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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시 모음

'길'을 주제로한 시 모음 (26)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6.06.08|조회수55 목록 댓글 0

-오래 전 길을 떠날 때/남진우- 

 

저무는 하늘에 무덤이 떠간다
검은 구름들 죽은 자의 혼을 싣고 먼 바다로 간다
옛 친구의 부음을 듣고 장례식장 가는 길
벚꽃은 져내려 사방에 휘날리고

 

나는 화장하는 순간의 불길의 뜨거움을 떠올린다
소각로 속으로 밀려드는 구름, 천둥소리와 함께 타들어가는 살과 뼈
문이 열리고 죽은 자의 육신이 한줌의 가루로 이승를 빠져나간다
텅 빈 장례식장 여기저기 나뒹굴 화환과 의례적인 말들

 

맨 처음 생이 내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안 다음부터
하늘을 쳐다보면 무덤이 떠가곤 했다
하늘을 노저어 가는 검은 구름들의 행렬
만종 소리도 없이 한 사람의 생은 갑자기 저물고
천천히 나는 구군가의 영구차를 뒤따른다

 

다음에 이 생을 빠져나갈 사람은 누구일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악수하며
장례식장 한켠 무심히 흩날리는 벚꽃은 바라본다
생은 추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다만 죽어가며 지속될 뿐

 

도로 저 편 검은 구름 한 척 정박해 있는
새로 개장한 모텔 안으로
지금 막 젊은 두 남녀가 들어가고 있다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네가 가는 길이 더 멀고 외로우니/박상순-

현실에 몸을 두고 살기가 외로워 의자 위에 내 몸을 올려놓습
니다. 올려놓고 보니 불편한 의자입니다. 그리고 보니 의자도
현실입니다. 이번에는 의자를 몸 위에 올려놓아 봅니다. 무겁
습니다. 의자를 내려놓고 나 자신과 맞서보기로 합니다. 온갖
사실들이 기억의 창고에서 쏟아져나옵니다. 한동안 그것들과
도 맞서보지만 여전히 의자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저 하늘엔 비행기가 갑니다.

그래서 외로운 나도 길을 나서봅니다. 우연도 필연도 아닌 길
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내 좁은 경험을 벗어나 다른 길을 찾
아보기로 합니다. 혼자 가기가 심심하기는 하지만 큰 길을 따
라 강변까지 나갑니다. 이제 계단을 내려가면 강입니다. 오른
발 왼발. 강변에선 함부로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오른
발 왼발. 나는 갑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간다고 합니다.

강변에 나와 바람을 쏘입니다. 눈을 감아봅니다. 내 의식이 바
람 속에서 눈을 뜹니다. 내 몸은 풀밭에 누워 있습니다. 누워
있는 몸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바람을 쏘인 탓인지 의식이 자
꾸 가벼워져 몸 밖으로 새나갈 것 같습니다. 하나 둘. 새어나갑
니다. 새나가고 맙니다.


저 하늘엔 비행기가 갑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간다고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길이 더 멀고 외로우니 나는
잠시 여기서 멈춰 있으라고 합니다.

 

 

-신이 길을 잡다/유안진- 

 

뒤축 접힌 막신을 끌고 나가면 동네를 어슬렁거리게 된다

한번만 더 신고 버리자던 헌신을 신었더니, 전에 살던 아파트에 와 있지 않던가

차를 몰고 나가면 퇴직한 직장 길로 가곤 한다

김유신의 애마가 천관의 집으로 직행했다더니

18년 몰아온 내 차도 26년 근무지로 길을 잡아

차를 돌릴 대마다 새 차를 결심하곤 한다


아쉬운 대로 새 신부터 샀다

 

미끄럼 방지 신바닥을 믿고 눈길 얼음길도 걷다보면 낯선 곳 아니던가

긴장과 당혹스러움은 살아본 적 없는 곳에서 살아본 적 없는 방식으로

사는 흥분이 되는 듯

잘못 든 길 잘못 찾은 곳에서의 허탈한 헛웃음도 웃어본 적 없는 새 웃음

같았고

때로는 몇몇 세기를 성큼 끌어당겨 살려고 못 타본 노선의 차를 타고

상상 속 행성으로 가고 있거나

낯선 일터에서 외계인들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처음을 처음처럼 체험하는 기분이 되곤 했다

 

이래서 새 차는 힘들지만 새 신은 가끔 사 신어야 해.

