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다리
백무산
나비는 따듯한 계절을 살다 간다
건널 수 없는 빙하기가 오기 때문이다
날개를 단 다음부터 나비는
생존을 위해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
날개는 무도의 의상이고 꿀과 춤은 축제의 기쁨이다
애벌레 시절에 생활을 졸업한다
노동의 계절을 마치고 날개를 단 후엔
천상과 지상의 중간을 사는 축제의 참가자일 뿐이다
그리고 즐거운 짝짓기를 하고 기쁨의 알을 낳는다
인간에게 삶과 죽음의 중간 같은 건 없다
삶에 가파른 절벽을 그려놓고 시간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비참을 감추려고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자꾸 우겨대지만
돌아서면 개소리 같다
축제를 몰아낸 공허한 몸에 노동이 자학처럼 물고 있다
노동이 다 빠져나갈 때를 죽음이라고 부른다
히말라야 아래에는 나이가 차면 순례길에 나서고
순례 끝에 출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
우리 옛사람들도 또 왕들도 나이가 들면 곧잘 출가하여
다른 생을 살았다 한다
출가보다 아름다운 일이
인간의 삶 속에 있었으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ㅡ 시집『그 모든 가장자리』(창작과비평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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