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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득의 어려움

작성자낙민(장달수)|작성시간14.10.21|조회수244 목록 댓글 0

2. 설득의 어려움

 

출전 『한비자』 세난편

 

춘추전국시대에는 유가·묵가·법가·종횡가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제후들을 만나 정치에 대한 자신의 주장과 철학을 내보여 제후가 이를 받아들이면 크게 발탁되어 재상의 반열에까지 오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미련 없이 다른 나라의 제후를 찾아가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이었다. 이들은 '유세객(遊說客)'이라 불렸는데, 공자나 맹자 역시 유세객의 신분으로 각국의 제후와 중신(重臣)들을 만나 자신들의 정치철학을 폈다.

 

이 글은 『한비자』 「세난(說難)」편에 나오는데, 글자 뜻 그대로 '설득의 어려움', 즉 상대방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그에 알맞은 말로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를 밝혀 놓았다. 그런데 설득의 어려움을 깊고 예리하게 통찰한 한비자 자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세난(說難)'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였다.

 

▣ 설득의 어려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가지고 설명하여 상대를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말과 논리로 자신의 뜻을 충분하게 밝히기가 어렵다는 말도 아니다. 또한 대담하게 말과 논리를 펼쳐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말은 더욱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말은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본마음을 알아, 자기의 의견을 그 마음에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득하려는 상대방이 고결한 말로 명예와 명성을 떨치는 일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정반대로 그에게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길을 이야기한다면, 뜻이 낮은 사람이라 여겨 비천(卑賤)하게 대우하고 반드시 멀리 내쫓을 것이다.

 

또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많은 이익을 좇아 얻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데, 정반대로 그에게 명예나 명성과 관련한 고결한 말만 꺼낸다면, 이쪽을 마음이 비어 세상 물정에 소홀하다 생각하고 반드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또 설득하려는 상대방이 속마음은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면서도 겉으로는 명예와 의리를 내세워 고결한 척하고 있는데, 거기에다 명예에 대한 말만 늘어놓게 되면 겉으로는 그 의견을 듣는 체하지만 실제로는 멀리하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설득하면, 그 상대방은 이쪽의 의견을 채용하면서도 겉으로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결국 설득하는 사람을 버리고 만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것이므로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대개 일이라는 것은 비밀을 지켜야 이루어지며, 모의하는 일은 밖으로 누설되면 실패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직접적으로 비밀을 발설하거나 흘리지 않아도,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우연찮게 상대방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데, 이와 같은 경우에는 설득하는 사람의 목숨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겉으로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놓고, 실제로는 다른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설득하는 사람이 단지 겉으로 드러난 일은 물론 상대방이 비밀스럽게 추진하는 일까지 알아차리게 된다면, 또한 설득하는 사람의 목숨은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앞서 설득하는 사람이 계획한 어떤 일이 상대방의 마음에 우연하게 들어맞았는데, 외부의 또 다른 지혜로운 사람이 그 계획을 짐작하여 밖으로 누설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상대방은 반드시 설득하는 사람이 그 일을 누설했다고 의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득하는 사람의 목숨은 또한 위태롭게 된다.

 

또한 임금과 가깝거나 은밀한 대화를 나눌 관계도 아니고, 임금의 은총이 아직 두텁지도 않은데 지극히 친근한 어조로 설득해, 그 일이 행해져 공로가 있으면 질투하는 사람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만약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패했을 때는 의심을 받게 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만일 설득하려는 임금의 허물을 보고 설득하는 사람이 예의(禮義)를 앞세워 그 과오(過誤)를 지적하면, 임금은 자기를 책망하는 것으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설득하는 사람은 그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임금이 어떤 좋은 계책을 얻어 자신의 공적(功績)으로 삼고자 마음먹고 있는데, 설득하는 사람이 그 일의 내막을 알아차리게 되면, 또한 설득하는 사람의 목숨은 위태로울 수 있다.

 

더구나 설득하는 사람이 상대방이 실제로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권유한다거나, 상대방이 아무래도 그만두지 못할 일을 억지로 그만두게 권유하는 경우에도 설득하는 사람의 목숨은 위태롭다.