 

 

-길 위에서/안 민- 

 

술을 마신다는 것은 몸속에 묻힌 지도를 발굴하는 행위임을 알기에 그 밤에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늘은 수억만 마리의 검은 구름을 방목하였고 길 위에는 빗물이 넘쳐흘렀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방파제

끝에 걸린 날카로운 겨울을 만지다 영혼이 베였습니다. 술은 빗물에도 해독되지 않았습니다. 성분이 같은 종족이라도 언어

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지도는 얼었다 녹았다 부서졌습니다. 편린들이 먼 나라까지 날려가 식물의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천 년 전부터

울던 바람이 그림자는 영원히 직립하지 못할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지도 밖에 사는 식물이 동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독

학해 왔기에

 

나는 전복되었습니다. 추락하는 순간 거대한 선인장이 몸속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이성은 가면(假面)이므로 선인장에게

두 번 절을 올리고 성명姓名을 지웠습니다. 선인장 가시가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길 위에서 2/안 민- 

 

쑤조우와 무슈를 거쳐 핑궈에 다다랐습니다. 이 계절이 시작될 무렵부터 어제를 잃어버렸습니다. 주어를 지우기로 했는데

지난밤까지도 주어를 매단 문장들을 거품처럼 흘리고 다녔습니다. 그러므로 망실되고 있다는 것은 자업(自業)입니다. 지금

모르는 길 위에 낙엽과 함께 얹혀 있습니다. 핑궈에는 낙엽이 울고 마흔 일곱 개의 달이 떠 있습니다. 까뮈는 마흔일곱 개의

태양을 읽었지만 달의 명상도 듣지 못하는 나는 시간을 얼리고 있을 뿐입니다. 한심한 것은 내가 낳은 말들을 단두대에 세운

것입니다. 사실 단두대에 관해 성찰해야 하는 것은 출산자(出産者)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습

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가면을 떼어내기 위한 주술이기에 오늘 밤에도 지속될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내 안에

도 집을 짓지 못했습니다.

 

 

-도봉(道峰)에 이르는 길/임 보- 

 

당신이 지공도사(地空道士)*라면 1호선을 타십시오

우선 청량리(淸凉里)를 찾으세요

지금은 많이 어지러워졌으니

이름만 생각고 맑은 고을을 찾으려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그 다음 물소리가 귀를 여는 석계(石溪)를 건너고

달이 헤엄을 치며 노니는 월계(月溪)를 지나면

개울가에서 사슴이 목을 적시는 녹천(鹿川)을 만나리다

 

그 다음엔 하늘을 보세요

학이 공중을 날아가는 게 보일 겁니다

그곳이 바로 방학동(放鶴洞)이라는 마을인데

그 학들이 깃들어 사는 산이 도봉이요

거기서 만장봉(萬丈峯)을 물어 찾아가면

신선들을 만날 수도 있으리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고

헤엄치는 달도 보이지 않고

사슴이며 학도 볼 수 없었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종점까지 갔다가 그만 되돌아왔다구요?

 

아차,

종점에 자리한 소요산(逍遙山)도 괜찮은데

미리 일러 줄 걸 그만 놓치고 말았군요

한나절쯤 노닥거리며 바람 쏘일 만도 한데…

 

* 지공도사(地空道士): 속칭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닌 노인을 이르는 말.

