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지에서/곽효환-
흐르는 두 강이 마침내 몸을 섞는 곳
강기슭엔 흥성했던 시절의 소문만 무성하다
예 어디쯤 나루가 있고
세선稅船 들고나던 조창租倉이 있고
흥성거리는 저자가 있었을텐데
울며 기약 없이 간 어린 왕의 길이
빈 들 너머 어디 있을 텐데
꿈을 접은 혹은
세상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의
수척한 시간들과 검은 이야기들
강물에 실려 무심히 흘러갔을 것인데
먼 곳에서부터 더 먼 곳으로 흘러가는
그늘 깊은 말들은 낡은 쪽배에 걸려
겨울 강 둔치에 맴돌고
예 절터 늙은 느티나무 앙상한 가지가
텅 빈 매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폐사지 오래 된 우물이 천년 넘게
조금씩 가두었다 조금씩 흘려보내는 물길에
내 안에 웅크리고 앉아 좀체 지워지지 않는
슬픔 하나 슬그머니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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