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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시 모음

'길'을 주제로한 시 모음 (39)

작성자돌샘이길옥|작성시간26.06.22|조회수32 목록 댓글 0

-지워진 길/임 윤-

 

아이가 엄마손 놓치지 않으려

손가락 끝에 묻어난 계절이 안간힘 쓸 때

강물로 뛰어든 정강이가 시릴 즈음

단단한 각질 벗겨내는 물결처럼

잡목이 삼켜버린 길 위에 포개진 발자국은 침묵한다

강의 어깨를 물고

끝 간데 없이 출렁거리는 국경

모래밭에 찍힌 화살표 물새 발자국이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돌렸던 편자의 깊이 같다

봉두난발 백성들 머리카락인가

반질거리던 길을 에워싼 잡초를 헤집는 바람

 

신의주가 손에 잡힐 듯 끊어진 철교

수풍댐 가르는 보트의 굉음

집안에서 만포 구리광산으로 연결된 교각

중강진의 악산과 사행천에 자리한 너와집들

혜산의 얼굴을 차단한 세관의 철문

남백두에서 발원한 강물을 건너던 길

보천, 삼지연, 송강하, 이도백하 그리고 천지

대홍단 감자 보따리 장수와

화룡을 오가던 무산의 얼굴

용정과 회령을 건너던 독립투사들

두만강 뱃사공은 파업중인가

남양으로 건너야 할 기찻길 장악한 중국국경수비대

훈춘 302호 지방도로 철망 뚫고

아오지,나진,선봉으로 향하는 덤프트럭

동해가 손에 잡힐 듯한 녹둔도

금방이라도 연해주를 향한 증기기차가 건널 것만 같은

독립을 위해

식솔들 먹여 살리기 위해

메케한 석탄 연기 속, 졸음에 겨운 눈꺼풀 부릅뜨고

가슴속에 댓개 씩 응어리진 한 품고 건넜을

방천에서 바라본 두만강 철교

 

정오의 태양은 정적으로 떠다니고

왁자하게 강을 건너던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철망 사이 바라보는 건너편

인기척은 없고 매미 소리만 요란하다

미루나무 그늘에 위장한 초소들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에 숨소리조차 숨죽이는

아이가 엄마손 놓쳐버린 계절

비명으로 흩어져 떠내려간 노을처럼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발자국들

장마철에 떠내려온 비닐봉지가

철조망 송곳니에 걸려

갈 곳 먹먹한 가슴들이 파르르 떤다

 

시야에서 사라진 엄마의 손

두려움 떨치려 고래고래 소리라도 질렀으면 좋겠다

꼬질한 손가락 사이 까만 눈동자

오늘 밤은 어느 방향으로 비틀거릴까

압록과 두만이 펼쳐 놓은

창백한 푸른점* 먼지처럼 서글픈 반도의 둘레길

 

*보이저가 찍은 지구의 모습에서 빌려옴

 

 

-위험한 길/강우현-

 

한때 곁길로 가던 나뭇가지들

톱날이 간섭하자 다시 길을 찾았다

나무의 길은 하늘에 있었다

 

겨울잠을 깬 어린 나뭇가지 하나

옆구리에서 불쑥 튀어나와

길 아닌 길을 걷고 있다

 

저것은 위험한 길

바람의 눈이 반쯤 감기자

아직 나무의 길을 익히지 않은 애송이가

철없는 아이처럼 반항하고 있다

 

함께 할 수 없는 저 길

찔려본 사람들은 다시 톱날을 들이댈지 모른다

 

작년 옆 나무에서 잘린 가지 하나도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꽃을 피우고 갔다

가고 싶은 길은 그렇게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벌레에게 길을 묻다/송영신-

늦은 밤

연구실 바닥을 기어가는 벌레 한 마리

아니, 제 딴에는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책을 펴면

다족류의 벌레 같은 글자들 우루루

쏟아져 내리곤 했다

 

벌레는 제 갈 길을 알고나 있는지

밤새 더듬은 것이

먼지와 인간의 그림자였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문득, 다족류를 닮은 그림자 하나

한밤의 퇴근도 미룬 채 멈추어 섰다

여러 쌍의 다리를 가쁘게 움직이듯

방향도 없이, 허둥대며 달려온 눈먼 시간들

 

벌레여

너를 닮은 나의 하루도 막을 내리는데

무엇으로 고문 같은 희망을 또 만들까

 

벌레 하나에 물음표 하나 걸어 놓고

서성이는 나는

다족류의 DNA를 지닌 게 분명하다

나의 더듬이가 어둠을 만진다

서로의 흔적이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가는 것이다

 

 

-고산 가는 길/이병연-

 

곧은 길 놓고

할머니 등처럼 굽은 길

느릿느릿 간다.