 

 

-네거리에서 길을 잃다/박일만- 

 

이곳에 오면 늘 어지럼증을 앓는다

황급히 달려가는 꽁무니를 따라가야 할지

조금은 이유 있는 직진신호를 기다려야 할지

그도 아니면 외면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의기양양하게 가야할지

머릿속을 휘 감는 물음표와 맞서곤 한다

 

얼마나 많은 길을 가는 가 우리는

넓은 길, 좁은 길, 휘어진 길, 비탈진 길,

마음 내키지 않게 잘 정돈된 길,

뜻하지도 않게 조종되어 가는 길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우리는

수없이 많은 길을 가야 한다

수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

 

기우뚱 거리며

한 치 앞도 모를 현실에 혜안을 잃고

속살 해지는 길바닥에 감각을 뜯기며

무던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어설픈 몸짓들만 수북하게 쌓이는

네거리에서

쏜 살같이 달려가기도 하고

우두커니 기다리기도 하며

자꾸 길을 묻는다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나는

 

 

-나비는 길을 묻지 않는다/박상옥- 

 

나비는 날아오르는 순간 집을 버린다.

날개 접고 쉬는 자리가 집이다.

잎에서 꽃으로 꽃에서 잎으로 옮겨 다니며

어디에다 집을 지을까 생각하지 않는다.

햇빛으로 치장하고 이슬로 양식을 삼는다.

배불리 먹지 않아도 고요히 내일이 온다.

높게 날아오르지 않아도 지상의 아름다움이

낮은 곳에 있음을 안다.

나비는 길 위에서 길을 묻지 않는다.

 

 

-어머니의 길/남대희- 

 

“꽃가마가 져짝에서 이리로 왔는디,

여짝에 함박꽃이 얼마나 환했는지 몰라야“

곱추 등짝 같은 모퉁이길 가리키며

엄니 숨길은 늘 가팔랐다

 

수도 없이 돌고 돌았을 모퉁이 길은

시커먼 아스콘을 바르고도 곧게

펴지 못했다

 

읍내 장날,

굽은 등 펴고 싶으셨을까

모퉁이도 없는 대로에서 그렇게 쭉 펴고

누우셨는지

 

꽃가마 대신 검은 리무진 타고 돌아오시는 모퉁이에

함박꽃 대신 칡꽃이 조등을 들고,

미루나무 하얗게 하늘길을 열고 있다

 

 

-고향 길 1/윤중호-


산딸기가 무리져 익어가는 곳을 알고 있다.
찔레 새순을 먹던 산길과
삘기가 지천에 깔린 들길과
장마 진 뒤에, 아침 햇살처럼, 은피라미떼가 거슬러 오르던 물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 뒷구리 가는 길, 할아버지 무덤가로 가는 길
한철이 아저씨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을 되짚어 걸어간 길
웃말 지나 왜골 퉁정골 지나 당재 너머
순한 바람 되어 헉헉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움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
수줍은 담배꽃 발갛게 달아오르는 길
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

 

 

-계단에 이르는 길/이경임-

늙은 개처럼 헐떡이며

계단을 오를 때가 있다

 

물고기들처럼 뻐끔거리며

계단을 내려올 때가 있다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계단을 바라볼 때가 있다

 

빗방울처럼, 자동차 경적소리처럼

눈송이처럼, 까페에서 흘러나오는 커피냄새처럼

계단에 머무를 때가 있다

 

때로는 계단을 머리에 이고, 계단을 업고

계단을 질질 끌면서

학교에도 가고 결혼식에도 가고 장례식에도 간다

 

계단은 무덤처럼 풀이 돋기도 하고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기도 하고

참새처럼 폴짝폴짝 날아다니기도 하고

배고픈 비둘기처럼 구구거리며 걸어 다니기도 한다

 

계단을 애무한다고 상상하며

계단을 허물고 새로 반죽하고 색칠하기도 한다

 

구름들, 신기루, 바다, 숲, 적막함이라고

계단을 부를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투병일기, 모래시계, 매혹, 음악, 밥그릇이라고

계단을 불러보는 순간이 지나간다

 

계단은 빛과 어둠을 거느린 성좌처럼

벌과 나비가 붐비는 꽃들처럼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손짓을 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사라지듯이

계단은 새들처럼 날아가고 거품처럼 꺼져버린다

 

계단은 운무 속에 잠겨있는 산맥들처럼

제 형상을 지우고 가라앉을 때도 있다

 

나는 얼음못들이 박혀 있는 계단을 밟고 있다

한기를 참지 못해 못들을 빼버리면

계단은 투명한 피를 흘리며 허물어질 것이다

 

