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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사랑 40번 강병길 시집 {도배일기} 출간

작성자반경환|작성시간11.01.20|조회수142 목록 댓글 0

강병길 시집 {도배일기} 보도자료: 도배공의 최초의 미발표 연작 서사시집

강병길 시인은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고, '사람과 시', '중원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강원도 문막에서 행복한 인테리어를 운영하고 있는 도배공이다. . 그는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 어느 곳에도 투고를 하지 않았고, 오직 시가 좋아서 자기 스스로 시의 언어를 갈고 닦아 왔던 것이다. 그의 첫시집 {도배일기}는 64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시집이며, 최초의 도배공의 서사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비록, 공식적으로 등단의 절차도 밟지 않았고, 그 어느 잡지에도 시를 발표한 적이 없지만, 그의 첫시집 {도배일기}는 천혜의 원시림의 비경처럼, 예술품 자체가 된 도배공의 역작力作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슬 젖은 조간신문 펼쳐보다/ 스님 신부님 함께 오체투지로/ 도배하는 사진을 만났다// 저렇게도 道拜를 하는구나// 목장갑 나란히 길에 붙는다/ 쓰고 버리는 실장갑처럼/ 쓰고 버리는 몸뚱이 길에 부리며/ 하늘이 두려운 사람들이 도배를 한다// 길을 줄이는 자벌레들 앞에서/ 더듬이가 되어 기어서 간다// 빙판 같은 아스팔트에 이마를 붙이고/ 사지와 가슴으로 도배하며 간다// 밤을 건너온 사진 속의 노새들이/ 땀에 젖어 도배를 한다. ----「노새-도배일기 46」 전문  

도루코 칼날은 잘 든다/ 열개들이 한통이면 집 한 채 벽지도 바르고 장판도 깐다/ 무뎌진 칼끝을 톡톡 떼어내며 새날처럼 쓰는 도루코 칼날은 도배장이들이 즐겨 쓰는 소모품이다/ 칼날 만드는 공장이 우리 동네에 있고/ 그 사거리를 사람들은 도루코사거리라고 부른다// 칼 만드는 공장에 출근하던 사람들이 도루코사거리에 서서 일 년 넘게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며 망루를 세우고 현수막을 걸었다// ‘도루코의 칼날은 비정규직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잘라야 합니다’// 잘린 비정규직들이 표어를 앞뒤로 걸머메고 부러진 칼날처럼 녹슬어 갔다// ‘왜 우리 마음속에 칼을 갈게 하는가’// 무딘 칼날을 벼리듯 사계절 버티고 선 그들의 구호는 날이 서 있었다. ----「도루코 칼날-도배일기 3」 전문

이사 나간 집 아이 방에 미처 따라가지 못한 세계지도가 붙어 있다/ 이학년 달반 이우주 라고 씌어 있다/ 평면의 지구는 양면테이프에 의지하였다/ 우주의 벽에 붙은 지구는 우주의 집에 세들어 살지 못하였구나/ 우주가 버린 미아로 남았구나// 도배장이는 지도를 칼로 도려내/ 공처럼 뭉쳐 쓰레기봉투에 던져 넣었다// 열반에 든 지구여 평안하신가?// 새로운 우주를 붙이듯 펄이 별처럼 박힌 벽지를 붙인다/ 방 가운데 서서 한 바퀴 돌아본다/ 펄들이 별처럼 빛을 낸다/ 우주의 집이 아니어도 빛나는 별들/ 어디로 우주는 이사 가는가// 지구를 찾는 지도는 없고/ 우주의 주소는 나도 모른다.
----[지도--도배일기 8] 전문

미래는 벽에 막혀 있다고 말하는 미래학자는/ 벽을 모른다/ 벽이 있어야 앞날이 있는/ 도배장이의 미래를 모른다// 면벽 십년의 관절염과/ 면벽 이십년에 얻은 허리통증과 친구가 된// 도배장이의 앞을 막고 서 있는 것은 벽이 아니다/ 그것은 밥이다// 지금도 쌓아올리고 허물어지는 벽은/ 도배수도의 도량이며 성지다/ 백팔 배 하듯 붙이고 천 배 하듯 붙인다/ 새벽밥 먹고 붙이고 때론 야간 작업등 켜고 붙인다/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 벽이라면/ 붙인 곳에 몇 번이라도 붙인다// 미래의 벽을 미리 알기 위해 일하는 도배장이도 없지만/ 안다고 피해갈 수 있는 벽도 없기 때문에 붙인다/ 눈앞의 벽에 마주서서 훑어보고/ 당당하게 맞서면 그뿐이다. ----「벽-도배일기 45」 전문