구룡천 따라

빼곡히 박혀 있는 감나무 길

덧대고 기운 길 간다.

 

휘어진 등으로 하루를 더듬으며

시래깃국으로 삭은 몸 달래던 할머니

주렁주렁 빠진 이 사이로 흘러나오던

얼룩진 이야기 싣고

아픔도 슬픔도 달착지근하여

가을 햇살 아래 누워 있는

고산 가는 길

 

한 구비 지나면

또 한 구비

멀리 불그스레 앉아 있는 산들

무심히 지나가고

오랜 얼굴 같은 잎들 단풍이 들어

삐걱대는 문에서도 단내가 나던

아득한 그 시절 꽁무니에 달고 간다.

 

 

-11월, 숲길에서/염혜순-

 

단풍 빛이 눈부시게 아름다워도

버려야할 옷이라고

바람 한 번에도 후드득 잎을 떨구며

나무가 말없이 웃었다

 

숲길에 켜켜이 내려앉은 이파리들은

저마다 다른 빛

자기만의 빛으로 물든다는 건

나름의 삶을 지켜왔다는 것

 

하나도 같은 잎은 없는 것처럼

한해의 날들도 같은 날은 없었다

그날이 그날 같던 지난날들이

제각각의 빛으로 떨어져 내렸다

폭풍 속 하루도

푸름이 가고 나니 단풍이다

 

입술조차 말라버린 잎들이

바사삭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길 위에

아직 고운 단풍잎 하나 떨어져 얹힌다

 

가을 숲이 바람의 손길에 앞섶을 푸는 동안

목련, 감출 것 없는 가지 끝에는

어느새 하얀 솜털에 싸인 꽃눈이 달렸다

 

11월이 숲을 지날 즈음엔

한해를 살아온 시간들이 낙엽처럼 날리는데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았다고 속삭이는 소리와

이젠 너무 늦었나 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월말에 받아든 얇은 월급봉투처럼

가벼이 팔랑이는 달력이 보인다

 

오래된 달력 뒤에 새 달력을 걸면

달력에도 꽃눈이 생길까

 

 

-그에게서 오는 길/권기만-

전쟁 직후 나는 여자이기보다 계피 냄새이길 원했죠

죽은 자들의 빈자리에서 강냉이가 자랐고 하늘은 가끔 훌쩍거렸죠

흙이 애원한다는 걸 그때 알았죠

기억이 끝나길 애원하기도 한다는 것도

너를 나로 읽는 습관은 유일하게 없어지지 않았고

내가 어디서 얼마만큼 사라졌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죠

용서라는 말은 아직 뿌리를 만들지 못했고

왜 추운진 모르지만 여름에도 옷을 껴입고 살았지요

놀라운 일은 눈이 그쳤다는 것과 설원이 미래로 이어졌다는 것

바람이 날개 같았지만 날고 싶진 않았어요

대화를 잊은 동안 휴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정은 혼자 했지만 혼자 한 게 아니었죠

그를 맴돌며 그에게 가려고 했지만

천 개의 곡선을 완성하면 오겠다며 떠나갔지요

너라는 은하를 주머니에 넣고 러닝머신에 오르면

시간이 부드럽게 미끄러진단 걸 알 수 있었죠

기억은 영원을 비꼰 일시적인 것에서만 반짝였고

마치 발이 있어서 떠나거나 돌아오듯

나는 옷걸이에 걸린 듯 내려오지 못했어요

기억이 돌아오면 가끔 분홍빛 모자로 걸려 있기도 했지요

일말의 기품엔 솔직하면서 모호하고 달콤하면서도

끝까지 기억나지 않는 기억들뿐

기다림으로 낡아버린 빈 의자를 그냥 두는 건

누가 올 것이라 믿고 싶어서였죠

헤어지는 연습은 아무리 해도 눈물을 떨칠 수 없는지

다정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님이라 하네요

낙원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 길을 잃었을까요

아침은 전쟁 직전처럼 그저 계피 냄새이길 원하는데

 

 

-푸른차산성으로 가는 길/박홍점-

  모두가 잠든 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푸른차산성으로 봄나들이를 간다 챙 넓은 해바라기를 쓰고, 나이를 거꾸로

