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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무 시집 {물들다} 출간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19.11.13|조회수127 목록 댓글 0



장인무 시집 {물들다} 출간


 

장인무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6문학세계로 등단했고, 등롱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풀꽃시문학, 금강여성문학, 세종시마루, 공주문인협회 회원, 넉줄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인무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물들다는 첫사랑이고, 홍시 빛 추억이고, 가장 고귀하고 거룩한 사랑의 꽃과도 같은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는 우선은 짧고 간결한 문장형식을 취한다. 그것이 정석이다. 아니다. 될수록 그래야 한다. 무엇보다도 감정을 길어 올려 바닥에 붓듯이 해야 한다. 이성적 방법이 아니다. 격정의 방법, 파토스다.

인간의 의외로 이성적 존재보다는 감정적 존재다. 감정에 의해서 보다 많은 인간의 일들이 좌우되고 결정된다. 우리가 행불행을 말하는 것도 감정에 의한 것이기 십상이다. 그렇게 감정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다루는 인간 행위 내지는 예술로서 시보다 더 시급하고 강력한 것은 없다.

심지어는 이 감정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게도 만든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시가 사람을 살린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우선은 자기 자신시인을 살리고 타인독자을 살린다. 시는 다만 단순한 문장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문장이 흔들리는 사람 마음을 잡아주면 그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멀리서

거침없이 달려오는 하얀 그림자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나요

내 눈빛 너무 뜨거웠나요

철교만 건너오면

손잡을 수 있었는데

그대로

강물에 뛰어드셨네요

여보세요!

황홀한 손짓 그만하세요

그 눈빛 너무 깊어

하마터면 몸을 던질 뻔했잖아요

― 「금강에 빠진전문

 

장인무 시인의 짧은 시 가운데 한 편이다. 형식은 짧고 문장은 단순한데 읽어보면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 것 같지는 않다. 조금은 아리송하다. 그런 중에도 무언가는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시이다. 이것이 바로 시 읽기이다.

시의 내용을 시시콜콜 파헤칠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시의 문장에서 오는 감정만을 다소곳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는가? 불안이나 슬픔이나 절망과 같은 감정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은 우선 밝음의 정서다. 어디라 없이 깊이 빠져든 자의 유현(幽玄)이고 나아가 기쁨이고 광휘(光輝)이고 시인이 말한 대로 생명의 극치인 황홀그 자체이다. 이러한 정서는 쉽게 맛보는 정서가 아니다. 깊이 빠져든 자에게만이 허락되는 정서이다. 장인무 시인이 이것 알았다니 놀라운 일이다.

기쁘면서도 슬픈 경지. 살고 싶으면서도 죽어버리고 싶은 그 어떤 구렁텅이. 그것은 사실 인간이 자연이고 자연이 인간인 그 어떤 사잇길에서나 겨우 만나는 정성의 세계다. 이심전심의 세계요 너와 내가 하나가 된 우아일체(宇我一體)의 된 세상이다. 시의 제목도 그럴듯하다. 많이 나갔다.

 

꼬리 맞춘

빨간 고추잠자리 한 쌍

자동차 와이퍼에 앉아

파르르 떨림

미세한 전율

 

그랬어

여민 가슴 마디마디 파동

킬리만자로의 눈빛

활화산의 불꽃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태풍이었어

― 「가을전문

 

또 한 편의 작은 작품의 예시다. 어느 사이 시인은 한시(漢詩)의 전경후정(前景後情)의 기법을 익히고 있다. 시의 기법이란 이론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쓰다 보면 저절로 익혀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

시인은 지금 자동차 안에 있다. 그러면서 자동차 밖 와이퍼에 앉은 꼬리 맞춘두 마리의 잠자리에 눈을 맞추고 있다. 그 두 가지의 맞춤파르르 떨림미세한 전율을 불러온다. 이런 표현과 곡절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이고 가상한 일이기까지 하다.

그다음은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 시인의 소감 내지는 평가, 후정(後情)의 단계다. 그런데 그 부분에 와서도 비범한 면을 보인다. 지극히 작은 것에서 지극히 큰 것을 유추해내는 솜씨가 그것이다. 일단은 잠자리 두 마리의 꼬리 맞춤, 그 미세한 전율이다. 그것이 발전하여 킬리만자로의 눈빛이 되고 활화산의 불꽃이 되고 태풍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되 시인만이 찾아낼 수 있는 아름다운 상상이며 한 기쁨의 세상이다.

 

말갛게 웃던 푸른 하늘

감나무 이파리 나풀거리던

돌담 가 외할머니댁

얘야 오늘은

감나무 아래 가지 마라

치맛자락 감물 들라

 

첫 달거리

달무리 닮은 뽀얀 속살

붉게 붉게 번지던

 

감나무 아래 볼그레

타오르던 첫사랑

수줍어 눈망울 적시던

홍시 빛 추억

― 「물들다전문

시집 제목이 되어준 작품이다. 이 시에는 두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성인이 된 지금의 나와 우린 시절의 나이다. 몇 살쯤 되었을까? ‘첫 달거리/ 달무리 닮은 뽀얀 속살/ 붉게 붉게 번지던나이라니까 열 두서너 살쯤 되었을까. 어쨌든 초경의 나이 어린 소년가 주인공이다.

그렇구나. 배경은 외할머니댁. ‘말갛게 웃던 푸른 하늘이 펼쳐진 날.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얘야 오늘은/ 감나무 아래 가지 마라/ 치맛자락 감물 들라’. 이 음성이야말로 영원의 고향 안에서 들려오는 가장 평화롭고 자애롭고 아름다운 목소리다. 원점의 소리, 그것이다.

인간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겹고 타박거리는 발걸음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마음의 고향이 있고 그 고향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있기에 하루하루의 노역을 그런대로 감내해내고 또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이러한 미세한 목소리는 결코 무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하나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장인무 시집 {물들다}, 도서출판 지혜,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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