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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막/류 윤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6.06.14|조회수9 목록 댓글 0

-적 막/류 윤-

 

밤새 반가운 눈이 왔다

마당 한가운데 놓인

고만고만한 장독대들

단란을 깔고 앉아 있었다

먼 산은

한 번도 움직인 적 없는 짐승처럼

희미하게 엎드려 있었다

누군가 새벽에 두레박을 올리는데

줄 끝에서

얼어붙은 물소리가 묻어 나왔다

나는 그 소리를 오래 들었다

눈은

무언가를 덮는다기보다

템포를 늦추는 것 같았다

아직 이른 아침인지라

기침 소리 한 번 나오지 않는 골목을 지나

옷소매 같은 연기를 달아낸 어느 집에서는

익숙한 밥 짓는 냄새를 풍기고

누군가는

이미 자는 듯이 떠났을지도 모른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꼬여 올라가고

까치 한 마리가 감나무 끝에 앉아

반가운 소식을 흔들었다

그 순간 기왓골에 쌓인 눈이

조금씩 인색하게 무너져 내렸다

아무 일도 아닌 듯

나는 문득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의 혼백이

이런 날이면 돌아온다고 믿었었다

음 소거의 눈발은,

여전히 흐뭇하게 내렸고

아직 잠든 마을은 침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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