아직은 못이 녹을 때까지

죽음과 농담을 나누며 산책을 즐겨야겠다

 

언제인가 계단은 기하학적 도형들이 되고

흙이 되고 물이 되고 불이 되고 바람이 되고

 

휘파람 소리가 되고

나뭇잎 냄새가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계단과 입 맞추며

즐거운 상상 속으로 계단을 돌려보낼 것이다 

 

 

-우체국 가는 길/진순희- 

봄이 지나간 길을 또 걷는다

컴퓨터에서 갓 구운 원고뭉치를 들고

우체국 가는 길

올록볼록한 엠보싱 봉투에 숱한 불면과

기도 한 자락 넣어 네 귀 꼭 맞게 테이프로 동여맨다

우편번호와 주소를 꼼꼼히 쓰고

완벽한 착지를 위해 전화번호까지 매달아

등기속달로 보낸다

두 귀는 활짝 열어놓고

짐짓 무심한 듯 기다리는 동안

또 한 차례 꽃이 피고 졌다

열망의 밤들은 악어이빨 같은 파쇄기나

쓰레기통을 피해가기를,

혹시나, 행여나

를 껴안고 클릭을 하는 순간,

 

곤두박질치는 신기루

호명된 수상작을 보며

거꾸로 처박히는

헛것을 찾아 헤매는 목이 긴 순례자

또 걷는 길, 우체국은 너무 멀다

 

 

-삼포 가는 길/김유석- 

 

남쪽, 바람든 지집 같은

상행선 불빛을 비켜

확인하듯

하객(下客)이 없어도 간이역마다 들러가는

완행열차를 타고 가던 곳

안개와 뜬소문의 고장

삼포

해묵은 빚처럼 바다가 막히고

폐선 같은 뜨내기들 모여들어

새 읍이 들어서고, 공장터로 깍여진

선산의 무덤들 다도해로 누워

드나드는 상선의 고동에 잠을 깨는 곳

명물인 안개도 비릿한 뜬소문도 객기가 되어버린

인생은

주모가 바뀐 선술집의 술맛 같은 것

한 번 뜨면 다시 갈 수 없는 곳으로

무적을 울리며 열차는 간다

어머니 ......

 

 

-길을 잃었네/김경성- 

 

유적 같은 몸에 피어난 만첩홍매

벌들의 소리가 사백 년 고목의 검은 몸속으로 들어가네

몇천 번이나 뒤척거리며 꽃의 무늬를 새겼을까

지금 피어있는 꽃은 백 년 전의 꽃이 아니고

이백 년 전의 꽃도 아니라네

그보다 더 오래 사백 년 전으로 들어가 몸부림치며

기다리던 꽃이라네

 

나무의 눈이 가장 깊게 내려앉은 곳을 파고 들어가면

닫힌 우물에서 차오르는 물의 길이 있어서

꽃자리마다 목이 메일 만큼 진한 향기가 있지

저 꽃들의 눈에 내 눈을 맞추고

금기된 시간 속으로 들어가면

몇백 년 동안 보았던 것들을 내게 다 말해줄 수 있을까

 

새들과 나비와 벌과

젖빛 향을 내뿜으며 시간의 무덤을 헤치고 나와서

소름 돋은 내 발등에 꽃향기를 흩뿌리네

 

등걸에 기대어 귀속으로 매화향을 맡네

나는

어디로

어디로

 

 

-송도해안 20번길/김선옥-

 

수취불명의 편지봉투

녹슨 우체통에 반으로 꺾어져

단답형의 언어들이 보도블록에 덕지덕지하다

철거 혹은 개조심

철거된 건물더미에 핀 민들레

누가 밟았을까 아이 손바닥에 터진 풍선껌처럼 압화되어 있다

마주보고 서서도 낯설어하는 사람들을 본다

화분에서 늙어가던 벤자민을 이야기 한다던가

없어져가는 섬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없다

다만 하품 같은 하루가 뚜껑 벗은 세탁기 속에서 배수된다

철강공단 굴뚝에 걸쳐진 새벽달

해안, 안쪽으로만 몰렸을 상처의 흔적이다

 

 

<돌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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