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몰라 외 1편
박정란
굵고 짧게
가늘고 길게
어떤 삶이 행복할까?
내게 묻던 중년의 사내
딸보다 더 어린 늘씬한 여자랑
시도 때도 없이 실실 웃음 감추며
눈총 피해가며 굵게 사나 했더니
처가 살리랴 여자 꾸미랴
몇 해 지나 많던 재산 다 날리고
집안 가득 평생 모은
자식보다 더 아끼던 수석들까지
한 날, 모조리 실려 나갔다더니
겨우 육십 나이에
먼 길 떠나기 하루 전날
외면했던 친구들 생뚱맞게 불러
뜨신 국밥 한 그릇씩 안겼다더니
썰렁한 장례식장으로 모두 불러들였지
네모난 사진틀 안에서
미소도 감정도 없이
쓸쓸히 바라보던 그 눈빛의 사내
어떤 슬픔
박정란
구절초 꽃구경 가는 날
얼굴이 까만 남자 꽁무니에 바싹 붙어
하얀 피부 해맑게 웃던 여자
한 가정 비집고 들어와
고개 숙이며 목소리 없이 살던 여자
그 남자 택한 뒤로
형제자매 혈육들 소식 모두 끊겼다더니
겨우 육십도 안 된 나이에
올해 들어 가장 춥다던 날
무연고자 명패 달고
한 줌 재가 되어
부처님 품으로 가버렸다네
추위를 더는 버티기 힘들었구나
아린 향기만 남기고 떠난
해맑고 곱던 구절초 한 송이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수필시대》신인상으로 수필 등단, 《애지문학회》신인상 시 등단
공주수필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금강여성문학, 풀꽃시문학회 회원
수필집 『짧은시간 긴 여행』외 .
23년 공주문화관광재단<이 시대의 문학인 선정> 수필집 『월반하세요』
충남문학상 대상수상(24), 공주문학상 수상(25)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