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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비무장지대 8 - 여의도>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6.06.07|조회수21 목록 댓글 0

내가 읽은 詩 (729)

 

 

 

 

비무장지대 8 - 여의도

 

― 김기원

 

날갯짓하는 한 마리 벌의

속삭임에도 설레며 털어놓는

들꽃

 

한 마리 호랑나비의 춤사위에도

가녀린 눈길 속으로 삼키고 마는

억새

 

어느 날 통통 덮어쓴 채 건너와서

뿌리내려 하나 되는 꽃 피워 내리는

방망이

 

한 마리 고추잠자리의 날개 빛에

노랗게 물들고 얼룩져 밀어닥치는

너른 둔치

 

 

여의도(汝矣島)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딸린 한강의 하중도(河中島)이다본디 모래로 이루어진 쓸모없는 땅이었기에 너나 가져라’ 하여 너섬이라 불리던 것을 너 여()를 붙여 여의도라 했단다. 1916년에 일제가 간이비행장을 건설하며 비행기지로 알려졌는데, 8·15광복 후에는 미군이 접수김포 비행장이 건설된 후에도 비행장은 존속했다. 1968년 윤중제(輪中堤축조 및 신개발 사업이 착수되어 공항은 폐쇄되었고 그 자리에 평양의 김일성광장에 대응한 516광장이 건설되어 국군의 날 등 여러 국가 행사가 열리기도 했으나 이 광장 역시 현재는 여의도공원으로 바뀌었다국회의사당을 비롯하여 각 당의 당사가 있어 정치일번지라 불리며 각종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여러 금융기관이 밀집하여 증권가로도 알려져 있고 아파트가 밀집하여 부자동네로 불리기도 한다.

김기원의 시 <비무장지대 8 - 여의도>는 이 여의도를 들꽃억새방망이둔치’ 네 단어로 표현한다물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비무장지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 여의도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시인이 제시한 네 단어를 통해 여의도는 비무장지대란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시 속에 그려내고 있는 여의도는 금융가라든가 부자동네란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 오늘날의 여의도와는 거리가 있다당연히 시가가 들어서기 전의 여의도를 떠올릴 수 있다바로 1, 2, 4연이 그렇다. ‘날갯짓하는 한 마리 벌의 속삭임에도 설레며 털어놓는 들꽃이라면 여의도는 들꽃과 벌로 대표되는 야생화와 곤충들의 천국이다이뿐만이 아니다. ‘한 마리 호랑나비의 춤사위에도 가녀린 눈길 속으로 삼키고 마는 억새를 보면 1연에서 이야기한 야생화와 곤충들의 천국이 더욱 강조된다.

​그런데 3연이 문제이다. ‘어느 날 통통 덮어쓴 채 건너와서 뿌리내린 것들은 무엇일까게다가 여의도에 건너와서는 하나 되는 꽃 피워내리는’ 것은 또 무엇일까그리고 이어진 방망이는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소재이다. 1, 2 연에 등장하는 벌이나 호랑나비처럼 여의도에 건너온 것은 분명한데 통통 덮어 쓴 채’ 건너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는다나아가 하나 되는 꽃 피워내리는 방망이라니결국 방망이에 초점을 맞추면 국회의 의사봉이 아닐까그렇다면 건너온 것들은 정치인국회의원이 된다여의도에 국회가 있고 여러 정당이 있으니 정치중심지로서의 여의도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추정된다.

​그럼에도 시인은 다시 자연을 이야기한다. ‘한 마리 고추잠자리의 날개 빛에 노랗게 물들고 얼룩져 밀어닥치는’ 곳 바로 들판이고 이를 시인은 너른 둔치라고 하는 것이다둔치가 무엇인가강이나 내(등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또는 물가의 둔덕진 곳이 둔치이다한강 그리고 영등포쪽으로는 샛강에 둘러싸인 여의도는 분명 둔치이다그것도 너른 둔치이다.

 

잘 알다시피 오랜 기간 여의도는 들꽃과 억새들의 천국이었다비록 일제 강점기에 군용비행장이 만들어졌고해방 이후에도 미군 비행장이었지만 들꽃과 억새가 만발한 비무장지대였다비록 70년대 이후의 본격적 개발에 따라 시가지가 형성되고 여러 빌딩 숲을 이루고는 있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둔치가 있고 그 둔치에는 벌들꽃호랑나비억새고추잠자리……들이 살고 있다.

​여의도 한복판은 분명 정치 1번지에 금융중심가이다게다가 밀집된 아파트는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임을 말해준다그러나 조금만 벗어나 한강변이나 샛강 주변으로 가면 봄철 한 때 붐비는 윤중로의 벚꽃길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둔치로 둘러싸인 야생화와 곤충들의 세상이다. 3연에 나오는 방망이는 분명 각종 법안을 통과시켜 하나 되는 꽃 피워내려는 의사봉즉 정치1번지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시인은 정치나 금융보다는 너른 둔치에 집중한다.

둔치만이겠는가. 516 광장 여의도 광장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거기 여의도공원이 들어서 있지 않은가그러니 시인의 눈에 여의도는 온갖 들꽃이 피어나고 곤충들이 뛰노는 너른 둔치임이 분명하다한국전쟁 이후 비무장지대는 수십 년 인간의 발자국이 없는이제는 자연의 보고라 하지 않는가여의도 너른 둔치는아직은 비무장지대자연이 숨쉬는 곳이리라

[출처] 김기원의 <비무장지대 8 - 여의도>|작성자 이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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