 

대신(大臣)들에 대하여 비평하게 되면 임금은 설득하는 사람이 자신과 신하 사이를 이간시키려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며, 미천한 아랫사람에 대하여 비평하게 되면 임금은 설득하는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팔아 아랫사람에게 사사로운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설득하는 사람이 임금이 총애(寵愛)하는 사람을 들추면, 자기에게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그들의 힘을 빌리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한 임금이 미워하는 사람을 들추어내면 임금은 자기의 속마음을 떠보려고 하는 짓이라 여길 것이다.

 

설득할 때 말의 앞과 뒤를 과감하게 자르고 핵심적인 내용만을 말하면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반대로 장광설(長廣舌)로 자세하게 설명하면 지나치게 말이 많아 학문과 식견이 잡다(雜多)하다고 여긴다.

 

구체적인 사실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면, 임금은 설득하는 사람을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겁쟁이로 여긴다. 반대로 설득하는 자가 일을 잘 꾸며 먼 앞날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면, 임금은 비천(卑賤)한 자가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바로 세난(說難 : 설득의 어려움)이기에 잘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설득의 요령과 방법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힘써야 할 요점은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자랑으로 여기는 것은 은근히 칭찬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은근히 덮어주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상대방이 급하게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으면 설득하는 사람은 반드시 공적(公的)으로 합리적이고 정당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장려해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속으로 좋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설득하는 사람은 좋은 점에 대해서는 격려해주는 한편 일을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조리 있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이 마음속에 고상한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시행하기에 힘이 미치지 못할 경우, 설득하는 사람은 그 일을 실행했을 때의 문제점이나 실행한 뒤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주는 한편 그 일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사실에 대해 현명하다고 칭찬한다.

 

설득할 상대방이 자신의 재능이나 지혜를 자랑하고 싶어 할 때, 직접적으로 칭찬하면 아첨이 된다. 따라서 그와 비슷한 사례를 들려주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고, 이쪽의 설득을 채택하게 하는 자료로 이용하도록 한다. 이 방법은 모르는 척하면서 상대방의 재능과 지혜를 도와주는 것이다.

 

또 상대방으로부터 나라의 공적(公的)인 논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인정받고 싶다면, 설득하는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명분을 밝혀야 한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상대방의 개인적인 이익에도 합당하다는 점을 은밀하게 나타내어, 그 일을 시행하면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

 

반대로 나라와 임금에게 해(害)가 되는 일을 말할 때는, 명분상 비난받을 만한 일을 밝히고, 임금 자신에게도 해(害)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또 임금을 칭찬해야 할 경우에는 직접 칭찬하지 않고, 비슷한 다른 사람의 사례를 들어 칭찬해야 한다. 임금의 잘못을 책망할 경우에는, 직접 경고하지 않고 다른 비슷한 사례를 들어 충고해야만 한다. 더불어 임금과 함께 불명예스러운 일을 했을 때는 해로울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크게 강조하고, 임금과 함께 한 일이 실패했을 때는 반드시 실책이 없음을 크게 꾸며서 말해야 한다.

 

임금이 뛰어난 결단력을 뽐내면, 굳이 그 잘못을 지적하여 화나게 할 필요가 없다. 또 임금이 자신의 계획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실패한 사례를 들어 추궁할 필요가 없다.

 

설득하는 사람의 대의(大義)가 상대방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하고, 설득하는 사람의 말씨가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자기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이 상대방과 충분히 친근하면서도 의심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여 의견이 채택되도록 하는 길인 것이다.

 

이윤(伊尹)이 재상이 되기 전에 요리사 노릇을 하고, 백리해(百里奚)가 진(秦)나라의 재상이 되기 전에 포로생활을 한 것은 모두 그 임금에게 등용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성인(聖人)이었지만, 이렇듯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신의 영달을 이룰 수 있었다.

 

비록 지금 자신의 신분이 미천한 요리사나 포로(捕虜)의 신세로 전락했지만 장차 자신들의 의견이 임금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능력 있는 선비로서 그만한 고통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임금의 신임을 받게 되면 임금을 위하여 깊은 계책을 꾸며도 의심받지 않고, 임금 앞에서 충언하고 논쟁을 해도 벌을 받지 않게 된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이해관계를 밝혀 공적(功績)을 이루고, 옳고 그름을 지적하여 임금의 덕행을 높여 빛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임금과 신하가 서로 믿고 충성하면, 그 설득은 성공한 것이다.

