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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회원발표시

라일락을 꺼내려고 거울 속에서 손을 내밀었다 / 허이서

작성자허이서|작성시간26.06.17|조회수46 목록 댓글 0

라일락을 꺼내려고 거울 속에서 손을 내밀었다

 

허이서

 

 

거울 속에 야구장이 보였다

아빠와 강아지가 응원을 하고 있다

 

사소한 기척에도 짖어대는 강아지

마을 사람들 참견에 못 이겨 성대수술을 시켰다

이물이 걸린 강아지 소리가 거울 속에 쌓였다

바람 소리가 궁금한 아이가 동네를 휘저었다

작은 마을에서 내는 소음에

중심 없이 흔들리는 집

아이의 걸음도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와글와글 라일락꽃이 환호를 내지르며 피었다

성년이 되어서도 소리를 만지면서 거울 속에 있었다

 

바깥을 감당하기엔 거울이 좁아 보인다

라일락을 꺼내려고 거울 속에서 손을 내밀었다

문은 안 보이는데 자물쇠만 가득 잠겨있다

돌멩이로 내리쳐보지만 깨지는 건 거울뿐

거울은 깊은 터널처럼 보인다

빠져나오고 싶어 이사를 해도 등 뒤로 따라온다

 

홈런을 만지지 못한 아빠는 집에서 사라진지 오래

나는 지금도 거울 속에 살고 있다

 

환한 마당이 보이는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친다 

 

 

2026년 계간 <상상인>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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