 죽으려나?
죄 없는 자만, 아니 독 없는 자만 내게 돌을 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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