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다/박해성-
삭신이 욱신 작신, 마냥 아우성입니다
나의 몸은 창세기부터 통증을 훌륭히 키워내는 대자대비 숙주입니다. 죄 없는 질병들을 어린양처럼 부양하느라 고달플 때도 있지만요 그들이 있어 사실 나는 심심할 틈이 없지요. 요즘 들어 양들은 가끔 늑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을 함부로 때려잡을 수는 없답니다. 늑대를 잡으려면 내 안의 비밀동굴을 파헤쳐야 하는데요, 나는 발해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므로 헤프게 열리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죠. 항복 대신 마지못해 협상을 선택하고 알약을 삼킵니다. 이렇게 삼킨 것들을 다 모으면 아마 내 몸무게쯤 되지 않을까 갸웃갸웃, 알약들이 꿀렁거리는 가죽부대가 걸어갑니다. 있는 듯 없는 듯이 발해는 감감하고 자칫 낡은 부대자루가 터질까 내심 조마조마한데
오늘은 날이 흐려서 아무 생각 않을래요.*
* 『조주록』: 하권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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