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수필/좋은 글

맑은 날/이동순

작성자대곡 맘|작성시간26.06.14|조회수14 목록 댓글 0

맑은 날

이동순

어둔 숲그늘 새 세상으로 틔우려고
구석엔 씨앗 하나쯤
눈 살며시 뜨고 하늘 품을 수 있도록
마음 활짝 열어젖히고
바람도 새로웁게

이제 마악 핀 개똥쑥꽃 한 송이도
햇살 머금은 제자리에서
여린 꽃둘레 다치지 않도록
발걸음도 나직나직
눈물겨운 우리나라 한결 보듬어 다사롭게

잘 익은 상수리알들이
호도독 떨어져 풀숲 귀퉁이에
둥지튼 멧새들의 곤한 잠을 일깨울 때
새로움 부둥켜안을지라도
가질 것 버릴 것 잘 간추려 마음 슬기롭게

청주 용정리의 하늘을 맑은 날 바라보면
풍상 겪은 세월이
갑절이 되기까지 당당할 수 있도록
더욱 줏대를 가진 새로움일 수 있도록
부모산 쪽에서 줄곧 반짝여오는 빛의 정신

 


ㅡ 시집『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문학과지성사, 1992)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