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외 1편
현상연
바다에 납작 엎드려 살던 물고기 한 마리
숙성되길 기다리던 고통의 순간
어둡던 항아리 속
그 세월을 나는 대신해주거나 읽어주지 못했다
홀로 붉디붉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냄새가 자라는 동안
바다는 제 안의 상처를 키웠는지
파도는 힘없이 출렁였고
어쩌다 상처를 건드리면 내부에서
썩어 문드러진 냄새가 풀썩 풍겨지곤 했다
그 때마다 진동하는 푸념이
코끝을 톡 쏘았다
지느러미 한 번 활짝 펴지 못하던 그녀
무슨 생각으로 그 밑바닥을 기어 다닌 걸까
만만한 게 홍어 좆이라고
언젠가 지아비 추모관에서
제주 한 잔에
트롯 한 자락 매콤하게 불러 제끼던
설움에 삭혀진 뻥 뚫린 노랫가락
엄마는 한 마리 홍어였다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연
철새의 이동 횟수가 잦아지는 봄
새는 흔적 없는 허공에서 분주하다
낮은 고도에 새와 비행기 경로가 겹쳐지고
겁 없이 날아든 새 한 마리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동체에 묻어난 혈흔
붉은 노을에 젖은 발자국이 선명하다
그 때 비행기 한쪽 날개도 잠시 기우뚱했는지
활주로 근처 새들의 주검이 널려있다
새들에게 계절은 불시착의 꿈이었을까
여전히 속도를 놓치지 않는 새들
계절을 가로지르며
한 줄 노을을 잡아챈다
이륙을 서두르는 사이
돌아 갈 꿈이 사라진 수많은 철새들
새들은 비행이 두렵다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약력 : 2017년 등단
시집: 『가마우지 달빛을 낚다』, 『울음,태우다』
이메일 주소: hyusy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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