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詩 (730)
아픈 역사
― 김원중
뇌졸중 환자가 된 지
어언 3년에 들어섰다
일 년이 지나니
친척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2년이 지나니
친구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이제 가끔 찾아오는
한두 사람 제자들에 힘입어
오늘도 지팡이 짚고
산책길에 나선다
이것이 인생인 것을
고희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뇌졸중(腦卒中)은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의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곤란 따위를 일으키는 증상으로 뇌중풍이라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뇌졸증(症)’으로 알고 있는데 소리 나는 대로 읽자면 ‘뇌졸쭝(中)’으로,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의 파열로 인해 뇌 조직 내부로 혈액이 유출되어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통계에 따르면 원인 별 사망률 중에서 뇌졸중은 우리나라의 경우 암에 이어 두 번째라 하는데, 이제는 사회경제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원중의 시 <아픈 역사>에는 시인이 겪은 뇌졸중과 이후 자신에게 닥친 여러 현상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김원중이 누구인가. 가난 속에 소년 가장이 되어 이를 극복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함은 물론 대학교수와 문협지부장 등을 역임한 사람이 아닌가. 수많은 제자를 배출함은 물론 왕성한 문단 활동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시인이다. 그런 그가 포항공대에서 정년퇴임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그렇게 ‘뇌졸중 환자가 된 지 / 어언 3년에 들어’서서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일 년이 지나니 / 친척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 2년이 지나니 / 친구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쓰러졌을 때, 가족은 물론 친구나 친척들이 너도나도 찾아와 시인을 걱정했을 것이다. 어느 친구 혹은 친척은 수시로 병실을 찾았을 것이고 퇴원 후 요양 중인 집으로까지 찾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찾는 사람들의 숫자나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3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가끔 찾아오는 / 한두 사람 제자들’밖에 없다. 그리고 시인이 의지하는 것은 ‘지팡이’뿐이다. ‘오늘도 지팡이 짚고 / 산책길에 나선다’는 시인 - 결국 죽음으로 향하는 자신의 삶에 동반해 줄 이는 ‘지팡이’ 하나뿐이다. 이것이 바로 제목 그대로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의 ‘아픈 역사’이다. ‘이것이 인생인 것을 / 고희가 되어서야 깨닫는’ 시인. 굳이 삶이 무엇인가 혹은 인생이란 단어를 써서 그 의미를 따져보는 것도 다 헛된 일이다.
어쩌면 쓰러진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가끔 찾아오는 / 한두 사람 제자들’이 있다는 것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성공한 삶이었다고 자부해도 될 일이다. 그러나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도 찾지 않을 것이다. 훗날, 영정을 앞에 놓고 ‘한 번 더 찾아 뵐 걸’이라 말하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지팡이 짚고 / 산책길에 나’서는 시인에게 동반자는 지팡이 하나뿐이다.
맞다, 그게 인생이다. 결국 누구나 마지막 날에는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것을 고희가 되어서야 깨달았다는 시인 - 어디 시인만 그렇겠는가. ♣
[출처] 김원중의 <아픈 역사>|작성자 이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