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에서/김종휘-
마당엔 측백나무와 화초들이 봄볕에 눈을 뜨고
대문 옆에는 대추나무 수위 한 그루 서 있다
카페 문을 밀고 들어서니
드뷔시의〈목신의 오후〉전주곡이 흐른다
진한 커피 향에 끌려 창가에 앉는다
작은 난로 위에 노란 주전자가 마른침을 삼키고
커다란 통나무 탁자 위에 시집이 쌓여 있다
남한 강이 흐르는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다
앞에 앉아 이야기꽃 피우던 그가 문득 생각난다
가슴속에 회한이 몰려왔다가 사라지길 여러 번
마음속에 상처를 싸매가고 있는데
갑자기 카페 주인이 전쟁의 슬픔을 토로한다
겨우내 고생하다 봄을 맞아 간신히 어깨를 펴는데
또 전쟁이라니 어린 생명들까지 수백 명 죽이더니
이젠 원유라는 무기로 위협하고 있다고
손님들은 전쟁범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저기 “그러니까”만 되뇌고 있다
가벼워진 마음이 다시 비 맞은 것처럼 무거워져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그래도 위로 한마디는 하고 가라고
측백나무 향기가 물큰 머리를 때린다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