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혜사랑시인선

김새하 시집 {도망칠 수 없다면,} 출간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3.03.24|조회수129 목록 댓글 0

신간서적 보도자료

 

지혜사랑 264

<<도망칠 수 없다면,>>

 

김새하 지음

발행 : 2023년 3월 24일

규격 : 130x225mm (무선)

정가 : 10,000원

 

 

도서 출판 지혜

주 소 34624 대전광역시 동구 태전로 57, 2층 도서출판 지혜 (삼성동)

전 화 042-625-1140

팩 스 042-627-1140

카 페 http://cafe.daum.net/ejiliterature

이메일 eji@ji-hye.com
ejisarang@hanmail.net

이 책에 대하여

 

 

네 무릎에 꽃을 심고/ 나를 길러내려 했던 일은/ 햇빛 몰아낸 안개 숲에서 일어난 일// 우리는 어두웠다// 숲이 빗소리를 훔치면/ 넌 내 귀를 씹는다// 어둠을 둘러쓰고 꽃을/ 더 크게 피우는데 열중했지만/ 무릎은 계속 넘어졌다// 새가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나무는/ 더운 날을 못 이기고 쉬어버렸다// 꿈을 깨면 처음으로 돌아갈까/ 속눈썹 끝에서 오고 있는 너에게/ 침묵한다// 발이 차가운 날/ 검은 가지가 맞닿기 위해 서로를 찾고/ 하늘이 찌푸린 만큼 밤도 찌푸렸다// 눕지 못하고 잠든 밤/ 서 있는 아침을 산허리에서 만난다//

― 「도망칠 수 없다면,」 전문

 

세면장에서 비누를 질기게 갉아먹는 생쥐/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떼// 가르랑 거리는 소리는/ 화장대를 딛고 쌓아 놓은 빈 상자를 지나/ 창틀을 딛고 선다// 어느 날의 밤까지만 해도 J는 쾅쾅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아프다고 집 안을 서성였었다/ 숲 속처럼 고요한 내 눈 속으로/ 도망가고 싶다고 눈빛을 맞췄었다// J는 물속으로 꽃잎 속으로/ 아니면 단지 아주 먼 곳으로// 부드러운 가슴털에 손을 묻으면/ 새소리와 눈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었다 그렇게 사라진 J// 하늘과 지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창틀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 위자료로 받은 도시 풍경을 함께 볼/ 필요나 이유가 없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 밤낮을 채운다 // 지루한 털은 고양이가 되어 여기와 저기로 떠돈다/ 무엇에 매달려야 할까

― 「창문에 서는 이유」 전문

 

김새하의 이번 시집에서 ‘너’라는 존재는 자주 화자에 의해 호출되어 시적 무대 위에 놓인다. 대개의 경우 ‘너’는 이미 사라진 상태이며, ‘나’는 그런 ‘너’를 향한 그리움을 여러 오브제를 통해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위의 시도 마찬가지인데, 거기에는 현실의 일상적 피로를 토로하며 “도망가고 싶다고 눈빛을” 맞추던 연약한 존재로서의 ‘너’가 등장한다. ‘나’는 그런 ‘너’를 현실로부터 지키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렇기에 돌아올 수 없게 된 존재 ‘너’를 끝없이 기다리며 “밤낮을 채운다”. 이 속에서 ‘나’가 느끼는 것은 고양이의 존재 양태로 비유되어진 “무엇에 매달려야 할까”라는 불안의 정서이다.

