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 / 김광욱
아내는 천수경을 외고
나는 시를 쓴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깊은 봄밤이 흐느낀다.
속썩히는 막내아들
담배 피우지 말고 속차리라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지라고
만 번 천수경 외우는 아내.
지금 몇천 번째일까.
뒷산 숲의 귀촉도 울음소리에
뿌리 깊은 부처님은 사바에서
머리 조아리고 빗소리 같은
천수경 그 소리 들으시나.
근심 걱정 많은 이 세상
자비로 씻어 주려고
주룩주룩 밤 봄비가 내린다.
나는 무슨 시를 쓰려 하는가.
목적도 없이 천만 번 시를 써도
도달하지 못할 인고의 목표.
티끌 같은 오욕과 시름덩이
하나하나 쌓여
이 밤도 목마른 시, 시가
맑은 비 되어 저리 곱게 흐르나 보다.
길고 긴 천수경 그 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