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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집하장 가는 길/박은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6.06.15|조회수10 목록 댓글 0

-폐기물 집하장 가는 길/박은영


새벽 구로공단,

폐기물 쓰레기차가 녹슨 어둠을 수거한다

늙고 병들고 무능한 고철덩이들

며칠 전 신발공장 구 기계도 저 차에 올랐는데

가오리* 등에 업혀 날아오르려는 꿈이 있었다지

나는 법을 잊어버린 가오리와 함께

오랜 세월 바닥을 기었다지

그 딱딱한 등에서

길잡이 새벽별을 보며 또 하루를 견뎌냈었다지

쓸모없는 이름이 되어 후미진 곳에 버려진 것들

집으로 가기엔 너무 먼 밤이면

가오리와 제2공단 사이 여인숙에서 쇳소리를 내며

제 살 깊숙이 기름칠을 하던 폐기물들

치워낸 바닥에서

이젠 낯선 기계음이 들린다

제 자리를 내어준 고철들이

녹물을 떨어뜨리며 공단을 빠져나가는 겨울

모든 길은 한곳으로 모여 매립 처리되고

다시 재생된 길은

새별별을 따라 구로공단으로 향하는 것이다

하얀 기물器物이 쏟아져 내려 오그라드는 시간

아버지와 오빠와 형과 누이를 만나도

녹이 슬어 서로 알아볼 수 없는 길

가오리가 눈을 뜬다

 

*가리봉 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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