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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회원발표시

현상연의 홍어 외 1편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6.06.14|조회수29 목록 댓글 0

홍어 외 1편

현상연

 

바다에 납작 엎드려 살던 물고기 한 마리

숙성되길 기다리던 고통의 순간

어둡던 항아리 속

그 세월을 나는 대신해주거나 읽어주지 못했다

홀로 붉디붉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냄새가 자라는 동안

바다는 제 안의 상처를 키웠는지

파도는 힘없이 출렁였고

어쩌다 상처를 건드리면 내부에서

썩어 문드러진 냄새가 풀썩 풍겨지곤 했다

그 때마다 진동하는 푸념이

코끝을 톡 쏘았다

지느러미 한 번 활짝 펴지 못하던 그녀

무슨 생각으로 그 밑바닥을 기어 다닌 걸까

만만한 게 홍어 좆이라고

언젠가 지아비 추모관에서

제주 한 잔에

트롯 한 자락 매콤하게 불러 제끼던

설움에 삭혀진 뻥 뚫린 노랫가락

 

엄마는 한 마리 홍어였다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연

 

철새의 이동 횟수가 잦아지는 봄

새는 흔적 없는 허공에서 분주하다

 

낮은 고도에 새와 비행기 경로가 겹쳐지고

겁 없이 날아든 새 한 마리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동체에 묻어난 혈흔

붉은 노을에 젖은 발자국이 선명하다

그 때 비행기 한쪽 날개도 잠시 기우뚱했는지

활주로 근처 새들의 주검이 널려있다

 

새들에게 계절은 불시착의 꿈이었을까

여전히 속도를 놓치지 않는 새들

계절을 가로지르며

한 줄 노을을 잡아챈다

 

이륙을 서두르는 사이

돌아 갈 꿈이 사라진 수많은 철새들

새들은 비행이 두렵다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약력 : 2017년 등단

시집: 『가마우지 달빛을 낚다』, 『울음,태우다』

이메일 주소: hyusy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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