얼핏 보기에 이 시는 단지 상실한 대상에 대한 우울감으로 충만한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자는 ‘너’인 “J”가 “물속으로 꽃잎 속으로/아니면 단지 아주 먼 곳으로” 사라졌다고 기술하고 있으면서 기약 없이 ‘너’를 기다리는 것으로 자신의 하루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처럼 기다림으로 채워진 ‘나’의 삶은 한편으로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것으로 느껴지지만, 여기에서도 김새하의 시는 전혀 역설적인 효과 또한 이끌어낸다. 그것은 이와 같은 기다림이 시적 무대 위에 이미 사라진 존재인 ‘너’를 존재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즉, 현실에서 사라진 ‘너’는 이와 같은 ‘나’의 기다림과 시적 호명 속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기다림을 과연 마냥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이 기다림과 수동성이란 의지적인 것으로서 현실 속에서 사라진 ‘너’를 과거로부터 구출해 현재에 존재하게 만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김새하가 쓰는 시의 독특한 미감과 개성이 존재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완전함에 대한 믿음과 그리움이 내재된 불완전한 대지에 놓여 있으며, 그렇기에 시인은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두 풍경을 눈에 새긴 채 살아간다. 이것을 시인의 보편성이라 말할 수 있을텐데, 때문에 대개의 시인은 완전성이 손짓하는 그리운 과거와 불완전함에 내맡겨진 불안한 현재 속에서, 과거에 무한한 지위를 부여하여 현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적 태도를 견지하곤 한다. 물론 그와 같은 태도를 좋다/나쁘다와 같은 이분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에 대한 관점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면, 그것이 결코 참신성을 내포하고 있다 말하기엔 저어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보자면, 김새하가 이와 같은 시편들을 통해 산출해내는 이중적인 효과는 조금 더 주목을 요한다. 예컨대, 그 또한 과거에 보다 높은 지위를 부여하면서 현실의 비정함에 대해 말하고 있기는 하나, 그로부터 역설적으로 미래를 향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워올린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오히려 이와 같은 김새하의 진술법이란 과거를 회고하며 돌아가자 손짓하는 일련의 서정시인들과는 달리, 비참하고 잔인한 현재 속에서 과거를 구출해내고자 시도하고 있다고 평해볼 만하다. 즉, 조화로웠던 나날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라고 부정하는 것도 아니며, 그러니 과거로 돌아가자는 회고주의적 성격을 띄는 것도 아닌, 현재 속에서 쪼그라진 과거를 미래의 지점으로 부활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요정 이야기」에서 시적 화자가 드러낸 의지적인 어투이며 내용과 배치되는 「아힘사」라는 제목이 만들어내는 효과이자 「창문에 서는 이유」의 기다림이 만들어내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조그만 섬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공문서 받았다/ 외롭게 떠 있는 섬이 아니게 되고/ 바라만 보던 입장을 변경하고// 기다림의 끝이 있을 줄 몰랐지만/ 짐작 못 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일 년에 두어 번 오는 태풍보다 설렌다//잡히지 않는 물고기를 잡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 잡고 있는 일/ 운동화를 걱정하면서 파도 가까이 발을 옮기는 일/ 섬에서 차 빼달라는 전화를 받는 일// 바지락이 띄엄띄엄 박혀있다/ 하나 또 하나 둘 셋// 갈매기의 눈을 꿴 가로등이 빛을 흘릴 때/ 귀를 막은 이어폰/ 호주머니에 찌른 손/ 까딱거리는 머리/ 흔들리는 어깨// 걸음만큼 멀어지는/ 노래처럼 흩어지는/ 끊임없이 잊어야 하는 그런 일들// 밤바다 사진 속 네 개의 불빛/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크기지만/ 둘은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하고/ 둘은 새벽만 기다린다/ 둘은 배를 기다리고/ 둘은 길을 비춘다 // 바다 건너 바다로/ 기다림에 끝이 있다는 소식이 온다

― 「학림도」 전문.

 

과거를 구출하여 미래의 지점으로 전환시키는 것. 우리는 이것을 너무나 손쉬운 일이라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수반되는 기다림이란 존재에게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예컨대 기다림이란 과거가 되어버린 존재를 미래에 다가올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다리는 자의 현재를 기다림이라는 행위를 위해 온전히 걸어야 한다는 대가를 요구한다. 이것은 단지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층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기다림이란 단지 내가 여기에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소망하는 대상이 언제고 이곳에 다가올 수 있도록 그를 위한 빈자리를 마련하는 진행형의 과제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자는 그를 위해 늘 빈자리를 마련해둔다. 이와 같은 빈자리는 그 자체만으로 ‘나’에게 유구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한편, 그 대가로 상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그로인한 통증을 발생시킨다. 그러니 기다림이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능동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김새하의 시 「학림도」의 마지막 구절 “바다 건너 바다로/ 기다림에 끝이 있다는 소식이 온다”는 것은 이와 같은 유구한 기다림이 전제될 때 비로소 들려오는 아스라한 사건의 예감이다. 그것을 위해 김새하의 시적 화자는 늘 현실을 걸고 과거를 구출하기 위해 투쟁한다. 그러니 이 시집에서 우리는 조화로운 과거로 말미암은 슬픔을 느끼며, 비정한 현실이 배태한 잔혹성에 슬퍼하면서도, 다만 그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의해 구출되는 과거를 비로소 목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김새하가 거듭 시를 써나갈 수 있는, 잔인하고 비정한 현재의 시간과 겨뤄나갈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즉, 과거를 다만 과거인 채로 내버려두지 않고 언제고 다시 다가올 미래의 사건으로서 구출해내고 말겠다는 의지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의 시를 읽으며 다만 언제고 이 기다림이 끝나리라는 것에만 주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는 늘 현실적 존재의 희생과 통증의 역사가 함께하고 있으며, 그러한 한에서만 과거는 다시 구출되어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현재 속에서 과거를 구출하는 방법이며, 우리의 미래가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님을 예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 김새하시집 도망칠 수 없다면,,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

 

 

 

 

 

 

저자 소개

 

 

김 새 하

 

김새하 시인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고, 2017년 계간 『시현실』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최치원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계간 『시작』으로 등단하였다. 경남문협, 창원문협, 민들레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영남시 동인이며 문예지 『시인들』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랑을 만나지 못하고, 꿈도 이루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사는 아찔한 절망감이 김새하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도망칠 수 없다면,』의 주조음이 된다. 그의 시는 비가悲歌가 되고, “눕지 못하고 잠든 밤”처럼 “서 있는 아침을 산허리에서 만난다.” 눈을 뜨고 있을수록 의식은 몽롱해지고, 이 몽롱한 의식을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꿈과 현실을 오고 가는 언어의 유희를 펼쳐나간다. 서정과 반서정, 이성과 반이성, 자유와 구속, 기지와 역사철학적인 지식 등을 통해 매우 아름답고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메일 : habin127@nate.com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