오전에 광야교회 장판 깔아주고/ 오후에 청림사 산신각 자리 깔았다/ 교회에서 점심 먹고
절에 가서 점찍었다고 했더니/ 스님은 금강경 잘 배웠다고 하신다// 목사님 기도할 때 아멘으로 답하고/ 부처님 전에서 합장하는 나는 무교다/ 연비연비聯臂聯臂로 길 따라가다/ 가끔 허방에도 빠지는 나는 종교가 없다/ 팔 다리 머리 따로 놀리고/ 성경 몇 구절 법구경 몇 자락 시 몇 편 소설 몇 장/ 점찍듯 들추다 팽개치는 그냥 필부다/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끝장을 보는 성찰이 호사로나 보이는 나는/ 풀이나 나무 같은 도배장이다// 새순 트나 낙엽 지나/ 물 흐르듯 사는 것도 늘 여울인데/ 아멘과 합장의 구분이 무슨 대수랴/ 천지만물이 스승이라지만/ 올곧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나는 무교다--도배일기5] 전문

벽에 걸린 영정사진이 처음엔 선명한 흑백 사진이었을 것이다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얼굴이 오히려 갈색 렌즈를 끼우고 작품사진을 촬영한 듯 생기가 도는 것 같다(......) // 오래전 앨범을 펼쳐 보며 딸들은 즐겁다 길고도 짧은 세월이라며 추임새도 넣고 소용이 다한 물건들은 문지방을 넘는다 보따리를 풀고 싶은 사람 냄새나는 집이다// 노구의 청국장을 먹으며 영감의 옆자리에 사진으로 남을 인생과 번성하여 어느 집의 액자로 걸릴 후생들의 삶이 휘지 않고 걸린 못이 되기를 바라며 구수한 숭늉을 갱물처럼 마신다// 따지 않은 감 때문인가 구름이 더 하얗다 집 지을 때 영감이 심었다는 홍시를 내놓는 손이 집 한 채 보다 커 보인다 벽지를 붙이며 나는 나의 두 손을 찍은 사진을 영정처럼 걸어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영정사진--도배일기 1] 부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강병길 시인은 시를 즐기는 마음으로 그의 삶을 살아왔고, 그의 삶 자체가 {도배일기}라는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시집으로 자기 자신도 모르게 완성된 것이다. “목사님 기도할 때 아멘으로 답하고/ 부처님 전에서 합장하는 나는 무교다”([나는 무교다--도배일기 5])라는 시구에서처럼, 그의 法力의 깊이---- 모든 것들을 단번에 초월해 버리는----는 제일급 시인의 그 비범한 경지를 암시해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출가한 사제가 아니라, 가장 낮고 비천한 도배공의 삶을 통해서 만인들의 행복을 연출해 내는 생활 현실 속의 사제, 즉, 우리들의 성자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반경환 [애지}주간, 문학평론가

강병길 시인의 󰡔도배일기󰡕는 노동시의 영역을 확장하는 시집이다. 노동시의 한 측면이 노동 과정에서 시적인 것을 발견하면서 그 노동을 전유하는 데에 있다면, 이 시집은 도배 노동을 독특하게 전유하고 있다고 하겠다. 「도루코 칼날」에서도 역시 시인은 투쟁하는 노동자와의 공감을, “벽지도 바르고 장판도”까는 자신의 도배 작업과 그 작업에 사용되는 도루코 칼날을 생산하는 저들의 노동을 연관시켜 이루어내고 있다. 시인이 구체적인 노동을 통해 공감을 느끼고자 한다는 사실은, 스님과 신부님의 오체투지를 보면서 그의 노동 도배와 동음이의어인 ‘도배道拜’라는 신조어를 떠올리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성혁 중앙대 강사, 문학평론가


지혜사랑 시인선 40번 강병길 시집 {도배일기}, 도서출판 지혜, 4X6 양장본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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