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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에서 / 곽효환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6.06.12|조회수7 목록 댓글 0

-폐사지에서/곽효환-

흐르는 두 강이 마침내 몸을 섞는 곳

강기슭엔 흥성했던 시절의 소문만 무성하다

예 어디쯤 나루가 있고

세선稅船 들고나던 조창租倉이 있고

흥성거리는 저자가 있었을텐데

울며 기약 없이 간 어린 왕의 길이

빈 들 너머 어디 있을 텐데

꿈을 접은 혹은

세상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의

수척한 시간들과 검은 이야기들

강물에 실려 무심히 흘러갔을 것인데

먼 곳에서부터 더 먼 곳으로 흘러가는

그늘 깊은 말들은 낡은 쪽배에 걸려

겨울 강 둔치에 맴돌고

예 절터 늙은 느티나무 앙상한 가지가

텅 빈 매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폐사지 오래 된 우물이 천년 넘게

조금씩 가두었다 조금씩 흘려보내는 물길에

내 안에 웅크리고 앉아 좀체 지워지지 않는

슬픔 하나 슬그머니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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