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읽는 사람/이기철-
문득 피고 보니 제 몸이 꽃이라고
나무들이 분홍 입술로 말하고
새들은 서러운 노래를 즐거운 악보로 바꾸어 부르며
푸른 어깨의 산 속으로 날아간다
강물이 싣고 온 소식들은 모두 가쁘게 출렁이고
올해는 어떻게 피어야 더 아름다울까
궁리하며 돋는 들판의 움들
바람이 비질해 놓은 화안한 길 위를
깨끗한 광목 필의 햇빛이 걸어간다
집들은 제 키만큼 소망 하나씩 달고
햇살 쪽으로 처마를 기울이고
꿈에 목마른 사람들은 색실 같은 마음을 엮어
오늘의 소인 찍어 내일로 부친다
껴안기엔 너무 크고 화안한 하루를
일생의 노트 속에 차곡차곡 접어두는 이 설레임
꽃의 하루가 넘치는 아름다움이듯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어 놓는 사람의 생애를
내 몇 줄 언어로 그대에게 전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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