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막/류 윤-
밤새 반가운 눈이 왔다
마당 한가운데 놓인
고만고만한 장독대들
단란을 깔고 앉아 있었다
먼 산은
한 번도 움직인 적 없는 짐승처럼
희미하게 엎드려 있었다
누군가 새벽에 두레박을 올리는데
줄 끝에서
얼어붙은 물소리가 묻어 나왔다
나는 그 소리를 오래 들었다
눈은
무언가를 덮는다기보다
템포를 늦추는 것 같았다
아직 이른 아침인지라
기침 소리 한 번 나오지 않는 골목을 지나
옷소매 같은 연기를 달아낸 어느 집에서는
익숙한 밥 짓는 냄새를 풍기고
누군가는
이미 자는 듯이 떠났을지도 모른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꼬여 올라가고
까치 한 마리가 감나무 끝에 앉아
반가운 소식을 흔들었다
그 순간 기왓골에 쌓인 눈이
조금씩 인색하게 무너져 내렸다
아무 일도 아닌 듯
나는 문득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의 혼백이
이런 날이면 돌아온다고 믿었었다
음 소거의 눈발은,
여전히 흐뭇하게 내렸고
아직 잠든 마을은 침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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