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애지신인작품상

애지신인문학상 심사평

작성자애지사랑|작성시간20.05.10|조회수208 목록 댓글 0

애지신인문학상 심사평

----채의정 씨와 김도우 씨와 이정옥 씨의 시에 대하여

 

   이름이란 자기 자신의 보증수표이자 존재 증명이며, 그가 살아온 삶의 역사와 그 유산을 물려줄 보석상자(시집)와도 같은 것이다. 이름과 생명도 하나이고, 생명과 명예도 하나이다. 시는 이름과 생명과 명예의 삼위일체 사상에 기초해 있으며, 시인의 정신과 경험,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언어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가 있다. 시는 사상의 신전이자 역사의 신전이고, 시인은 이 세상의 최고의 언어의 건축자이다. 붉디 붉은 피로 쓰고, 그대가 싸우고 다투며, 상처를 입고 상처를 주며, 그 모든 것이 다 드러나도록 살아 있는 언어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본지는 이번 호에도 [초록 지문] 4편을 응모해온 채의정 씨와 [너는 그냥 꽃인 거야] 4편을 응모해온 이정옥 씨와 [문어] 4편을 응모해온 김도우 씨를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자로 내보낸다. 쇠망치에 의해 검지를 잘린 아버지롤 노래하고 있는 [초록 지문], 한여름 밤 더위와 모기를 쫓으며 파안대소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복날], 어젯밤 덥석 물어 씹었던 말, 서로와 서로의 이빨에 낀 가시와도 같은 말들이 험담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소문], 어머니의 숨결이 옹이처럼 굳어 나이테의 무늬로 번져가고 있다는 [아버지의 의자], 남편도 없이 언청이 딸을 낳은 예순 여섯 해의 최후를 마지막 산통으로 노래한 [자작나무에 몸을 풀다] , 채의정 씨의 시들은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노래하면서도, 그것을 상징과 은유에 의해서 좀 더 깊이가 있고 서정적인 색채로 물들인다. [초록 지문][소문]은 대단히 아름답고 뛰어난 수작이며, 그의 시인으로서의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징과 은유는 시적 기교의 진수이며, 이 시적 기교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고통의 지옥훈련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인생은 예술이고, 시인은 그의 삶을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사는 것이 독하다/ 씹어도 씹어도 삼켜지지 않는/ 문어 한 조각”, “문어는 펄펄 끓는 물에서도/ 온몸을 뒤틀었다[문어], “발자취를 따라 걸어온 시간/ 겹겹이 몸을 감아올린 나무는/ 같이 죽자고 같이 살자고/ 벼랑을 움켜쥐었다[반얀트리], “늙은 악어가 계절 따라 변해갔다// 허리를 뒤트는/ 미투// 난도질당한 시간들/ 검은 입술이 성찬을 즐겼다[쓰나미], “소매 걷어 올린 파도/ 푸른 속살이 일어선다/ 길을 잃은 뱃길/ 멀미로 흔들린다[자갈치 여관], “외면하지 못할 내가 그려질 때/ 바람이 꽃을 피운다[덧칠을 하다] 등은 김도우 씨의 삶의 기록이자 예술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사는 것은 독한 것이고, 벼랑을 움켜쥐는 것이고, 늙은 악어가 계절 따라 변해가는 것이다. 사는 것은 멀미이고, 바람꽃을 피우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이다. “문어는 펄펄 끓는 물에서도/ 온몸을 뒤틀었다는 장엄함이 김도우 씨의 시에는 배어 있고, 이것이 그의 시의 미래를 보장해준다. 시는 고통의 꽃이고, 고통의 꽃은 삶의 벼랑끝에서 피어난다. 이름과 생명과 명예가 하나라는 삶을 살게 되면 아름답고 멋진 시는 저절로 씌어지게 될 것이다.

   이정옥 씨는 있는 그대로”, “본연의 색으로”([너는 그냥 꽃인 거야] 시를 쓰며, 무기교의 기교로서 시를 생활화한다. “그리움의 처방”, “바다로 잴 수 없는 마음의 처방을 받고 싶어하는 [바다 약국], 소나무, 매미, 풀꽃, 바람, 포플러나무 잎새, 도토리나무, 심지어는 폐교의 울타리를 쳐다보는 깻잎도” “삼복에 푸른 시를 쓴다는 [시의 집을 찾아서], 조그마한 여자의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던 스물두 살의 청년에게 보내는 [토론토로 띄우는 편지] , 그의 시는 일상생활의 시적 표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란 기교의 총체라는 말도 있지만, 시를 생활화하게 되면 모든 기교들을 뛰어넘게 된다. 시는 기교이고, 종교이고, 생활이며, 붉디 붉은 피로 쓸 때 그는 진정한 시인이 될 수가 있다.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애지신인문학상 심사위원 반경환 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