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에서 외 1편
한성환
나 살던 소금새 외딴집
넓은 들판 사이
올망졸망 초가집 네 채가
기와집 한 채를 뒤로 하고
정겹게 앉아 있다
초가에 가난뱅이들이 살고
기와집은 그래도 살 만한 집
그중 맨 앞집
동네에서 제일 가난한 집
우리 남매 탯줄이 묻힌 곳
고지 대장인 아버지는
앞날이 오직
자식들에게 달렸다며
거친 들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 학년 속 깊은 누이가
종일 품팔이 간 부모 걱정에
우리 보리 우리가 베자며
일 학년 철부지를 달래고,
오뉴월 뙤약볕 아래
고된 시간은 마디마디 굳어
몸으로 더디 흘렀다.
고지 : 논 마지기 단위로 모내기부터 김매기까지 맡는 품삯 노동
반야산 산책로
아파트 뒷길
사람도 비켜가는 시간
나는 산길에 안긴다
숲이 먼저 다가와
말없이 등을 내준다
해 뜨고 지는
여린 빛 사이에서
계절은 잠시
숨을 고른다
벚꽃이 물러나면
녹음은 품을 넓히고
소나기 지난 여름
젖은 숨으로
나를 맞는다
잎은 떨어져 길이 되고
눈 내린 하얀 아침
첫 발을 기다리는 자리
강아지 발자국 하나
나는 다시 아이가 된다
자연은 늘
먼저 품을 연다
말하지 않아도
이 길은 나를
감싸 안는다.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한성환]
1. 약력
- 시집 『한로 민들레』출간
- 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졸업
- 2025년 봄 애지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 논산문화원, 비단강문학회, 논산문인협회, 애지문학회,
소금꽃詩문학회, 한국문인협회 충남지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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