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애지회원발표시

전은겸의 애기아빠 외 1편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6.06.21|조회수25 목록 댓글 0

애기아빠 외 1편

전은겸

 

 

신자로 만나 이웃 오빠 같은

꽃게를 좋아하는 신부와 대천에 왔다

하늘은 높고 전통시장에는 물고기가 여기저기

주인공처럼 퍼덕거린다

 

대하 전어 꽃게 봉지 들고 간 식당에서

상차림을 기다리고 있는데

군밤을 맛보라는 여자

신부에게 애기아빠라며 건넨다

 

동남아가 분명하다

말도 어눌하고 애기아빠라니

호칭이 반찬이 되어

한 상 가득 웃음꽃이 터지고

신부는 배춧잎 두 장을 내민다

 

군밤 가지러 간 군밤 장사

고향 간 줄 알았다

 

대하가 제일 먼저 나타나 불판에서

몸 뒤틀며 빨갛게 춤추고

시간에 시간을 더하니 엑스트라 군밤이 나타나고

 

애기아빠가 된 신부님

할아버지라고 했으면 안 샀고

총각이라고 했으면 더 샀을거란다

 

애기아빠 다음에

또 만나요

 

 

도끼질

전은겸

 

고향 친구 제향은

유일하게 고향을 떠나지 않은 친구다

 

프로 농사꾼이 다 되어

얼굴도 땅을 닮아가고

남편보다 동작이 빠르다

 

겨울 준비를 위해

통나무 자르고 옆으로 오이 썰듯 도끼질로

장작 수북이 쌓아 놓은 게 예술인 제향이

 

나도 해보겠다고

통나무 세워놓고 도끼로 내리치자

통나무가 비웃듯 떼구루루 굴러간다

 

도끼 탓인지 통나무 탓인지 이빨도 안 들어간다

이빨 안 들어가기가 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과 똑같다

 

갓 시집온 나에게 출가외인 네 글자를 내밀 때

쪼개버렸어야 했는데 AI 시대에

아직도 통나무 같은 사람과

한집에 살고 있다

 

제향아

도끼질 좀 잘하게 가르쳐주라

 

 

약력: 충북 음성 출생 2025년 『애지』 등단 대전문화재단 수혜금으로『내 안의 민달팽이』 출간. 상담심리 전공했으며 과학교사(구) 현재 시낭송가로 활동 중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