먹나봐 들뜬 화장은 이제 마흔 살이다

 

  십센치 킬힐 신고 도시락 따위는 필요 없다 입만 있으면 그뿐 살이 오르는

봄햇살만 있으면 그뿐 손에 손을 맞잡은 청춘들이 있고, 노래 속에만 있던 꽃

대궐 들뜬 화장이랑 나는 도란도란 꽃길 베어 먹으며 꽃 속으로 걸어 들어 간

 

  (탯줄에 입을 대고 빨던 그때가 아니고서는 한 번도 함께 걸어본 적이 없어

말 안 듣는 아이처럼 신발 속에서 자꾸만 발가락이 튕겨져 나오곤 했지)

 

  들뜬 화장은 이제 마흔 살 킬힐을 신고 백리쯤 걸어도 끄떡없는, 꽃들 만국

기처럼 펄럭이고, 오른쪽엔 푸른차산성의 돌담이, 왼쪽엔 봉분 같은 지붕들

마을을 이루고

 

  주름과 고요는 꿈을 사이에 두고 뼈와 살은 길을 사이에 두고 봉분들이 부

풀어 오르는 봄빛을 받아먹고 배가 부른 날

 

  들뜬 화장과 나는 자매처럼 친구처럼, 어느 순간 얼굴은 사라지고 목소리만

들린다

 

  비로소 당신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해 청산가루도 먼저 먹어보던 리트머스

시험지, 당신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황사 가는 길/마선숙-

속진이 켜켜이 목을 조이면

물결 따라 흘러가듯 땅끝으로 밀려간다.

해남 대로변에 애기 동백꽃들

눈 뒤집어쓰고 펑펑 피어 있다

불상과 경전 싣고 가던 소 한 마리 대신

붉은 얼굴로 웃는다

겨울에 꽃이 피고 겨울에 꽃이 지는 어린 생애

어른 토종 동백나무도 새봄에 꽃 필 준비하는데

철부지 애기씨들은 겁도 없이 찬 서리와 하나 되었다

솜털 보스스한 영혼들이 생과 사에 초연하다

밤이면 은밀히 미황사 큰스님 방에서 법문 들었을까

대웅전 처마 끝 풍경 소리에 마음 내려놓았나

금강경 사구게 독송하며 무심을 익혔을까

진한 선홍빛 속엔 외로움이 절 한 채 들어 있으리

미황사에 닻 내린 소 한 마리 어디 갔나

소 행방 묘연하면 애기 동백꽃에게 사는 방법 물어도 좋으리

그 길

아득한 그 길

 

 

-마음으로 걸어 가는 길/박복수-

 

내 안에 꼿꼿한 오기

허리 피며 일어선다

햇빛 밝은 쪽으로

가지를 뻗고, 휘저으며

마음으로 걸어가는길을 연다

 

지난 길 진홍빛 꽃자리였지

알알이 타던 빛 열매의 길은

시가 될 씨앗을 찾아

꿈속을 헤매던 길

 

죽음과 삶의 한가운데서

이별을 준비하는 사이도

열심히 정성 다해

꽃 한 송이 뿌려놓고

 

잡고 있던 욕망도 내려 놓은 빈 가슴

덤으로 주신 오늘

감사의 미소로 시들어 가는 꽃

 

 

-길을 위하여/이 수-

꽃 진 라일락 가지가 드리우는 그늘 아래 앉아
공원 내 음악방송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며
머언 거리에서 서성거릴
피멍 든 내 삶의
경골의 구둣소리를 듣는다
세상 속 어떠한 절망도 사람을
끝장 낼 수는 없다고 중얼대며 가는 길 위에서
따가운 오월의 햇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들고 잠시 바라보면, 등성이로 구름을 몰아가는
바람의 귀엣말 같은 돌돌거림
바윗길 옆, 오두마니 앉아 있는 내 표정에서
얼른 슬픔을 읽어 내지 못한 사람들은
셔츠 앞자락을 펄럭이며 저만치
앞서 가 버리고
백련암 오르는 길 옆,
바위틈마다 촘촘히 박힌
날개이끼들을 밟을 새라 조심하며
나는 또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길고도 먼 길, 나는 이 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피로와 숨가쁨이야말로 이미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기억과 기억 어디쯤과
몸비빔한 내 몸뚱아리에서 부풀어 오른
새로운 힘의 비유일 터,
어스름 설핏 내린 비탈길을
실안개 싸여가는 계곡을
어둠이 묻어나는 풍경소리 그 모두를 지나
또는, 위험의 모든 벼랑 끝을 건너뛰어 이제
우리가 스쳐왔던 곳마다
철쭉꽃이 피고 지고 순식간에
오월의 하늘이 열리는 것을
보고 있다 이 세상 어느 것도 위협이
될 수 없는 몸에서 마침내
나를 지우고 나에게 이르는 길
저 등성 너머에서 순결하게 빛나는
길 하나를 위하여
나는 더 이상 추억에 대항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 불 때 홀로 길*/남태식-

 

올까요?

