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희 시집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보도자료
정국희 시인은 {창조문학}과 미주 {한국일보} 시부문에 입상함으로써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및 사무국장, 미주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시와 사람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는『맨살나무 숲에서}와 『신발 뒷굽을 자르다』가 있다.
정국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노스캐롤라이나의 밤}은 우주적 생명의 오묘한 원리를 깨닫는 시간으로 표상된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정국희 시인이 노스캐롤라이나의 밤에 깨달은 삶과 시에 대한 깊은 통찰의 결과인 것이다. 시는 마침내 그녀의 우주이고, 그녀의 생명이다.
영어가 공적 언어인 미국에서 한국어로 시를 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 땅에서 모국어를 일상의 언어로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그것을 예술적 언어의 차원에서 활용한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모국어와 시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그렇지 못하면 그렇지 못한 대로 마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기 어려울 터, 이민자들에게 모국어는 자신의 정신적 뿌리를 드러내는 것이니 그것에 대한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모국어는 말 그대로 어린 시절부터 들어오던 어머니의 말씀으로서 육체와 정신의 근원에 해당하는 자궁의 언어요 고향의 언어이다. 이러한 점에 대한 인식은 “가없는 낯선 대륙의 뙤약볕 속/ 그 어느 길도 맘 놓고 가지 못해 갈팡질팡 할 때/ 새로운 소통으로 안전한 길 보여주던 모국어는/ 한줄기 위안의 빛이었습니다”(「빛 희망 정의」 부분)와 같은 시구에 함축되어 있다.
이 시의 표제인 “캐롤라이나의 밤”은 정국희 시인이 추구하는 시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표상한다. 시의 배경인 “밤”은 생명에 대한 시적 인식이 우주적으로 확장성을 띠면서 인간적으로 깊어지는 시간이다. 밤바다의 파도소리는 “파도의 현을 켜서 검은 음표를 토해내는”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그 물결은 “별들이 긴 여장을 풀고 잠들어 있는 풍만한 저 품속”이자 “달빛이 한 올 한 올 두릅으로 엮이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별빛과 달빛과 파도가 어우러진 이 거대한 공간 속에서 시인은 “우주가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에 시인은 또한 “검은 해저 속/ 환각의 그림자 하나 건져올린다”고 한다. 그것은 마음속에 깊이 드리워진 삶의 그늘을 성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에게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우주적 원융의 원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시의 중심 이미지인 “노스캐롤라이나의 밤”은 우주적 생명의 오묘한 원리를 깨닫는 시간을 표상한다. 그것은 우주의 넓이를 마음의 깊이, 마음의 깊이를 우주의 넓이로 호환하는 시의 시간이다. 아래의 시구에서처럼 생명의 “숲”을 가꾸면서 시의 “하늘”을 열망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 그것은 정국희 시인이 노스캐롤라이나의 밤에 깨달은 삶과 시에 대한 깊은 통찰의 결과이다. 하여 시는 마침내 그녀의 우주이다, 아니 생명이다.
------이형권 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어둠 속
밤을 움직이는 파도소리는 새가 날아가는 소리보다 아름답다
파도의 현을 켜서 검은 음표를 토해내는 바다
울퉁불퉁 물결이 길어올리는 하모니는
물고기들에겐 아늑한 자장가 소리
우주가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다
별들이 긴 여장을 풀고 잠들어 있는 풍만한 저 품속
물의 결을 따라 달빛이 한 올 한 올 두릅으로 엮이고
멈춤을 모르는 출렁임의 근성으로
넘실넘실 생의 맥박이 일어서는 동안
밤의 등허리는 동쪽을 향해 조금씩 돌아눕고 있다
두 귀 모으고 나를 지키는 별들
설혹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깊은 바다 한가운데일지라도
만선의 깃발처럼 펄럭이며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간담이 서늘해 지다가
문득
달을 품고 몸 추스리는 검은 해저 속
환각의 그림자 하나 건져올린다
갑자기 무언가에 용서 빌고 싶은 마음
잠깐, 그를 떠올리고 만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전문
나의 꿈은 소박해야 한다
나의 사방은 언제나 맑은 종소리가 들려야 하고
두레길을 닮아야 한다
내 몸에 작은 심지를 놓아
그 심지의 힘으로 낮아져
오랜 간절함으로
길 끝에서 불을 찿는 자에게 환하게 켜져야 한다
나는 더욱 손을 내밀어야 한다
꽉 싸맨 마음의 깜깜한 짐승을 풀어주어야 한다
시퍼렇게 날 세운 분노 한 덩어리 잘디잘게 잘라
기우뚱 쌓인 한 쪽을 덜어내야 하고
파란만장한 허방다리를 건너
휘파람새 따라가는 길 안내해야 한다
나는 또 잡목 우거진 숲이 되어야 한다
와서, 다 와서 가믐으로 말라있는 심신
새로운 기로 회생하게 하여야 한다
나무의 언어를 들의며 그림을 그리게 하고
달음질치는 다람쥐 모습
시인의 마음으로 마중하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걸어서 하늘까지 가야 한다
----[이것을 아는데 꼭 마흔 해가 걸렸다] 전문
---지혜시선 정국희 시집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도서출판 지혜, 값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