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태어났을 때 내 생각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없었다고 여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겨우 배고프다. 졸리다 하는 따위 느낌이 있을 뿐이었으리라. 바라는 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저 울었을 테고.
조금 머리가 커지자. 남이 하는 얘기가 뭔 뜻인지 알았다. 처음엔 어머니나 아버지가 하는 소리 그리고 언니가 하는 소리만 듣다가 조금 더 커서는 선생님이 하는 소리 또 기껏해야 교과서와 몇 권 되지 않는 동화나 위인전, 만화책 따위에서 읽어 얻은 것에 따라 생각이 다듬어졌다. 짚어보면 생각이랄 것도 없이 얼추 거기서 옳다는 대로 살았다. 그러니 생각이랄 것도 없다. 생각은커녕 ‘나’는 있었을까? ‘나’라고 하지만 내가 무엇인지 헤아려본 적이 없다. 그저 사람이라니까 사람인 줄 알고 살았고. 어버이가 이름을 택주라고 붙어주었으니 누가 내 이름을 물으면 택주라고 했을 뿐이다. 아울러 사람이라고 부르니 사람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마치 비를 비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런데 비는 어디에 있다가 내리나? 하늘에. 하늘에 있을 때도 비라고 하나? 구름이라고 부른다. 비와 구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란 말이다. 남들이 그렇게 부르니 그저 따라 불렀을 뿐 이상한데 왜 그렇지? 하는 물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비, 구름은 모두 물이다. 그런데 때에 따라 구름이라고도 하고 비라고도 한다는 말이다. 땅에 있던 물이 볕을 받아 하늘로 날아오르면 '김'이라고 부른다. 또는 도랑물, 시냇물, 흙과 섞이면 흙탕물이라고 하고 강물, 바닷물 갖다 붙이는 대로 이름이 된다.
아무튼 지금 사람이라고 부르는 나는 무엇인가? 내가 하는 생각이 참으로 내 생각일까? 이제껏 옳다고 여겨왔던 것이 참으로 옳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조차 누가 하는 말을 듣고 짚어보고 있는 걸꺼다. 나는 어디 있나? 나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제헌절. 헌법을 돌아본다.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구름과 비가 또는 얼음이 이름이 그러할 뿐 ‘물’이듯이, 나는 나라고 또는 너라고 이름 할 뿐 ‘우리’이다. 우리나라는 ‘우리’가 사는 나라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제3조에 따르면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한반도, 북녘사람들은 조선반도라고 하는 뭍과 거기에 달린 섬이라 했다. 그러니 헌법에서 얘기하는 ‘우리’, 국민 곧 나라 사람은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1조 ②항에 따르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한반도에 사는 모든 우리에게 힘이 있다는 말인데 참으로 그러한가? 우리를 아우르지 못하는 우리. 떨어져 있는 너를 남, 나아가 적으로 돌리고서는 ‘우리’를 '우리'로 아울러 사이좋게 살 수 없다.
나는 무엇인가? 두루 어울려 사는 ‘우리’이다.
나는 어디있나? 더불어 사는 ‘우리나라’에 있다.
내 생각은 무엇인가? 우리가 고르고 가지런히 사이좋은 삶을 이루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