 

세난(說難)의 역사적 사례

 

옛날 정(鄭)나라의 무공(武公)은 호(胡)나라를 정벌하고 싶었기 때문에, 먼저 자신의 딸을 호(胡)나라 임금에게 시집보내 환심을 사놓았다.

 

그 후 여러 신하에게 물었다.

 

"내가 군사를 일으키려고 한다. 어느 나라를 먼저 정벌하면 좋겠는가?"

 

이에 대부(大夫)인 관기사(關其思)가 호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무공은 크게 화를 내며 그를 처형시켜버렸다. 그리고 다시 말하였다.

 

"우리와 형제의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를 정벌하라는 말이 과연 정당한가?"

 

이 얘기를 들은 호나라의 임금은 정나라가 자기 나라와 매우 친하다고 생각해, 정나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비도 취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정나라는 호나라를 공격해 빼앗아 버렸다.

 

송(宋)나라에 큰 부자가 살았는데 큰 비가 내려 담장이 허물어졌다. 그러자 그 아들이 말했다.

 

"무너진 담을 다시 쌓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

 

이웃의 늙은이도 같은 말로 충고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에 실제로 도둑이 들어 많은 재물을 잃고 말았다. 이에 그 집 아들은 아주 슬기롭다고 칭찬을 받았으나, 같은 말을 한 이웃 늙은이는 수상히 여겨 의심을 받았다.

 

위의 두 사람인 관기사(關其思)와 이웃 늙은이의 말은 모두 틀린 말이 아니었는데도, 한 사람은 죽임을 당했고 또 한 사람은 의심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어떤 사실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실을 알고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어려운 것이다.

 

옛날 위(衛)나라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던 미자하(彌子瑕)라는 사람이 있었다. 위나라의 법률에 의하면 허락을 받지 않고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사람은 발뒤꿈치를 잘라 버리는 형벌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미자하는 임금의 명령이라 속이고 임금의 수레를 몰아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임금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현명한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칭찬하였다.

 

"효성스럽도다! 어미를 걱정한 나머지 발꿈치가 잘리는 형벌도 잊었구나!"

 

그런 일이 있은 뒤 어느 날, 미자하는 임금을 따라 과수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하나 따먹었는데 너무나 그 맛이 좋았으므로 다 먹지 않고 반을 남겨 먹던 것을 임금에게 바쳤다.

 

이에 임금이 말하기를

 

"나를 매우 사랑하는구나. 그 맛있는 것을 참고 나에게 주다니."

 

하고 칭찬하였다.

 

그 뒤 미하자의 용모가 점점 쇠약하여 총애가 식어졌을 때 임금에게 죄를 짓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금이 화를 내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놈은 지난날 임금의 명령이라 속이고 나의 수레를 탔으며,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하자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는데 전에는 어질다고 칭찬을 받았고 나중에는 벌을 받게 되었으니 왜 그런 것인가? 그 까닭은 임금의 애증(愛憎)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금에게 총애하는 마음이 있을 때는 짜내는 지혜가 임금의 뜻에 맞아 더욱 친숙해지겠지만 임금의 총애가 미운 마음으로 변하게 되면 이쪽의 지혜는 임금의 뜻에 들어맞지 않으므로 벌을 받게 되어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에게 간언(諫言)을 하거나 논의를 하고자 하는 선비는 자기가 과연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는지 미움을 사고 있는지를 미리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용(龍)이라는 동물은 본래 유순하여 사람이 잘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턱 밑에 한 자나 되는 역린(逆鱗)1)이 있어 만약 사람이 그것을 건드리면 용을 길들인 사람이라도 반드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임금도 또한 역린이 있어서 설득하는 자가 그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한다면 곧 그 설득은 성공할 수 있다.

 

 

역린 : 『한비자』의 세난편에 나오는 말로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는 데서 유래한 말. 왕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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