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글 출처
심건의 묘표(墓表)
- 저자
김계휘(金繼輝)
- 이명
자 : 중계(重啓)
- 원전서지
국조인물고 권26 명류(名流)
심 중계(沈重啓, 중계는 심건의 자(字))가 졸(卒)하여 장사지내자 친구인 좌랑(佐郞) 중경(重慶) 김규(金虯)가 함께 공부했던 종부형제(從父兄弟) 교관(敎官) 진(鎭)과 주부(主簿) 자(鎡)와 수찬(修撰) 전(銓)에게 말하길, “분묘에 관한 일은 그 집안에 달려 있고 중계의 홀로 된 아내와 외로운 자식의 생활은 삼촌과 사촌들에게 달려 있겠지만, 살아서는 이미 그 뜻을 펴지 못하였고, 죽은 뒤에도 자식에게 아무 표정이 없으면 이 어찌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이에 드디어 평소 함께 사귀던 십여 명이 돌을 사서 기록한다.
중계의 휘(諱)는 건(鍵)이니 청송(靑松) 사람이다. 대대로 이 나라의 명족(名族)이었으며, 조선조에 들어와서 3대에 걸쳐 의정(議政)이 된 분으로 심덕부(沈德符)와 심온(沈溫), 심회(沈澮)인데, 그 공업(功業)이 국사(國史)에 실려 있어 상고할 수 있다. 그 뒤 증 찬성(贈贊成) 심원(沈湲), 증 영의정(贈領議政) 심순문(沈順問)과 종부시 정(宗簿寺正) 심봉원(沈逢源)은 군의 증조부ㆍ조부ㆍ아버지 삼대가 된다.
종부시 정(宗簿寺正)공이 정랑(正郞) 김현조(金顯祖)의 딸에게 장가들어 정덕(正德) 기묘년(己卯年, 1519년 중종 14년)에 군을 낳았다. 군은 어릴 적부터 슬기롭고 남달리 뛰어났으므로, 아버지의 친구인 회재(晦齋) 종백(宗伯, 예조 판서) 윤개(尹漑)께서 기특하게 여기고 사랑하여 가숙(家塾)에서 가르치며 자식같이 여기고, 장성해서는 이연경(李延慶)의 사위가 되었다. 군은 안으로 어진 부형(父兄)이 있고 밖으로는 고명한 스승이 있으며 함께 하는 이가 모두 당시 평판이 자자한 사람들이어서 학행이 날로 크게 이루어지니, 스승과 벗의 연원(淵源)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계묘년(癸卯年, 1543년 중종 38년)에 진사(進士)에 합격하고 무신년(戊申年, 1548년 명종 3년)에 급제하여 승문원 정자(承文院正字)에 선임되어 곧 높은 벼슬에 천거되었으나 친척으로 인한 혐의 때문에 결국 임명되지 못하였다. 경술년(庚戌年, 1550년 명종 5년)에 호서(湖西) 지방의 어사(御使)로 나갔다가 감기에 걸려 4월 4일 공주(公州) 관사에게 작고하였다. 이달 무오일(戊午日)에 빈소(殯所)를 서울로 옮기고 다음달 경인일(庚寅日)에 고양군 목희리(高陽郡木稀里) 임좌 병향(壬坐丙向)의 언덕에 장사지내니, 장인의 묘역 근처이다.
슬프다. 양친이 살아 계시고 남겨진 아들이 겨우 세 살이며 또한 유복자가 있어 아직 열 달이 못되었으니, 이 사람의 원통함이 어찌 극심하지 않으랴? 아! 중계는 살아서는 향당(鄕黨)과 종족에게 사랑받지 않음이 없었고, 죽어서는 친구들이 울어서 목이 메이고 눈물 흘리지 않은 이 없으니, 아! 어찌 사람에게 이런 일이 있을까? 남들과 잘 사귀고 누가 허물을 일러주면 기뻐하며, 남을 이기기 좋아하고 스스로 뽐내며 원망하고 탐욕스러운 일을 행하지 않는다는 것에 우리 중계가 거의 가깝다고 하겠다. 언어를 희학(戱謔)스레 하여 겉으로는 뒤범벅인 듯하나 안으로는 꿋꿋하게 지킴이 있으며, 명리(名利)에는 욕심이 없었다. 사람들이 잘못하면 바로 면전에서 잘못을 책망하고 용납하지 않았으나 돌아서는 뒷말이 없었으니, 원망함이 이로써 희소하였으며, 혹 불편한 일이 있으면 대하여 말하고 의심하여 피하는 바가 없다가 사람들이 혹시 불안해하면 이에 말하기를, “험담과 칭찬은 저에게 있으니, 내 어찌 마음에 거리끼겠는가?” 하였다.
한 집안 내에서 정권을 잡고 대각(臺閣)에 참여하는 이 몇 사람이었는데, 항상 가득 차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고 하루도 안심하는 날이 없었다. 용의(容儀)가 준수하고 얼굴은 크고 밝아 모습이 그 마음과 같았으니, 사람들이 바라보고 공경하여 모두들 원대한 희망을 기대했는데, 불행하게 일찍 죽으니, 몹시 애석해하지 않는 이가 없다. 아! 이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하니, 장차 덕망과 재능이 있는 이에게 부탁하여 불후의 글을 도모하려고 하였으나 그럴 겨를이 없어 친구인 광산(光山) 김계휘(金繼輝)가 간단히 묘표(墓表)를 지어서 후손들이 보도록 대비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심건 [沈鍵] (국역 국조인물고, 1999.12.30, 세종대왕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