오지 않겠죠?

귀퉁이에 숨긴 마음

내보이는 거야

세월의 힘이겠지만,

마음이거나 몸이거나

미움이거나 정이거나

다 물과 같아서

이미 저 갈 데로

가도 저만큼 저, 저만큼

한참도 더 한참을

갔을 터인데,

 

올까요?

오지 않겠죠?

바람 불 때 홀로 길

나설 일 아니라는데,

할 일 없는 중늙은이

홀로 길 나섰다가

또 괜한 지나간

마음앓이 몸앓이

되새기며 섰는데,

 

올까요?

오지 않겠죠?

오든 안 오든 이제 더는

상관할 바 아니겠지만,

새기는 마음으로야

왔으면 싶지요,

봤으면 싶지요,

그리운 마음들

안절부절 타는 몸들.

 

* ‘바람 불 때 홀로 길을 나설 일이 아니다’(김영진 시 「산딸나무 아래서」)

 

 

-바람소리 길에서/이상열-

소백산맥이 빚어낸 좌구상 능선 휴양림에서

푸른 숲을 좋아하는 나를 초대한다

푸른 능선 초록향기 쉼터에 앉아있다

 

한때 반정을 모의하던

조정중신이 은거하던 곳

중세의 푸름이 소유한 출렁다리아래 계곡

공포가 도사린다

 

명상구름다리 건너 청정에너지로 가는

바람소리 길에서

산림으로 둘러싸인 탄소는 녹주옥 천상에서 추락한다

 

건너 자작나무 숲길 따라 능선을 오르면

갈증에 초췌해진 잎들이 가을을 불러

발자국이 바스락 거린다

사유에서 빠져나와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을 수 없는 바람소리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엽록체의 광합성 소리 들어며

자연휴양림 우거진 산에서

피톤치드에 쌓여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지형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언문으로 쓰여 있고

지명은 한문으로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나간 세기속의 파랑이 천연을 되새기는

울창한 산림은 처녀성을 잃은 오존층의 치유제다

 

존재 하지 않는 내가 앉아 있는 산정의

유래는 그곳에서 전해온다

 

 

-미루나무 길은 안녕할까/김선희-

 

오랜 가뭄으로 대청호에 물이 줄어 

가장자리에 나이테처럼 결이 생겼다

 

저쯤이면 우리 집인 것 같아

그 언저리까지 돌팔매를 던져본다

풍덩 소리를 내며

깊고 나직한 한숨이 강바닥에 드러눕는다

 

칠 남매가 살을 부비며 곰실곰실 살아가던 곳

속을 보이면 금방이라도 걸어갈 듯 가까운데

빗장을 잠근 듯 고요하다

 

가뭄이 심했던 어느 해엔

동네 길바닥과 항아리들도 올라왔다던 곳

새말 할머니 댁 가는 미루나무 길가에 피어나던

붉은 참나리 꽃은 물속에서 계절을 잊은 걸까

 

오랜 가뭄에도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는 미루나무 길

 

구불구불 할머니를 닮은 그 길을 마음으로 걸어가며

강둑으로 넘어오는 물안개를 따라가 본다

 

 

-겨울 길을 간다/이해인-

겨울 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몽촌토성 가는 길/류병구-

 

묵은 감나무 한 그루

밑동에 볏집 붕대를 감고 있다

 

까치밥이랍시고 쪼그라든 가슴 거멓고

골다공증에 삭신이 저린 듯

마른 가지에 매달려 사나운 겨울을 버틴다

 

수도 없이 쪼인 부릿자국

오만 잡티 투성이다 

 

저 쭉정이 젖무덤에도 

한 때는 꽤나 많은 유즙이 고이고

맑은 살 도도록한 봉오리였겠지

 

굵은 솔장대기에 기댄 채

멀거니 떨어지는 눈물 세며

여린 볕을 자꾸 동여맨다

 

거무틱한 묵언 둘러메고    

오르는

겨울 토성

 

 

<돌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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