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 줍기 외 1편
김재언
툭!
잘 익은 플럼코트 깨무는데
젖니 뺄 때
손바닥이 정수리 치던 소리
피범벅이 된 살구를 뱉는다
손바닥에 나뒹구는 조각
헤어질 마음 둔 적 없는데
홀연히 그가 떠난 허방
오래 감싼 마음의 틈새를
노란 씨가 앞당겨 버렸을까
여물지 못한 끄트머리
물결의 금을 저 혼자 긋고 있었을 텐데
질기고 딱딱한 기억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불러와 짓이겼을
함께 가는 길은
지름을 가르는 게 아니라고
송곳니에 묻어난 붉은 파문
손팻말로 단서를 줍는다
무엇이든 냉큼 들였던 혀가
지키지 못한 입술만 훑고
낚싯줄에 낚였어요
김재언
산딸기에 낚여 허둥지둥 끌려간 들지마숲
잔가시가 종아리를 낚시질한다
낚시채비에 걸려 빠져나갈 수 없는 손바닥
수북이 쌓인 부추김이다
누가 누구를 당기는지
초록 찌에 묻힌 함정일까
요염한 산딸기 손맛 팽팽하다
가시 돋친 목소리로 참견하는 새들이
붉은 옆구리 들여다 본다
손 놓으면
붉게 붉게 허물어질 텐데
떼어낼 때마다 맹렬하게 부르짖는 아우성
여기 앗, 저기 앗
털어 넣기도 아까운 한 움큼이
쏙쏙 빠져나온다
덤불에 묻혀
물살의 잔가시 뚫고 나오는 들지마숲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약력
김재언
한국문인협회 밀양지부 회장 역임
2021년 《애지》 등단
2024년 제1회 청도문학 작품상 수상
시집 『꽃의 속도』
jum19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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