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는 방
이제야
혼자 있어도 나를 들킨 적이 있다
내가 묻은 물건들이 걸을 때
나의 날들이 매달려 있다
하지 못한 말을 커튼에게 한다
수요일의 햇빛을 잡은 두 손은 어디 있니
말린 내 손을 맞잡으며 커튼을 닫았다
듣지 못한 말을 침대에게 한다
왜 오늘 밤은 천장에 별이 뜨지 않을까
접어두었던 책을 어제를 위해 읽었다
놓지 못한 말을 신발장에게 한다
우리가 걷던 시계 없는 길은 벽이 되었나
초인종 없이도 외출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없는데 방 안 가득
나를 아는 내가 있다
닦아도 닦이지 않는 시계가 있는 방
잊어도 잊히지 않는 달력이 있는 방
꿈에서 깨어도 다시 꿈을 꾸는 방
바닥 구석에 그림자도 있었다
2014『시산맥』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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