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글 나눔방

하늘 문자

작성자이은구|작성시간26.06.06|조회수37 목록 댓글 3


하늘 문자







어제보단 오늘이

더 행복하기를 희망하며

의무처럼 찾아온 아침과 함께

병원으로 온 할머니는



좋은 날은 같이 웃었고

궂은 날은 같이 울었던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만 있는

할아버지를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고 섰습니다





이 유리창이

누군가에겐 벽이지만

할머니에겐 길이라는 듯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냅니다



마주 보고 할 말은 눈물이라

꼭꼭 눌러 쓴 문자에는




"영감 나왔어요

오늘도 누워만 계실거유"



올 리 없는

핸드폰만 뚫어지게 바라보다



"영감 내일 또 오리다

무슨 일 있으면 내게 문자 보내세요"





남루한 세월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가 언젠가는 깨어나

할머니에게 문자를 보내줄 거라는

믿음만으로 가을을 놓고 가는 겨울처럼

병원문을 나섭니다





허공을 이고 선 녹슨 뼈마디로

길 따라 걷다가 얼마 가질 못하고 거리에

혼자 너부러져 있는 벤치에 앉고 말더니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는

낙엽 하나를 주워 바라보면서

지난날 아픔들을 회상해 보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생신날 모인 두 아들 내외는

서로 자신들이 모실 수 없다며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머뭇대는 바람처럼 보고만 있는

노부부의 얼굴은 말하기도 전에 굽은 그림자

되어갈때 쯤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한 관계로

서울에 있는 큰아들 내외가 모시고

할머니는 부산에 있는 작은 아들네 집으로

가야만 하는 이별 아닌 이별을 하고 말았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있다곤 하지만

이별을 목에 두른 채



생일 날과 추석과 설날

이렇게 일 년에 딱 네 번만 만날 수밖에

없었던 노부부였기에 적적한 날 끝에 오는

문자 하나로 이별의 아픔을 한 조각씩

태워 갈 수 있었다 말합니다



"영감 잘 계세요?“



돋보기를 낀 채

다섯마디 글자를 보내는데도

갖은 공을 들이고 있는 할머니 앞으로



“그려….

임자도 밥 먹었남.?.”



한참이나 지나고서야



“난 먹었어요…. ”



그리고 다시 한참을 지나



“잉감은 뭐 드셨슈?”



“잉감이 뭐야 잘 좀 써”



“그냥 대충 알아들으세요”



마음속 먼저 나오려는 단어들을

따라가기에는 모자란 손끝을 높이 세워가며

하루하루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는 것만으로

파란 하늘에 구름 가듯 마음은 행복하다며

말입니다







귀가 어두워

문자로 대신하는 게 편하다는 할아버지랑

하루라는 긴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주고받는 문자라곤 채 다섯통이 되질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하늘 가득 하고픈 말을

애써 참아가는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를

스쳐온 바람이 가슴에 머뭅니다



10일 후엔

할아버지 생신이라

서울로 갈수 있다는 희망을 매단 채

염색도 하고 입고갈 옷도 다려서 펴놓고는

할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영감..5일 남았슈”



“할멈….

먼 길 오려면 힘드니까

편하게 하고 와”



“왜요….

당신 첨 만나던 날처럼

예쁘게 연지곤지 찍고 갈 거유”



그저 마주하는 그 표정 하나면

충분하다는 듯 할아버진 얼굴에 묻어 있는

행복을 감출 곳이 없어 보입니다





가까운 듯 먼 듯

주고받는 문자들이 장독대 위에

흰 눈이 쌓이듯 소복소복 쌓여가던 시간이 지나



“임자…. 내일 봅시다"



“네…. 내일 봐요”





하지만 만날 수 있다는 기쁨 하나로

버텨온 할아버지에게



“아버님..

동생 내외가 갑자기 해외 출장이

잡혀 어머님을 서울로 못 데려다 줄 것

같다네요“



“아니다

. 생일이 대수냐 일이 먼저지..”



이별에 수많은 못 자국을

보고픔 만으로 지워온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지병으로 수술한 지 2년 만에

다시 쓰러져 중환자실로 입원을 하고 말았던

지난 일들을 회상해 보고있던 할머니는



되돌이표 없는 가슴을 안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모진 하루를

안고서 서쪽으로 지는 석양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검푸른 하늘엔 낯선 겨울비라도

한줄기 내릴 것 같은 오늘도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보기 위해

병원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영감…. 잘 잤슈?”



오지않을 핸드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 문자를 보냅니다



“영감….

뭐 잡숫고 싶은 건 없어요?”



사랑은 끝없이 주고도

모자란 가슴이 되어야만 한다는 듯

할머니는 문자 하나를 보낸 뒤

유리창 너머로 할아버지를 한번 쳐다보고

또 문자 한 번에 할아버지 한번 쳐다보며

오지 않는 답장을 애타게 기다리다

허망한 속내를 내어놓고는 성한 곳 하나

없는 몸뚱아리로 자꾸만 뒤돌아 보면서

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한 계절하고도 또 한 계절이 더 오고 가던

날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식 앞에 늘 덤이었던 삶을 뒤로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던 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두 손 사이에 핸드폰을

꼭 끼워주고는



“영감.....

그곳에 가면 잘 도착했다고

내게 문자 보내줄 거죠?”



밥은

잘 드시는지...



혼자

외롭지는 않은지...



때론 둘이 함께한

지난 날이 그립지는 않은지....



“문자해 줄꺼쥬?..“





가을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고

할머니는



오늘도

하늘에 있는 새벽달을 바라보며

할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부모의

그림자에 날개를 그리는 자식은

이 세상에 없다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복심 | 작성시간 26.06.06 노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아름 답네요♡♡♡
  • 작성자전선미 | 작성시간 26.06.06 노년의 부부 천국에서 만나시길~~~~
  • 작성자양춘근 | 작성시간 26.06.06 인생의 황혼에
    따뜻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 ....
    댓글 이모티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